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차와 과자, 치즈와 조제고기, 음식과 그릇, 음식우표, 음악, 영국 이야기

올 겨울엔 기자님 댁에 녹차 한 통 놔드려야겠어요

댓글 2

차나 한 잔

2012. 6. 20.

 

 

 

 런던 버클리 호텔의 다이아몬드 쥬벌리 기념 아프터눈 티

 

 


친애하는 방문자 여러분.
영어 좀 되십니까?
여기 들어오시는 분들, 듣고 쓰고 말하는 건 어려워도 사전 찾아가며 더듬더듬 읽고 해석하는 정도는 하실 수 있을 거라 전제하고 글을 쓰겠습니다. 오늘 한국의 홍차인·녹차인들을 '깜놀'하게 했던 기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일단, 한국 포털들의 대문을 장식했던 그 기사를 BBC와 Daily Mail 원문으로 한번 보십시오.
☞ Male tea drinkers 'at greater risk of prostate cancer'
☞ Seven cups of tea a day 'raises risk of prostate cancer by 50%'

 

 

'프로스테이트 캔서prostate cancer'는 남성분들이 잘 걸리는 '전립선암'을 뜻합니다. 같은 기사를 한국의 한 언론사가 어떻게 전하는지 한번 보시지요.
☞ 녹차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 섬뜩한 결과

 


다쓰 부처는 '한국에서 기자는 아무나 하나 보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잘은 못 해도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야 하는 명분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취직을 위한 스펙 쌓기 일환 이전에 나라 밖 세상 돌아가는 일을 제대로 인지하기 위해서라도 영어를 꼭 '읽을' 줄 알아야 되겠어요. 영어 기사를 보지 못 했을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이 한글 기사를 접하고 얼마나 혼란스러워 했을지는 상상이 가시죠. 영국 기사의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국의 어느 대학 연구팀에서 지난 사십여 년간 6016명의 남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았더니 하루 평균 7잔 이상의 홍차나 녹차를 마시는 이들이 응답자의 4분의 1가량 되었는데, 이들의 전립선암 발생률이 차를 전혀 안 마시거나 적당히 마시는 사람들에 비해 50% 더 높았다.


, 커피, 술, 담배 등의 기호식품 습관이 있는지 물어서 나온 결과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홍차나 녹차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아래와 같은 사실이 원인 중 하나가 될 수는 있겠으나 뚜렷한 상관 관계가 있는지는 역시 확실치 않다.


마시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대개 술, 담배 등을 멀리하고 건강한 식단과 생활 습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아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평균 수명이 길어 그만큼 전립선암에 노출될 확률도 높아진다. 전립선암은 늙을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암이므로.


다가 이 연구에는 가족력이나 기호식품 외의 식습관 역시 고려되지 않았으므로 차가 그 원흉이라고 단정적으로 지목할 단계가 아니다. 겨우 92명의 결과만 갖고 판단하는 것도 다소 무리가 있다.


러니 괜한 호들갑 떨지 말고 일단은 마시던 차 계속 마시면서 추이를 관망하라.

 

 

뭐 대략 이런 내용으로, 전후 사정을 잘 설명해줘야 맞는 거죠. 영국인들은 한국인들처럼 건강 관련 기사에 호들갑 떨지 않습니다. 이걸 'H'일보 기자가 어떻게 전하는지 보셨죠. 내용 연결도 한심하지만 제목 쓴 꼴은 더욱 가관입니다. 가뜩이나 차가 푸대접 받는 한국에서 녹차 농가들 다들 폭삭 망하라고 주문이라도 외는 걸까요? 더욱 못마땅한 것은, 영국 소식은 꼭 <비비씨>나 <타임즈>, <가디언> 같은 정론지가 아닌 <데일리 메일> 같은 황색 언론사 기사들만 갖다 옮긴다는 거예요. 그나마 그것마저도 해석을 제대로 못 하거나 과장해 엉뚱한 소리들이나 해대고 있고요. 녹차 많이 마시면 '섬뜩한 결과'가 온다뇨, 그럼 중국 남자들은 죄다 전립선암 환자게요?


최근 앞다투어 보도했던 한국 언론사들의 아프가니스탄 소녀 이야기는 코메디입니다.

코 잘린 아랍 여성 수술? 한국 언론들만 집단 오보

 

엉터리 해석으로 엉뚱한 소식을 전하는 것뿐 아니라 확인도 안 거치고 외신을 맹신하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한국 언론, 외신 오보까지 앵무새처럼 받아 써... 수치

 

 

휴... 저는 찻물이나 올려 차나 한 잔 더 마셔야겠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손바닥 뒤집듯 나오는 기호식품 건강 관련 연구 보도들도 이제는 지겨워 하품이 다 날 지경입니다. 홍차인 또는 커피인 여러분, 차나 커피가 몸에 안 좋다는 기사가 나면 그간 잘 마셔오던 홍차 커피 갑자기 뚝 끊나요? 그렇지 않죠. 그런 분들은 '홍차인' '커피인'이라 불릴 자격이 없는 거죠.

 

 

 

 

 

 

 

 

규칙적인 성생활은 전립선암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캬핫, 무슨 자사호가 이토록 예술적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