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차와 과자, 치즈와 조제고기, 음식과 그릇, 음식우표, 음악, 영국 이야기

[집에서 즐기는 아프터눈 티] 내 생일

댓글 6

차나 한 잔

2010. 6. 13.

 

 

 

다쓰베이더:
이번 마나님 생일에는 찌질한 것들은 사다 쓰고 가장 난이도 높은 한 가지에 집중하기로 하였소.

 

마나님:
(호기심에 눈이 반짝) 그게 무슨 소리요? 가장 난이도 높은 한 가지란?

 

 

 

 

 

 

 



만날 보는 샌드위치 따윈 수퍼마켓에서 사다 쓰고

 

 

 

 

 

 

 

 

 

영국의 바노피 타트banoffee tart 역시 사다 쓰고

 

 

 

 

 

 

 

 

 

테크닉과 노하우가 좀 필요하다는 저 프렌치들의 에끌레어eclairs에 올인하겠다, 이 말씀. 오븐 속에서 한껏 부풀고 있는 슈를 보는 게 그 어떤 것보다도 떼라퓨틱하다는 다쓰베이더.

 

냄비에 달달 볶은 반죽, 짜주머니에 넣어 짜주고심혈을 기울여 일정하게 짠 반죽, 포크로 죽죽 줄 그어 주고잘 부풀어 오를 수 있도록 오븐에 넣기 전 물 스프레이 칙칙 뿌려 주고 잘 구워진 슈는 식힌 후 똥꼬 푸욱 찔러 정성껏 만든 딸기 크림 채워 주고남은 딸기는 도깨비 방망이로 윙윙 갈아 퓨레 만들어 끼얹어 주었다고 한다.

 

팽창제 없이 저 혼자 잘도 부푼 슈 페이스트리:

익반죽을 잘 해야 한단다.

 

색소 안 넣고도 고운 빛깔 잘도 낸 딸기 퓨레:

딸기가 빠알갛게 잘 익어 맛있어야 한단다.

 

딸기 과육 송송 박힌 부드러운 마스카포네 치즈 충전물:

생크림 대신 마스카포네 치즈를 써야만 더욱 깊고 진한 맛이 난다 한다.

 

제철 과일을 썼으니 돈도 많이 안 들인 탁월한 메뉴다. 현명하다.

 

 

 

 

 

 

 

 

 

오늘은 웬일로 꽃도 다 있다. 코리안더(고수) 잎은 즐겨 먹어도 꽃을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먹는 속도가 자라는 속도를 못 따라가 종국에는 꼭 꽃을 보고야 만다는 다쓰 부처. 기왕 못 먹게 된 거, 꽃이라도 즐겨 보세.

 

 

 

 

 

 

 

 


금테 두른 푸른 꽃의 본 차이나 티 트리오를 모으고 싶다는 단단을 위해 생일 선물로 인터넷 뒤져 꼭 맞는 찻잔과 앞접시를 주문해 놓았다. 한화로 만 얼마쯤 줬다고 한다. 남이 쓰던 거라 군데군데 낡았지만 이런 게 또 빈티지의 매력 아니겠나. 백스탬프 추적을 해보니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지만 대략 1947년부터 71년 사이에 생산되던 찻잔이다. 71년에 생산됐다손 치더라도 어쨌거나 다쓰베이더보다 나이가 많다. 형님~ 굽실굽실

 

이제부터는 나이 먹는 것 슬퍼하지 않고 감사하며 살기로 했다. 칠순의 어느 멋쟁이 왕언니께서 은발이 아름답다는 후배들의 감탄에 이렇게 대꾸하셨다 한다. "아 글쎄, 이 은발을 만드는 데 70년이나 걸렸다니까."


가는 세월 막을 수 없다 하니 어차피 늙는 거 나도 멋지게 늙고 싶다. 수고 많으셨소, 영감. 하나같이 아주 맛났다오. 올해 찻상도 별 다섯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