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차와 과자, 치즈와 조제고기, 음식과 그릇, 음식우표, 음악, 영국 이야기

홍차 소분의 달인

댓글 0

차나 한 잔

2010. 8. 19.

 

 

 

 

 

생일도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느닷없이 소포가 배달돼 왔습니다. 미스Miss도 미시즈Mrs도 아닌 미즈Ms 호칭까지 정확히 쓴 걸 보면 틀림없이 불량소녀 님의 만행입니다. 보낸 이와 주소를 확인하고는 신나서 포장을 뜯으려는 순간,

 

 

 

 

 

 

 

 


아니? 다쓰베이더와 단단이 젤루 좋아하는 로빈Robin이 아닙니까! 아침에 로빈이를 보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습니다. 짜리몽땅 통통한 것이 꼭 단단 같습니다. 한국 가면 이 로빈이들이 가장 그리울 것 같습니다. 포장을 뜯어 봅니다.

 

 

 

 

 

 

 

 


밀크티의 제왕이라는 <요크셔 골드> 티백을?
영국 수퍼마켓에 널린 게 이 요크셔 골드 티백인데, 왜 미국에서 이걸 보내셨을꼬? 현명하기 짝이 없는 불량소녀 님께서 그런 소모적인 일을 하실 리 있겠습니까. 투명스카치 테잎이 상자에 둘러진 걸 보니 단지 상자로만 활용한 것뿐이고 내용물은 다른 것이겠지요. 그런데 미국에는 티백이 겨우 40개 든 제품도 다 있나 봅니다. 여기 영국에서는 기본이 80개, 160, 240, 480개들이도 흔합니다. 역시 영국이죠. ㅋㅋ


 

 

 

 

 

 

 

 

얏호~ 다양한 소분 홍차 is to 홍차인 what 과자종합선물세트 is to 초딩.
중고딩 시절에 달달 외웠던 구문을 활용해 보았습니다. 영국 와서는 당최 써 본 일이 없군요. 은박 봉투에 담아 다리미로 지지기까지 하신 걸 보니 불량소녀 님의 홍차 소분은 이제 달인의 경지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홍차 값이 워낙 비싼데다 공기까지 습하다 보니 은박 봉투에 소분해서 보관하는 것이 홍차인들 사이에선 아주 흔한 일입니다. 반면 영국에서는 홍차 값은 싸고 은박 봉투 값이 비쌉니다. 여기서는 그저 록캔록 밀폐용기 하나면 족합니다. 이곳에서는 모든 포장재 값이 상상 초월로 비싸기 때문에 단단은 선물 받을 때 생긴 뽁뽁이와 포장지를 잘 모아 두었다가 다시 쓰곤 합니다.

 

투명 비닐 소분도 있네요. 예쁜 손글씨로 이름까지 다 써서 붙이셨습니다. 미천한 이 단단을 위해 저런 고학력자 유명인이 이런 수고를 다 하셨다 생각하니 감동의 물결이 또 텍사스 소떼처럼 밀려옵니다.

 

 

 

 

 

 

 

 

 

이건 또 뭡니까? 켁켁  >_<
하여간 불량소녀 님 덕에 젊게 살아요. 기념으로 머핀 구워 또 찻자리 한번 가져야지요. 보내 주신 홍차 중 <Harney & Sons - Hot Cinnamon Sunset> 일명 '수정과 홍차'를 우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으악, 죠스다!
          ↓

 

 


오늘의 머핀 재료:

밀가루, 버터, 우유, 달걀, 설탕, 소금, BP, 커피, 계피, 바닐라 익스트랙트, 쵸콜렛 칩. 끝.

 

차와 머핀의 궁합이 아주 좋습니다. 음식에 와인 맞춰 주는 소믈리에처럼 차와 차음식 맞춰 주는 티믈리에(?)나 할까 봐요. 그나저나 이 수정과맛 홍차는 우리 한국 정부에 로얄티를 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뜨끈한 수정과를 마시니 좋습니다. 불량소녀 님, 보내 주신 귀한 차들 감사히 잘 마시겠습니다. 미국엔 정말 별의별 차가 다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