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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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차에 잘 어울리는 간식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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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2009. 12. 9.

 

 

 


차는 마시고 싶은데 깡차만 마시기는 허전하고, 그렇다고 빵·과자·케이크처럼 배 부르게 하는 것을 먹고 싶지는 않을 때, 이럴 때 곁들일 수 있는 차음식으로는 무엇이 좋을까?


알 만한 분들은 다 아시리라. 뜨거운 커피나 홍차에 쵸콜렛을 곁들이는 것은 카페인 수치를 다소 높일진 몰라도 미감으로 치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쵸콜렛 한 조각 천천히 씹어 삼킨 후 홍차 한 모금 입안에서 우물거려 보라. 어떤 여인들은 쵸콜렛 삼키는 순간이 오르가즘보다 낫다고 말할 정도다. 쵸콜렛은 가급적 낱개 포장된 것이 좋다. '옷 벗기는' 즐거움에, 담았을 때 폼도 더 나고 양 조절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쵸콜렛·향초·접시-불량소녀 님 기증]

 

 






 


반면, 요즘 같은 더운 계절에 펄펄 끓는 물로 우린 홍차를 마신다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니 이럴 땐 차라리 녹차를 마시는 편이 현명하겠다. 홍차는 몸을 데우고 녹차는 몸을 식히는 성질이 있다 하니 가을·겨울에는 홍차를, 봄·여름에는 녹차를 즐기는 것도 다양한 차생활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봄에 녹차와 함께 꽃차를 즐기는 분들도 더러 계시는데, 낭만적이지 않은가. 마음이 헛헛한 가을에는 깊고 구수한 우롱차를 즐겨 보시는 것도 좋겠고.


늘 선선한 영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찜통 더위의 여름을 자랑하는 한국에서는 차를 냉침해서 드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 것 같다. 그런데 차를 너무 차갑게 해서 마시는 것은 여자들한테 그리 권장할 만한 방법이 못 된다 한다. 위 기능도 떨어뜨리고 신장의 모세혈관(사구체)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나.


얼마 전 젤리 선물을 받고 깨달은 건데, 깍쟁이처럼 깔끔한 녹차를 마실 때 한과말고도 알록달록 풍부한 과일맛 젤리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 아이들 간식거리인 줄로만 알았던 젤리가 질겅질겅 꼬들꼬들 오돌오돌 씹을수록 매력적. 내 어릴 적 먹던 매가리 없는 젤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러고 보니 우리 권여사님은 아직도 지렁이 모양 젤리를 제일 좋아하신다.

"어머 징그러! 꺄르륵" 하시며 잘도 드신다는;;

사진에 있는 것은 독일에서 건너온 유명한 하리보HARIBO 젤리. 곰돌이 모양 젤리가 아마 이 회사 제품에서 비롯되었다지? [젤리·녹차-가필드 님 증정]

 







 


이도저도 번거롭고 차음식 내는 일조차 귀찮을 때, 그럴 땐 그저 초 한 자루 가져다 켜놓고 깡차를 마시는 게 최고다. 너울거리는 불꽃을 보며 초점 흐린 멍한 눈으로 잠시 무념무상에 빠져 보는 것 역시 정신을 쉬게 하는 좋은 방법.


그나저나, 누군가가 "빨리 망하려면 오디오에 취미 들이고, 천천히 망하려면 카메라에 취미 붙이라." 말했다던데, 그 '카메라' 자리에 '차'를 넣어도 될 것 같다. 계절 따라 분위기 따라 촛대도 바꿔 줘야 한다는 생각에 이 좁아터진 집에 벌써 촛대만 십여 개다. 초도 색깔별로 몇 자루 사서 쟁여 놓았다. 그래도 초를 켜 두면 마음이 왠지 따뜻해지고 풍요로워 단것을 덜 먹게 되니 나름 다이어트의 효과가 있긴 하다. 아깝지 않은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