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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바자르에서 온 터키 찻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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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있는 사물

2011. 12. 16.

 

 

기회주의자 단단은 얼마 전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님께서 터키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는 정보를 입수하였습니다.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도 분명 일정에 있으렷다, 기회는 찬스로구나, 싶어 까도남 님께 간곡한 부탁을 드렸습죠. (찬스 → 그러고 보니 영국 발음.)

 

그랜드 바자르에 가시걸랑 부디 이 불쌍한 유학생을 떠올리시고 터키 찻잔 '차이 바르닥çay bardağı'으로 적선 좀 해줍쇼~
굽실굽실

 

저기, 차이 바르닥은 여섯 개가 모여 한 조가 되는 모양이니, 적선하시려거든 한 개 말고 최소 여섯 개는 사다 줍쇼~
굽실굽실

 

아참, 오합지졸 찻잔들만 있으면 기강이 안 서니 반드시 찻주전자도 같이 사다 줍쇼~
굽실굽실

 

여섯 개나 되는 찻잔과 찻주전자를 어디에 보관하리이까, 기왕 사다 주실 거 쟁반도 같이 사다 줍쇼~
굽실굽실


그리하여 생긴 터키 티 세트.

 

 

 

 

 

 

 



크어, 근사하지 않습니까? 

권여사님의 터키 찻잔을 마냥 부러워하던 단단이었는데, 이제는 권여사님이 거꾸로 단단을 부러워하게 되었으니 과연 '인생지사 새옹지마'입니다.

 

 

 

 

 

 

 



저 찻주전자가 작아도 얼마나 알찬지 모릅니다. 무게가 보통이 아녜요. 당분간 식탁 위에 올려 놓고 감상하기로 했는데, 그 찬란한 위용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마치 이집트의 태양을 통째로 식탁 위에 옮겨놓은 것 같다고나 할까요. 식탁에 앉아 공부하다 말고 넋을 놓고 바라보곤 합니다. 출구가 막혀 있는 걸 보니 장식용인 모양입니다. 찻잔에 딸려 온 유리 재질의 티 스푼 여섯 개를 넣어 보관하면 딱 좋습니다.

 

 

 

 

 

 

 



색상은 초록, 빨강, 파랑, 분홍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감각파 까도남 님께서 영롱하고 화사한 분홍색으로 보내 주셨습니다. 터키 티 세트를 구입하실 때는요, "나는 점잖은 사람이니 무난하고 아무데나 잘 어울릴 것 같은 무색 투명 잔을 사야지." 하지 마시고 최대한 화려한 것으로 사십시오. 화사하고 럭셔리한 맛이 좀 있어야 이국 취향을 한껏 즐기는 기분이 나는 겁니다. 
보세요, 예쁘잖아요.

 

 

 

 

 

 

 



햇빛 들어오는 시간을 기다렸다 찍어 보았습니다. 번쩍번쩍. 눈이 다 부십니다.

 

 

 

 

 

 

 



제대로 기분 좀 내 볼까요? <위타드>의 '터키쉬 애플 티'입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타드 숍이 있어 운동 삼아 걸어다니곤 합니다. 터키쉬 애플 티는 설탕 함량이 90%가 넘는 인스탄트 분말차.;; 칼로리 생각지 않고 기왕 먹기로 결심하셨다면 설탕의 질을 따져 보는 것이 좋아요. 위타드의 터키쉬 애플 티는 사탕무가 아닌 사탕수수 설탕cane sugar을 씁니다. 터키 현지에서 사는 것보다 나을지 모르죠. 200ml 물에 분말 20g 녹여 다쓰베이더와 둘이 나눠 마시면 한 사람 당 100ml, 터키 찻잔으로는 한 잔 반 정도 마시게 되는데, 적은 양으로도 기운을 북돋우고 피곤을 푸는 데 손색이 없어요. 어찌나 새콤달콤한지, 졸음 솔솔 오는 나른한 오후, 저 예쁜 잔에 담아 홀짝이면 정신이 버쩍 납니다.

 

 

 

 

 

 

 



영롱한 그림자. 

보석이 따로 없죠.

 

 

 

 

 

 

 



까도남 님은 일흔이 넘으신 멋쟁이 신사분이십니다. 여섯 개나 되는 찻잔과 받침, 납덩이처럼 무거운 찻주전자, 지름 30cm가 넘는 쟁반까지 챙겨 오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을 거예요. 그저 성은이 망극할 따름입니다. 아끼지 말고 열심히 써야겠습니다. Alla Turca! 
(→ 한 잔 마시고 나서 기분 좋아진 단단,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터키 행진곡 폭풍 연주.)


사진으로나마 그랜드 바자르 구경하실 분들은 여기로. 

Grand Baza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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