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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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톨렌 - 독일인들 다시 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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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2011. 1. 4.

 

 

 

 

계속해서 각국의 크리스마스 단것들을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독일의 슈톨렌Stollen 차례입니다. 제목에서 이미 눈치 채셨겠지요. 독일인들 다시 봐야겠습니다. 너무 맛있어요, 너무 맛있어. 슈톨렌 드셔 보셨던 분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원래 이렇게 맛있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고급 수퍼마켓에서 사 와서 그런 걸까요? 슈톨렌의 재료와 공정은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온 아래의 사진을 참고하십시오.

 

 

 

 

 

 

 

 

 

유럽의 크리스마스 빵과자들이 으레 그렇듯 재료는 다들 비슷비슷합니다. 반죽에 건과일, 또는 설탕이나 시럽에 투명해질 때까지 절인 꾸덕꾸덕한 과일 절임candied fruits을 넣고 이런저런 향신료를 첨가합니다. 아몬드 페이스트인 마지판marzipan이 반죽 속에 들어가기도 하고요. 맛과 향은 여느 크리스마스 단것들과 비슷하게 납니다.


차이는 바로 식감에 있습니다. 이 슈톨렌은 아주 흥미로운 식감을 가졌어요. 겉에 잔뜩 묻은 분말 설탕icing sugar 때문에 한입 베어물면 먼저 화한 느낌이 나면서 사르르 녹습니다. 곧바로 발효빵의 깊은 맛이 따라오면서 속에 든 촉촉해진 과일들과 살살 녹는 마지판의 식감이 감동을 더해 주고요. 분말 설탕 때문에 기침이 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미 숙성할 대로 숙성해서 설탕이 슬러쉬slush처럼 진득해져 있었습니다. 안에 든 충전물들은 빵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어우러져 있었고요. 전체적으로는 아주 촉촉하면서 몇 번 씹기만 해도 다 녹습니다.


위 사진에 있는 건 먹기 좋도록 핑거 샌드위치 모양으로 처음부터 잘라서 나온 제품이고 원래는 아래와 같이 생겼습니다. 꼭 저렇게 생긴 칼로 잘라 먹어야 하고, 사진에는 두껍게 잘려 있지만 최대한 얇게 잘라 먹어야 또 제맛이랍니다. 원, 까다롭기도 하지요.

 

 

 

 

 

 

 

 

 

어떤 형태든 간에 생긴 건 참 못 생겼지요. 이런 형태를 하게 된 것은 포대기에 싸인 아기 예수를 상징하기 위한 거라는군요. 그러고 보니 비슷해 보입니다. 겉에 분말 흰설탕을 입히는 것은 현대에 와서 생긴 관습으로 보이는데, 이제 아기 예수는 순결한 흰 포대기에 싸이게 된 거죠. 화이트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좀 나고요. 아기 예수와의 연관성 때문에 'Christstollen'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어느 회사든 만들어 팔 수 있지만 드레스덴의 것이 명물로 통한다고 합니다. 이를 위한 장이 따로 열리고 슈톨렌 아가씨도 뽑는 등 별별 기념 행사들이 다 열린다고 하네요.

 

 

 

 

 

 

 

 

올해의 슈톨렌 아가씨.

어따, 그 아가씨 토실토실 참말 예쁘구먼.

 


이 슈톨렌이 공식적으로 문서에 등장한 것은 15세기라 하는데(백과사전마다 죄다 년도가 다르니 15세기라고 뭉뚱그려 말하는 게 안전), 애초에는 'Striezel'로 불렸다 합니다. 유럽인들의 크리스마스 단것들은 어째 다들 이리 오래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영국의 민스 파이 역시 중세 십자군 원정 시기(1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거든요.


오리지날 슈톨렌은 그리 즐길 만한 맛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효모, 소금, 유지도 없이 밀가루, 귀리oat, 물이 재료의 전부였다 하니까요. 시간이 흘러 차츰 성탄절용 음식으로 바뀌면서 여기에 오일과 소금이 들어가고 부풀릴 수 있는 효모가 추가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크리스마스 전 대강절Advent 기간에 금식을 했다는데, 이 기간에 빵을 만들 때는 버터 사용을 금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오로지 밀가루, 효모, 물, 오일, 소금이 재료의 전부였으니 식감은 다소 폭신폭신해졌을지 몰라도 이 역시도 썩 즐길 만한 맛은 아니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지요. 작센 공국의 프린스와 듀크가 교황에게 최초의 탄원을 하고 40년이 지나서야 슈톨렌에 버터를 쓸 수 있게 되었다 하는데, 당시 승인을 담았던 편지는 역사가들 사이에서 'The Butter Letter'라 불린답니다. 
교황한테 버터 쓰는 것까지도 허락을 받았어야 했다니 루터가 분통 터뜨릴 만합니다. 그밖에도 이 슈톨렌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으니 읽어 보십시오. ☞ Stollen

 

 

 

 

 

 

 

 


오늘의 홍차는 <위타드 오브 첼시Whittard of Chelsea>의 크리스마스 홍차입니다. <포트넘 앤드 메이슨>의 크리스마스 홍차보다는 카리스마가 좀 떨어지긴 하나 코코 닙스 대신 바닐라 조각이 들고 생강 대신 정향clove이 들어 매운 맛은 덜하고 단맛이 좀더 납니다. 어느 것이든 슈톨렌과 잘 어울립니다. 내년 크리스마스 때는 근사한 빈티지풍 깡통에 든 드레스덴 슈톨렌이나 한 통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드레스덴에서 열리는 슈톨렌 축제의 공식 ☞ 누리집을 걸어 놓을 테니 가서 사진 구경들 해보십시오. 대문에 있는 슈톨렌 아가씨의 얼굴을 클릭하면 사진들이 나옵니다. 여러분이 사진 구경하실 동안 저는 마저 냠냠 하겠습니다.

 

 

 

 

 

 

 

 

야아, 탐난다, 깡통.

이렇게 얇게 썰어야 한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