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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4 ◆ 프랑스 카망베르, 까망베르, 꺄몽베흐 Camem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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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치즈

2014. 3. 2.

 

 

 

 

3월부터 10월까지가 나름 제철이라는 카망베르. 
'꺄몽베-ㄹ흐'로 발음해야 합니까?

 

공장제 대량생산 꺄몽베흐는 먹고 또 배앓이 할까 봐 그간 오븐에 구워 빵에 찍어 먹기만 했는데 오늘은 생으로 그냥 먹어 보기로 하고 수퍼마켓에서 하나 사 왔습니다.

 

 

 

 

 

 

 

 

 

공장제 대량생산 꺄몽베흐 중 가장 인지도 높은 축에 드는 <르 루스티크>를 먼저 소개하고 아티잔artisan 꺄몽베흐를 소개하겠습니다. 

 

시판 꺄몽베흐에는 다음의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냥 'Camembert'만 써 있는 것과

'Camembert en Normandie'라 써 있는 것과

'Camembert de Normandie'라 써 있는 것.

 

맨 앞의 것은 어느 나라의 누구든 만들어 팔 수 있고, 두 번째 것은 생산만 노르망디에서 한 것이고, 마지막 것이 정부가 정한 엄격한 규격에 맞춰 생산한 진짜 꺄몽베흐입니다. 원산지명칭통제[AOC, AOP, PDO] 제도로 보호 받을 수 있죠. 한마디로, '정통' 꺄몽베흐라는 뜻입니다. 정통 노르망디 꺄몽베흐 포장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습니다.

 

'Camembert de Normandie 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au Lait Cru'


즉, '정통' 소리를 들으려면
① 풍성한 맛을 내기 위해 반드시 살균하지 않은 생유를 써서 만들어야 하고,
②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역에서 생산해야 할 것.

 

여기에, 2017년부터 규정이 바뀌어

③ 원유 중 최소 50%는 '노흐멍드normande' 품종 소의 젖을 쓸 것. 

이 추가되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일년 중 최소 6개월은 신선한 풀을 뜯겨야 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건초를 주로 쓰고, 곡물 사료를 먹이는 날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노흐멍드 종은 홀스타인 종에 비해 산유량은 적으나 유단백인 카제인casein과 유지방 함량이 훨씬 높아 맛있는 치즈를 만들기에 유리하다고 합니다. 꺄몽베흐는 유지방을 소량 제거한 원유로 만들긴 하지만요. (참고로, 또 다른 노르망디 명물인 리바로Livarot 치즈는 노흐멍드 품종의 젖만을 사용해야 합니다.) 생유를 써야 하므로 원유를 데울 때는 40˚C 이상 온도를 높이지 않아야 합니다. 

 

저온살균법이 발견되기 전 노르망디 지역에 만연하던 곰팡이는 페니실리움 알붐Penicillium album이었고 노르망디 꺄몽베흐에서도 이 곰팡이가 관찰되었으나 숙성할수록 회청색으로 변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에 과학자들과 치즈 생산자들이 합심해 이 곰팡이로부터 페니실리움 칸디둠P. candidum을 분리해 내는 데 성공했고 이것이 지금까지 꺄몽베흐 생산에 쓰이게 되어 눈처럼 흰 치즈를 출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자로 응유curd를 담고 있는 장인들의 모습이 보이죠? 원통mould 하나당 최소 다섯 번의 국자질로 응유와 유장whey을 퍼 담아야 하고, 각각의 국자질은 최소 40분의 간격을 두고 시행해야 합니다. AOP[PDO] 규정이 꽤 까다롭죠.

 

자연적으로 유장이 빠져 나가도록 둔 뒤에는 한 번 뒤집어 주고 각각의 원통에 금속 디스크를 한 장 올려 유장이 잘 빠져 나갈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그 뒤 건염 처리dry salting를 하고, 10-18˚C의 숙성실로 보냅니다.

 

응고효소rennet를 넣은 날로부터 13일째가 되면 숙성중이었던 치즈를 종이 포장지로 하나씩 싼 뒤 개별 나무 상자에 넣어 보관했다가 17일째에 출하를 시킵니다. 출하는 일찍 시키지만 판매는 22일째부터 하도록 합니다.  

 

고로, 제가 오늘 사 온 <르 루스티크>는 정통이 아닌 거지요. 생산은 노르망디에서 하지만 소비자의 안전(이라기보다는 더 넓은 시장)을 위해 생유 대신 저온살균한 우유를 쓰기 때문에 원료에서부터 벌써 규정을 벗어납니다. 정통 노르망디 꺄몽베흐에는 위의 포장에 있는 것과 같은 'fabrique en Normandie' 대신 'Camembert de Normandie'가 표시됩니다.

