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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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 - 소위 <푸드 프리젠테이션>이란 것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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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2010. 7. 13.

 

 

 

 

 

마카롱을 다 구웠습니다. 영어로는 '마카루운macaroon'이라고 발음합니다. 재료, 공정, 모양, 질감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영국에서는 프랑스 마카롱도 그냥 '마카루운'으로 통일해 부릅니다.

 

구워 보니 재료는 단순하지만 굽는 데는 노하우가 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노하우는 레서피에 잘 나와 있지 않으므로 몇 번 망치면서 터득할 수밖에요. 단단은 운 좋게도 두 번만에 성공했습니다. 다음 번엔 또 실패할지 모르니 매번 겸손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홈베이킹은 인격 수양에도 도움이 됩니다. (갑자기 도자기 굽는 우리 둘째 오라버니 생각이 납니다.)


구울 때 레서피를 정확히 따라야함은 물론이요, 온도 조절과 판 선택도 잘 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자기 오븐의 성격을 철저히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제 아무리 초강력 논스틱 철판을 쓰더라도 이런 머랭류의 과자를 굽고 나면 쩌억 달라붙기 마련이므로 놀라운 성능의 보조 매트도 필요합니다. 악필도 붓을 가리고 명필도 붓을 가립니다. 스위스 시계 명장이 아무 도구나 가지고 명품을 만들지는 않지요.


마카롱을 놓고 오늘은 푸드 프리젠테이션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귀차니스트인 단단, 이런 작은 과자 따윈 찻잔 받침 한쪽에 '척' 걸쳐 놓고 먹는 악습이 아주 몸에 뱄습니다(위 사진). 게으릅니다. 무미건조합니다. 이런 찻상에서는 에스쁘리도, 시詩적인 맛도, 예술성도 느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센스 좀 있는 분들은 별도의 접시에 이렇게 예쁜 도일리라도 한 장 깔고 담기 마련입니다. 이런 분들은 (조잡하지 않은) 소품 활용도 아주 잘 하시죠. 솜씨 좋은 분들이 하도 많아 단단은 누리터를 다닐 때마다 많은 것을 배웁니다.

 

한편, 요즘 푸드 스타일링 하는 분들은 뭐든 높이 쌓는 걸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분들처럼 마카롱을 차곡차곡 높이 쌓아 보려 했으나, 행여 와르르 무너지면서 금이라도 갈까 두려운 마음에 그만두었습니다. 마카롱이 좀 허약 체질이거든요.

 

 

 

 

 

 

 

 

 

이건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 비스무리하게 담아 본 것. 마카롱을 이런 식으로 담아 낸 걸 실제로 본 적이 있어 흉내를 한 번 내보았습니다. 마카롱이 굴러 도망가지 않도록 '샌드' 할 때 썼던 크림으로 접시에 고정시키면 됩니다. 과자 하나라도 이렇게 담아 먹으면 기분학상 쫌 낫지 않겠습니까.

 

푸드 스타일링 하시는 분들께 바라는 점이 한 가지 있다면, 예쁘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음식 위에 먹지도 못하는 것들은 제발 올리지 말아 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대표적인 예로 케이크나 타르트 위에 다 쓰고 난 바닐라 꼬투리pod 올리기, 딸기 꼭지째 올리기 등을 들 수 있지요. 빨강-초록 색상 대비도 좋지만 딸기를 쓰실 때는 꼭지 좀 떼고 써 주세요. 꼭지째 올라오는 딸기는 위생면에서도 좋지 않습니다. 정 초록색이 필요하다면 먹을 수 있는 민트잎을 쓰면 될 일입니다.

 

또 한 가지. 레서피에는 분명 굽거나 익히도록 돼 있는데 '사진발'을 위해 재료를 생으로 그냥 얹을 때도 있더군요. 소스가 흥건히 생기는 요리는 깔끔하게 보이려고 아예 주재료 따로 익히고 소스 따로 만들어 사진 찍기 직전에 슬쩍 합쳐 주기도 하고요. 다 티납니다. 우리 주부님들, '레서피 대로 따라했는데 내 건 왜 사진처럼 멋지게 보이지 않는 걸까' 고민하잖아요.


이상 푸드 프리젠테이션에 관한 어느 더운 여름 날의 짧고 까칠한 고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