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차와 과자, 치즈와 조제고기, 음식과 그릇, 음식우표, 음악, 영국 이야기

장미를 주제로 한 낭만적인 찻상

댓글 0

차나 한 잔

2010. 7. 28.

 

 

 

 

 

영국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한국과 반대입니다. 이들은 우선 아파트 같은 공동 주거 형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타워팰리스 같은 고층 건물은 제아무리 고급으로 지었다 해도 이들에게는 악몽 그 자체입니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명품 가방이나 유명 브랜드 옷 따위를 걸치고 다니는 것도 진부한 일로 치부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사실도 모른 채 단단은 백인들에게 무시 당하지 않으려면 좋은 옷, 좋은 가방으로 잘 치장하고 다녀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품고 명품 옷 바리바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벌) 싸들고 영국 땅에 발을 디뎠는데, 웬걸요. 이런 옷들은 이제 하는 수 없이 집에서 실내복으로나 입는걸요. 남 주자니 아깝고 나중을 위해 고이 모셔두자니 인생은 짧고 말이죠.

 

영국에서는 런던 같은 대도시보다는 시골로 갈수록 모든 것이 더 '럭셔리'해집니다. 신기하죠? 보통의 영국인들에게 코츠월드Cotswold의 동화 속 그림 같은 시골 마을에 산다는 건 엄두도 못 낼 일이라고 합니다. 집 값이 어마어마하니까요. '시골풍 = 날것스러움, 촌스러움, 불편함'이라는 등식은 영국에서는 안 통합니다. 가장 영국적인 것을 보려면 런던이 아니라 시골을 가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단단은 영국 온 지 1년이 지나서야 이런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때까지는 무조건 런던이 최고인 줄 알았지요. 가깝게 지내는 영국 노인 한 분은 이 단단이 런던에 사는 것을 늘 안타깝게 여기셨습니다. 영국의 참모습을 보지 못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까 봐요. 지금이야 런던에서 벗어난 곳에 살고 있지만 지금 사는 곳도 시골은 아닙니다. 이 곳 역시 도시이지만 런던보다는 녹지가 훨씬 많고 예쁜 단독주택도 많습니다. 동네 산책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어요. 길가에 꽃과 나무도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얼마 전 영국의 유명한 음악축제인 <비비씨 프롬스BBC Proms>가 시작됐는데, 집 근처에 나무가 많다 보니 덩달아 새도 많아 시청할 때마다 새소리 때문에 음악이 안 들릴 정도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머리말은 여기까지 풀고 시골 얘기를 꺼냈으니 오늘은 시골풍 찻상을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찻상은 장미를 주제로 한 빈티지한 로맨틱 찻상입니다. 옛날 잡지를 뒤적이다가 멋진 찻상을 발견하고는 눈이 '번쩍'해서 올려 봅니다. 뭐, 옛날 잡지니 문제 없겠지요. 장미 그림 찻잔들만 모아 소위 '믹스 앤드 매취'를 한 경우입니다. 빈티지 비스킷 깡통도 예쁘죠?

 

 

 

 

 

 

 

 


이건 찻상 전체를 담은 모습입니다. 영국인들은 세상의 꽃이란 꽃은 모두 다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장미를 좋아하는 것 같고, 장미도 꼭 저렇게 활짝 다 핀 것들을 좋아하더라고요. 장미 종자도 얼마나 다양한지 모릅니다. 찻상 위에 얼마 전에 소개해 드렸던 빅토리아 샌드위치도 보이고 컵케이크도 보입니다. 영국에서는 컵케이크라 하지 않고 '페어리케이크fairy cake'라는 예쁜 이름으로 부릅니다. 영국인들은 산더미처럼 색소크림 짜 올린 덩치 크고 요란한 미국식 컵케이크가 자기들의 작고 아담한 페어리 케이크를 몰아내고 있다고 개탄을 하곤 하죠.

 

 

 

 

 

 

 



찻잔이나 저그, 아이스크림컵 등에 장미를 담았습니다. 꽃병 없이도 멋지게 테이블을 꾸밀 수가 있죠. 홍차 깡통을 활용하는 것도 많이 보았습니다. 홍차인들은 티틴을 깡통이라 부르면 질색들을 하시지만 저는 꿋꿋이 깡통이라 부릅니다.

 

 

 

 

 

 

 

 

 

찻상말고 집의 다른 곳들도 찬찬히 살펴봅니다. 저 장미 그림처럼 특정 무늬가 그려진 용품만 수집하는 사람들이 영국에는 아주 많습니다. 영국이란 나라는 모든 종류의 강박증 환자들의 집합소라고 보시면 됩니다. 은퇴한 노인들 중에는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하루종일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세거나 정차하는 기차를 세는 분들이 꽤 있는데, 관찰한 것을 토대로 아예 운행 시간표까지 만들어 요일별로 맞나 틀리나 확인까지 합니다. 형광펜으로 줄까지 그어 가면서요.

 

 

 

 

 

 

 

 


장미 액자 수집한 것 좀 보세요. 미국의 바비 인형이 지나치게 상업적이다 욕 해 대면서도 세계 최다 바비 인형 수집가는 어쨌거나 영국인입니다. 지난 번 상하이 만국박람회 때 지었던 ☞ 영국관 기억하는 분 계세요? 지구상의 온갖 식물들의 씨앗을 ☞ 거기 다 모아 가둬 놓았다고 하죠. 하여간 신기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입니다. 영국 살면서 영국인들의 이런 기질에 아직도 놀라곤 합니다. 영국에 10년째 살고 계신 한국 분 말씀으로는 아직도 놀라신다네요. 이런 성향이 바로 온갖 사전과 도서관과 미술관과 박물관을 만들어 내는 것이겠지요.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홍차의 나라, 아니, 홍차 마시는 수집가의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