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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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인상적인 비빔밥과 김치볶음밥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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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과 세계 음식

2013. 9. 21.

 

 

 

 

 

 

김원일 선생의 작품 <쑥갓육회비빔밥>입니다. ☞ 해병대 누리집에서 가져왔어요. 이 분이 해병대 출신이라는군요. 원본 사진뿐 아니라 선생의 인생과 요리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으니 잠시 마실 다녀오셔도 좋겠습니다. 해병대 출신 특유의 위풍허풍당당이 느껴지기는 합니다만 이 분의 집념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근사하죠? 육회와 쑥갓, 두 가지 재료가 빚어내는 아주 깔끔하면서도 내공이 느껴지는 비빔밥입니다. 오방색 내기 위해 맛도 없고 흔해빠진 달걀 지단과 당근채 따위나 올릴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줄 수 있게끔 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성이 뚜렷하죠. 가드닝 좋아하는 영국인들이 보면 저 멋들어지게 장식된 '동양의 신비한 풀' 쑥갓에 탄성을 지를 지도 모릅니다. <첼시 플라워 쇼>의 멋진 정원 하나가 고스란히 그릇에 담겼습니다. 가만 보면 자신감과 생각이 부족한 요리사일수록 잡다하게 많이 올리고 화려하게 차리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먹어 봐야 그 진가를 알겠지만 이 비빔밥 사진에서는 솜씨는 물론 세련된 감각도 느껴집니다. 김원일선생은 '반짝반짝한 요즘 젊은이'도 아닌데 이렇게 멋진 플레이팅을 하셨습니다. 고급스럽게 보이려고 억지로 애쓴 흔적도 없고요. 달걀이 싱싱한가 봅니다. 노른자가 아주 당당하게 올라앉았습니다.

 

 

 

 

 

 

 



이건 김훈Hooni Kim 씨의 작품입니다. 뉴욕에 있는 한국식 이자까야 <단지Danji>의 요리사 겸 사장으로, 미슐랑 스타를 받은 최초의 한식당이 되어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 김치와 베이컨 넣고 볶은 저 윤기 잘잘 흐르는 빨간 밥.

 

지극히 평범한 김치볶음밥, 골뱅이무침, 불고기버거 따위나 내는 식당이 미슐랭 스타를 받게 될 줄 그 누가 상상을 했겠습니까. 한식을 고급스런 이미지로 억지 포장해 세계화하려던 나으리들께 마치 '엿이나 드슈' 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저는 이 소식을 듣고 유쾌해서 한참 웃었습니다. 김훈 씨 음식 사진들을 보면 밤낮 지겨운 그놈의 '궁중음식' 차리듯 정갈하게 담지도 않았어요. 오방색이고 뭐고 신경도 안 쓰고요. 그런데도 앞서 올렸던 비빔밥 광고 사진보다 훨씬 맛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미리 비비거나 볶은 밥이 서양인들에게 더 끌릴 수 있을 거라고 제가 <코쟁이들이 생각하는 비빔밥의 문제점> 편에서 말씀 드렸죠. 까만 주철판에 올려 내니 요리의 색이 더욱 돋보이면서 근사합니다. 클릭하면 원본 사진으로 크게 보실 수 있는데, 큰 사진으로 보시면 아마 침이 더 고일 겁니다. 나머지 요리 사진도 한번 보십시오. ☞ 단지 Danji

 

으아아아, 먹고 싶다, 달걀도 어쩜 저렇게 잘 부쳤냐.

 



*   *   *

 

 


참, 이거 아세요?
런더너들이 런던 소호에 있는 수많은 식당 중 <비비고>를 선택해서 들어가는 이유. 새로 생긴 식당에 대한 호기심도 물론 작용을 하겠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도 한몫 한다고 합니다.

 

 

 

 

 

 

 

 


바로 싸이 때문.
비비고 유리벽에 붙은 저 싸이 사진.
큰 사진으로 한번 보시죠.

 

 

 

 

 

 

 



그런데, 유명 인사인 싸이가 단순히 반갑고 좋기 때문만은 아니고 좀 더 복잡한 무언가가 있다고 합니다. 영국인이라면 누구나 이 사진을 볼 때 다음과 같은 옛 시절 포스터를 잠재의식 속에 떠올리기 때문이라네요.

 

 

 

 

 

 

 



"YOUR COUNTRY NEEDS YOU"
조국이 당신을 필요로 한다

 

1차대전 당시의 모병 광고 포스터로 여겨졌던 출처 불명의 포스터입니다.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영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아주 유명한 포스터죠. 당시 전쟁 장관Secretary of State for War이었던 키치너Kitchener의 얼굴을 담고 있는데, 강렬하죠? 비비고 유리벽에 붙은 저 싸이 얼굴을 보고 조국의 부름과 같은 압박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는군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만 비비고 매장 안으로. 씨제이와 싸이는 아마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