푸른꽃

차와 과자, 치즈와 조제고기, 음식과 그릇, 음식우표, 음악, 영국 이야기

[영국음식] 쇼트브레드 - 버터 비스킷의 진실

댓글 4

영국음식

2009. 12. 5.

 

 

 


버터 풍미의 과자를 좋아해 '버터'라는 글자가 쓰인 비스킷을 보면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꼭 사는 버릇이 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땐 파란색 동그란 틴에 든 데이니쉬 버터 쿠키와 국산 제품인 버터링, 그리고 식사대용으로 손색이 없다는 칼로리바란스를 사 먹곤 했었지요. 

영국에서는 버터 비스킷 하면 무조건 쇼트브레드입니다. <워커스Walkers>사 제품이 가장 유명하고, 수퍼마켓들도 자사 브랜드 상품들을 냅니다. 이것들도 성분이 아주 좋고 맛있어서 영국에서는 굳이 <워커스> 것만 고집하지 않아도 됩니다. <워커스> 사에 주문 생산해 수퍼마켓 상표를 달고 나오기도 하고요. 한국에서는 <코스트코>에서 <워커스> 쇼트브레드를 사시든지, <막스 앤드 스펜서>나 <웨이트로즈> 수퍼마켓 것을 사시면 될 것 같습니다. <홈플러스>도 영국산 쇼트브레드를 취급할지 모르니 과자 매대를 한번 살펴 보시고 성분표를 확인해 보세요. 

쇼트브레드는 원래 집에서 구워 먹는 전통 과자인데, 영국에서는 시판 쇼트브레드의 성분이 워낙 좋아 집에서 구워 먹지 않고 사 먹는 사람이 많습니다. <워커스>사는 대를 이어온 스코틀랜드의 쇼트브레드 명가입니다. '스코티쉬' 하면 언제나 그 뚝심과 고집이 연상되곤 하니 식품 회사의 꼬장꼬장하고 정직한 이미지로서는 안성맞춤이죠. <워커스>의 쇼트브레드뿐 아니라 영국의 시판 쇼트브레드들의 성분표를 보면 기가 막힙니다.  

영국 쇼트브레드 성분: 
밀가루, 퓨어 버터(대개 29~32%), 설탕, 소금. 끝. 

이게 다예요. 이렇게 단순한 과자 성분표 보신 적 있나요? 전세계 수퍼마켓 시판 단 과자들 중에서는 이 쇼트브레드가 가장 단순한 성분표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저 버터 함량 좀 보십시오. 3%도 아니고 무려 30%나 됩니다. 그 비싼 유지인 버터를 30%나 넣었다니 믿기 힘들 정도죠. 그 흔한 팽창제도 안 썼고요. 게다가, 영국의 버터 비스킷들 포장에는 항상 'pure butter'라는 강조 문구가 보이는데, 아니 그럼 버터에도 가짜나 불순한 버터가 있단 말입니까? 트랜스 지방이 문제되면서 버터와 마가린 혹은 쇼트닝의 차이만 숙지하고 있었지, 버터 안에서도 무언가 음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는데요. 

내친김에 한국에서 먹던 비슷한 모양의 유명 제품을 검색해 성분표를 찾아 보았습니다. 이것저것 첨가물이 많이 들어 성분이 꽤 복잡할 뿐만 아니라 버터도 '가공버터'를 썼다고 되어 있습니다. 가공버터? '퓨어 버터'를 고집하기엔 수지가 맞지 않아 무언가를 섞어 '가공'했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단지 보다 나은 식감을 위해 버터의 '순수'한 무언가를 희생시켰다는 뜻일까요? 백과사전에서 '가공버터'를 찾아보니 이렇습니다. 

"원유에서 유지방분을 분리하여 유화제, 조미료, 향료, 색소, 보존료를 섞어 교반, 연압한 버터이다. 50% 유지방으로 구성되어 있고, 버터 특유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음식할 때 버터보다 가벼운 느낌이 나게 해준다. 트랜스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날로 먹기에는 부적합하다." 

