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차와 과자, 치즈와 조제고기, 음식과 그릇, 음식우표, 음악, 영국 이야기

롬지 채리티 숍에서 건진 모로칸 티포트

댓글 7

사연 있는 사물

2014. 2. 11.

 

 

 


롬지 관광 마지막 편.

 

교회abbey 관람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담은 사진을 몇 장 올려 보겠습니다.

 

이 동네 출신의 수상이었다고 하네요. 마켓타운이라 그런가, 가만 보니 이 동네가 은근 '포쉬posh'한 데가 있더라고요. 특이한 점은, 우리말고는 외국인이나 이민자가 보이질 않았다는 건데, 제가 돌아다녀본 영국 동네 중 이렇게 백인만 있는 동네는 처음이었습니다. 어딜 가나 백인 영국인들뿐이어서 돌아다니는데 왠지 좀 낯설고 부담이 됐어요. 사람들은 매우 친절했습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모두 눈을 맞추고 웃어 줍니다. 사진 마음껏 찍으라고 지나가지 않고 기다려 주는 사람도 많았어요.

 

 

 

 

 

 

 

 

 

멋진 가로등이 그림자로 비치길래 이때다 하고 찰칵.

 

 

 

 

 

 

 

 

 

엥? 두 번째 장 찍는데 그새 먹구름.

영국에서는 5초도 안 돼 이렇게 날씨가 휙휙 바뀐다니까요.

사진 찍기 얼마나 힘든데요.

 

 

 

 

 

 

 

 

 

동네 작은 호텔.

 

 

 

 

 

 

 

 

 

가게들도 런던 부자 동네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좀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간판도 소박하고요. 저는 이렇게 소박하지만 세련되게 꾸민 가게를 좋아합니다. 간판에 불 들어오는 장치가 전혀 안 돼 있죠. 저녁 늦게까지 장사를 하질 않는다는 소리죠. 이런 가게가 영국엔 정말 많은데, 안 망하고 어떻게 유지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다같이 일찍 닫으니 괜찮은 걸까요? 긁적긁적 이층 창가에 꽃병이 놓여 있습니다. 어째 꽃도 건물 색깔에 맞춰 꽂아 놓은 것 같아요.

 

 

 

 

 

 

 

 

 

수퍼마켓 앞에 이런 청동 조형물도 다 있고요. 이 날 티룸에서 뜨거운 수프 먹은 것에 감동 받아 수퍼마켓 들어가 우리나라 옹기처럼 생긴 수프 그릇을 두 개 사 왔어요. 그런 다음 채리티 숍이 몇 개 있길래 신나서 들어가 봤습니다. 무얼 샀게요? 어, 글 제목에 이미 썼구나,이런;; 

 

 

 

 

 

 

 

 

 

짠.

이렇게 세공이 훌륭한 모로칸 티포트 실물은 처음 봅니다. 시중에 파는 모로칸 티포트는 문양이 별로거든요. 만듦새도 허술하고요. 겉이 좀 낡긴 했는데 속은 아주 깨끗했습니다. 은도금 제품인데 겉에 씌운 은은 박박 문질러 이미 다 벗겨진 것 같았습니다. 안은 멀쩡하니 쓸 수는 있겠어요.

 

우리 한국의 홍차 동무 여러분,

모로칸 실버 티포트이든, 영국 실버 티포트이든, 반짝이는 은제 다구들 참 근사해 보이고 하나쯤 갖고 싶으시죠?

 

그런데 애석하게도 금속 재질의 티포트들이 차 맛은 잘 못 내준답니다. 못 내는 정도가 아니라 차 맛을 아예 엉망으로 만들죠. 도자기 주전자 속에 들어 있는 스테인레스 스틸 재질의 거름망도 차 맛에 영향을 많이 미쳐요. 쇠 비린내가 풀풀 납니다.

 

<포트넘 앤드 메이슨> 티룸에서도 실버 티포트에 차를 우려 주는데, 이게 사실 '와우' 효과는 있어도 차 우리는 데 썩 좋은 방법은 못 됩니다. 이런 건 그냥 장식으로 쓰시는 게 좋아요. 티포트는 좌우간 도자기나 유리가 최곱니다. 잔은 얇은 본차이나, 티포트는 잘 예열된 두툼한 석기stoneware나 도기earthenware가 최상의 홍차 맛을 내지요.

 

참, 이 모로칸 티포트 꼭 낙타나 알파카 같지 않나요? 뚜껑은 꼭 종bell 같죠. 

 

 

 

 

 

 

 

 

 

아이구, 자선 사업이 따로 없네. 세공 잘 된 이국의 골동품 실버 티포트를 4.99 파운드에. 우리돈으로 9천원쯤 하려나요? 무엇보다, 영국 백인 마을에서 이 모로칸 티포트를 발견했다는 게 저는 더 신기합니다. 시간 날 때 광을 한번 내 봐야겠습니다.

 

 

 

 

 

 

 

 

 

롬지에 다녀 온 이틀 뒤에는 또 동네 채리티 숍에서 영국 셰필드산 '갤러리 트레이'를 다 발견했습니다. 이건 더 쌌어요. 그 비싸다는 구리에 은을 입힌 건데, 티포트와 분위기 맞추려고 광은 내지 않았습니다. 힘 주면 구겨질 것 같은 싸구려 경박한 갤러리 트레이와는 달리 묵직합니다. 이거, 구리 값만 쳐도 횡재한 거죠. 요즘은 구리를 쓰지 않거든요. 구리에 도금한 것의 장점은 은이 벗겨져도 집에서 손쉽게 다시 입힐 수 있다는 데 있지요. 니켈 같은 데 도금한 건 벗겨지면 다시 입히기 힘들거든요.

 

 

 

 

 

 

 

 

 

모로칸 티 글라스가 없으니 집에 있던 국적 불명의 컵을 꺼내 봅니다.

 

 

 

 

 

 

 

 

 

그럭저럭 모로칸 티세트 한 조가 되었습니다. 
☞ 모로칸 민트티 집에서 우리기  

 

 

 

 

 

 

 

 

 

저녁 땐 롬지 수퍼마켓에서 사 온 그릇에 수프를 담아 토스트와 함께 먹었습니다. 빠알간 비트루트beetroot 수프입니다. 영국 뭇국이라 보시면 됩니다. 점심 때 수프와 빵 먹고 저녁에 또 수프와 빵?!

 

수프와 빵 종류가 좀 많아야죠. 이렇게 먹어도 종류가 하도 많으니 질리지도 않아요. 우리 한국인들이 국 종류 바꿔 가며 밥 먹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되려나요. 낮에 티룸에서 먹은 것보다는 집에서 이렇게 먹은 게 좀 더 맛있었는데, 재료가 더 좋아 그런 걸 겁니다. 토스트는 칠리잼을 바르고 체다를 얹어 그릴에 한 번 더 구워 주었습니다.

 

수프 그릇이 꼭 우리나라 옹기 같죠. 양도 참 많이 담깁니다. 일인용 한국 뚝배기보다 많이 담겨요. 날 밝을 때 다시 한 번 찍어 제대로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롬지 방문기를 모두 마칩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제대로 된 사진기 들고 다시 한 번 가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