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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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이국 향신료 팍팍팍, 진저브레드 비스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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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2012. 6. 14.

 

 

 

 

 

아니, 요즘 한국이 그렇게 덥다면서요? 믿거나 말거나, 저흰 두꺼운 내복을 입고도 덜덜 떨다 못 견뎌 엊저녁엔 난방을 좀 했습니다. 추워 죽것어요, 아주. 차생활이 다소 단조로워졌습니다. 홍차는 무조건 머그 한가득 담은 수퍼마켓표 종이 티백 밀크티입니다. 우아하게 공부차 우려 '바디감'이 어쩌고 할 계제가 아녜요, 지금.

 

하도 추워 오늘은 매콤한 비스킷으로 몸이나 훈훈히 데워 보세 하고 난생 처음 진저브레드 비스킷을 다 구워 보았습니다. 사람 모양 비스킷 커터가 없어서 크리스마스 땡처리 할 때 사 둔 커터를 썼습니다. 생강가루만 넣으면 매가리가 없으니 이런저런 향신료를 더 넣어 제대로 풍미를 살려 봅니다. 비율은 취향껏 조절하시면 되겠습니다. 단것 싫다고 당밀 양을 줄이면 맛과 향이 제대로 안 나니 너무 줄일 생각 마시고요. 자고로, 차는 씁쓸하고 과자는 달아야 하는 법. 참고로, 영국에서는 당밀을 트리클treacle, 미국·캐나다에서는 몰래시스molasses라고 부릅니다.

 

 

 

 

 

 

 

 


  
재료


무염 버터 60g, 당밀. 골든시럽과 함께 냄비에 녹여서 씁니다.
 당밀black treacle/molasses 50g. 정제·가공하지 않은 원당액. 없으면 머스코바도 설탕을 동량으로 사용하셔도 됩니다.
 골든 시럽 30g. 블랙 트리클만으로 단맛을 내면 쓴맛이 좀 나므로 섞어 씁니다.

 

 생강가루 1작은술. 매콤한 맛을 더 내고 싶은 분들은 양을 늘리셔도 됩니다.

시나몬 가루 1작은술. 생강과는 찰떡 궁합.
 올스파이스allspice 한 알. 한 알만 갈아 넣어도 충분.
 정향clove 한 개. 이것도 풍미를 살리는 데 좋으니 적은 양이라도 꼭 넣으세요. 정향맛 좋아하시는 분들은 더 넣으셔도 됩니다.

 

 소다 1/2 작은술 [1작은술=5ml] 베이킹 파우더말고 반드시 소다.
 중력분 밀가루plain flour 165g



만들기

 

1. 냄비에 버터, 당밀, 골든 시럽, 향신료를 넣고 저어 가며 끓인다.


2끓기 시작하면 불에서 내려 소다와 밀가루 한데 체친 것을 넣고 잘 섞는다.


3가볍게 반죽해 원반 모양으로 만든 뒤 랩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 15-30분간 휴지시킨다. 오븐을 180˚C로 예열한다. 팬 오븐은 160˚C.


4밀가루 뿌린 작업대에 반죽을 올려 5mm 두께가 되도록 민 다음 원하는 모양의 커터로 찍는다. 커터에 밀가루를 묻혀 찍으면 반죽이 덜 달라붙어 작업하기가 수월해진다. [장식용으로 쓰려면 두께를 반으로 줄이고 굽는 시간도 다소 줄이셔야 합니다.]


5달라붙지 않게 조치를 취한 베이킹 트레이에 올려 12-15분간, 혹은 그 이상 굽는다. 집집마다 오븐 성격이 다르니 굽는 시간은 알맞게 조절한다. 낮은 온도에서 오래 구워야 수분이 날아가 바삭하다. 중간에 베이킹 트레이 방향을 한 번 바꿔 주어 골고루 익도록 한다. 다 구운 뒤에는 식힘망에 옮길 생각 말고 베이킹 트레이 위에서 그대로 식힌다. 그래야 부서지지 않고 모양이 예쁘다.


6완전히 식은 다음 장식을 한다. 끝.

 

 

 

 

 

 

 



크리스마스가 아니니 아이싱 작업은 생략하고 그냥 꼬챙이로 구멍이나 숭숭 내 소박하게 꾸며 보았습니다. 쇼트브레드보다 밀크티에 훨씬 더 잘 어울리는데다 버터 양도 적고 달걀도 안 들어가 재료비도 저렴합니다. 다쓰 부처는 현재 이렇게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진저브레드 비스킷의 역사
진저브레드만큼 풍부한 역사를 갖는 과자가 또 있을까요? 진저브레드는 세계 각지에서 먹던 건데 이를 모양 낸 바삭한 비스킷으로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은 잉글랜드입니다. 엘리자베스 1세(1558-1603) 때 만찬에 참석한 손님들 형상으로 만들어 내 깜짝 선물을 했다죠. 중세 때는 마상 창 시합joust에 나가는 기사들에게 하트 모양과 방패 모양의 진저브레드를 건넸다고도 하고요. 생강이 귀하던 시절이었기에 진저브레드와 진저브레드 비스킷이 각별한 선물이 될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지금 보약을 먹고 있는 거다
이 진저브레드와 진저브레드 비스킷이 옛 시절엔 약으로도 쓰였다 합니다. 차도 약으로 취급 받던 시절이 있었으니 홍차에 진저브레드 비스킷을 곁들여 먹는 건 옛 사람들이 볼 때 지극히 보약스러운 거지요. 옛날 진저브레드 비스킷 몰드가 요즘 것들에 비해 얼마나 근사했는지 사진 몇 장 올려 드릴 테니 한번 감상해 보세요. 골동품은 현재 몇 개 안 남아 매우 귀하므로 시중에 돌아다니는 물건들은 옛것들을 본떠 만든 레플리카가 대부분입니다. 오늘날의 단순하기 짝이 없는 실리콘 몰드나 플라스틱·스테인레스 스틸 커터와 비교해 보면 이것도 넛크래커와 비슷한 형국이라 옛날 물건들이 훨씬 정교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왕족, 귀족, 평민 등의 인물을 담은 건 영국의 '진저브레드맨 비스킷'이고,

 

 

 

 

 

 

 

 

 

 

 

 

성 니콜라스 모양을 한 건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스페퀼로스speculaas 혹은 스페퀼라스speculoos.

영국 진저브레드맨 비스킷에 비해 향신료가 덜 들어간다.

<로투스Lotus> 비스킷이 바로 이것.

 

 

 

 

 

 

 


1807년의 영국 요리책 《A New System of Domestic Cookery》에 실린
진저브레드 레서피. 이국 향신료가 듬뿍.

 

 

 

 

 

 

 

 

2015년 크리스마스용.

장식용은 좀 더 얇고 단단하고 색이 진해야 좋다.

레서피는 ☞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