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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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들처럼 우아하게 홍차 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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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2010. 7. 2.

 

 

 

 


결론부터 말하자면, 환상에서 깨어나시라.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이런 식으로 홍차를 마신다. 머그 한 가득 수퍼마켓 밀크티용 티백 우린 것에 비스킷 한 조각이 전부로, 비스킷도 꼭 한 개만 달랑 내서 먹는다. 한번은 영국인 노인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손님인 나더러 아예 자기 집 과자통에 손을 넣어 알아서 비스킷을 꺼내 먹게 해 속으로 킬킬 웃은 적도 다 있었다. 영국의 여염집에 하나씩 있게 마련인 과자통은 아래 사진과 같이 실내용 작은 쓰레기통처럼 생겼다. 시적인 맛은 좀 떨어져도 나는 록앤록 같은 밀폐용기를 선호한다. 과자는 바삭해야지, 암.

 

 

 

 

 

 

 

 


비스킷은 대개 위에서 내려다본 찻잔과 같은 동그란 형태를 선호하는데,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아무래도 열량이 적은 오리지날 다이제스티브. 좀 더 사악하게 티타임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한쪽 면에 쵸콜렛이 발린 쵸코 다이제스티브를 쟁이기도 한다. 사진의 할머니가 드시는 비스킷은 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맥비티Mcvitie's 사의 귀리 비스킷인 '홉놉스hobnobs'인 듯?) 영국의 수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비스킷이다. 수퍼마켓 과자 코너는 크게 감자칩, 와인 파티나 콕테일 파티용 짭짤한 까나페 과자, 치즈나 수프용 크래커, 티타임용 단 비스킷으로 구분된다. 놀랍게도 전국민의 소중한 티타임을 위해 티타임용 과자나 케이크에는 VAT를 매기지 않는다고. 예전에 써 둔 티타임용 과자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걸어 둔다.

☞ "세금 못 내!" - 자파 케이크 이야기

 

결론은, 영국인들의 티타임은 소박하기 그지 없다는 것. 달그락 경쾌한 소리나는 금테 두른 본차이나 찻잔 따위는 거창하게 손님 치를 때나 겨우 낼까말까다. 그래도 자기 집에 무언가를 고치러 온 사람들, 예를 들어 보일러공이나 배관공 같은 수리공들에게 일하는 중간이나 끝에 꼭 머그에 담은 밀크티 한 잔과 비스킷을 내주는 훈훈한 풍습이 있긴 하다.

 

우리 빌라 1층에 사시는 할머니를 3층인 우리 집에서 몰래 내려다보며 담아 본 사진인데, 몸이 불편해 거동이 어려우신지 외출은 거의 안 하시고 햇볕 좋은 날 저렇게 공용 잔디밭에서 일광욕 하며 책을 읽으신다. 의외로 수줍음 타는 단단, 몇 번을 망설이다 용기를 내어 갓 구운 마들렌을 갖다 드린 적이 있다. 맛있게 잘 구워졌는지 자신이 없었는데 "Beautifully done!" 하며 호들갑을 떨어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