뭣이? 트랜스지방산이 많이 든 버터라면 도대체 마가린보다 나은 게 무어란 말입니까? 버터 비스킷을 먹을 땐 앞으로 주성분인 버터가 어떤 건지 확인을 꼭 해봐야겠는걸요. 잠깐. 식사 대용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영양 성분이 충분히 들었다는 저 칼로리바란스는 가공버터를 씀으로써 장점을 다 깎아먹고 있는 셈이잖아요? 한국에 있을 땐 평균 이틀에 한 팩씩 사 먹곤 했는데 생각할수록 씁쓸합니다. 값을 좀 올리더라도 제대로 된 진짜 버터를 썼으면 좋았으련만. 버터링은 더욱 가관입니다. 제품 이름에 '버터'라는 글자가 버젓이 들어 있는데도 진짜 버터를 안 씁니다. 진짜 버터도 안 넣고 버터링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가능하다니, 도대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된 나라인가요? 

 

 

 

 

 

 

 

 버터링 성분. 

가공버터마저도 돈 든다고 겨우 3.5%만 넣음. 

나머지는 '버터향', '밀크향'으로 채움.

 

 

 

 

 

 

 



이 쇼트브레드의 모양에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것 몇 가지가 있습니다. 길죽한 모양의 것은 'finger'라 부르고, 피짜 모양의 큰 원형에서 조각 모양으로 잘라낸 것은 'petticoat tail', 가장자리를 예쁘게 장식한 작은 원형의 것은 'round', 가장자리를 장식한 타원형은 'oval'로 부릅니다. 이 네 가지가 기본형을 이루고, 그밖에 크리스마스 때는 별 모양, 트리 모양, 동물 모양 등을 찍어 특별판을 구성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또 스코틀랜드 품종의 귀여운 개 'Scottie dog' 모양도 다 냅니다[아래]. 

 

 

 

 

 

 

 

 스코틀랜드의 마스코트 스코티 도그

 

 

 

 

 

 

 

 


과자 두 쪽만 든 작은 포장의 쇼트브레드는 아마 여행중이나 이동중에 간단하게 티타임을 즐길 수 있도록 고안해낸 상품인 듯합니다. 우리나라에 커피 자판기가 있듯 영국에는 홍차 자판기가 있어 동전만 있으면 어디서나 홍차를 즐길 수 있습니다. 만일 건물 안에 간이 카페테리아가 있다면 종이컵과 마음에 드는 티백을 하나 골라 계산한 뒤 뜨거운 물을 부어 가지고 나오면 됩니다. 계산대 옆에는 홍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작은 포장의 비스킷이나 머핀, 케이크 등을 올려놓기도 하는데, 이때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이 낱개 포장의 쇼트브레드입니다. 격식을 갖추지 않은 일상의 간단한 티타임에는 스콘과 샌드위치를 생략하고 대개 비스킷 한두 쪽만 올리곤 하는데, 우리 한국인도 잘 아는 다이제스티브와 이 쇼트브레드가 단골로 올라옵니다. 둘 다 영국의 '국민 비스킷'입니다. ■ 

 

 

 

 

 

 

 

 <더치 오리지날스>의 유기농 쇼트브레드. 

맨 오른쪽 당절임 생강 든 제품, 기똥차게 맛있다.

 







 아가들용 쇼트브레드 

<Artisan Biscuits> 사의 'Two by Two'.

 

 

 

 

 

 

 

 같은 회사의 어른들용 과일맛 쇼트브레드

 

 

 

 

 

 

 

 쇼트브레드는 치즈케이크 바닥 재료로도 쓰인다.

 



☞ 우리나라 치즈 업계의 행태
☞ 궁극의 쇼트브레드
☞ 영국의 클래식 티타임 비스킷들
 과자를 통해 살펴본 유럽 3국의 미감과 국민성
☞ 유럽연합 국가들의 대표 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