 

1983년에 와서야 노르망디 꺄몽베흐가 보호를 받기 시작했으므로 체다처럼 본고장이 아닌 데서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일반 꺄몽베흐는 미국에서도 만들고, 호주에서도 만들고, 한국에서도 만들죠. 노르망디와 가까운 영국 남서부에서도 ☞ 끝내주게 맛있는 영국식 꺄몽베흐를 생산하고 있고요. 대개는 더 넓은 시장을 위해 생유 대신 저온살균유를 씁니다. 

 

 

 

 

 

 

 



밀봉이 안 돼 있어 냉장고 안에 넣어 두었더니 김치 냄새 같은 쿰쿰한 냄새가 냉장고 안에 진동을 했었습니다. 치즈가 숨을 쉴 수 있게끔 꽁꽁 여미질 않는 모양인데, 그 때문에 냉장고에서 냄새 빼는 데 한참 걸렸습니다. 사 오시면 냉장고에는 잠깐만 보관했다가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밀폐용기에 포장째 넣어 두셔도 되는데, 그렇게 해도 냄새가 샙니다.

 

사진에 있는 <르 루스티크> 꺄몽베흐는 정통은 아니지만 오랜 전통에 따라 종이로 감싸고 나무 상자에 넣어 판매를 합니다. 전세계 수많은 일반 꺄몽베흐 생산자들이 본고장 노르망디 꺄몽베흐처럼 보이려고 종이 포장지와 나무 상자를 쓰곤 합니다.

 

 

 

 

 

 

 

 

연두부 상태의 응유를 국자로 살살 떠 담는 모습.

압착을 하지 않으므로 완성된 치즈에

수분이 많이 남고 부드러운 질감이 된다.

 



꺄몽베흐와 브리의 차이점

 

프랑스 치즈 이야기할 때 꺄몽베흐와 브리Brie를 곧잘 엮어서 언급을 하는데요,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제조법도, 질감도, 맛도 다릅니다. 브리는 대개 꺄몽베흐보다 지름을 크게 만들어 조각 케이크처럼 잘라 판매하고, 꺄몽베흐는 지름 11cm, 두께 3cm, 무게 250g 정도의 작은 디스크 모양으로 만들어 팔기 때문에 일단 외형으로는 쉽게 구별이 가능합니다. 꺄몽베흐가 브리에 비해 흰곰팡이 껍질의 비율이 높아 톡 쏘는 맛이 더 강합니다. 꺄몽베흐는 최소 4주, 브리는 8주를 숙성시켜야 맛이 제대로 난다고 합니다. 

 

원유를 제공하는 소 품종에도 차이가 있고, 제조법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꺄몽베흐는 부분적으로 유지방을 제거한 원유를 쓰고 브리는 전지유를 씁니다. 지금은 원통mould에 옮겨 담기 전 응유를 잘라 유장을 좀 더 빼 내는 생산자가 많아졌지만 노르망디 꺄몽베흐는 본디 연두부 상태의 응유를 깨뜨리지 않고 그대로 얌전히 국자로 떠서 담고, 브리는 응유를 먼저 자른 뒤 국자로 떠서 담습니다. 응유에서 유장을 덜 뺄수록 완성된 치즈에 수분이 많아지고 부드러워집니다. 

 

 

 

 

 

 

 



표면에 벨벳처럼 보송보송 흰곰팡이가 피어 있습니다. 껍질rind은 아직 단단해지질 않아 치즈칼을 살짝만 댔는데도 순식간에 바스라져 속살paste에 들어가 박히고, 속살은 지나치게 많이 흐릅니다. 너무 안 익힌 상태에서 출하한 걸까요? 아니면, 잘못 만든 걸까요? 이렇게까지 흐르는 꺄몽베흐는 처음 봅니다. 그냥 오븐구이로 먹을 걸 그랬습니다. 

 

차가울 때보다는 실온에 두어 풍미를 회복시킨 뒤 먹어야 맛있기에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냉장고에서 꺼내자마자 아직 단단할 때 미리 먹을 양을 잘라 두면 편합니다. 치즈 표면이 마르지 않도록 키친 타월을 물에 적셔 꼭 짠 뒤 덮어 두시고요.

 

<르 루스티크> 꺄몽베흐의 포장에는 <본 마망Bonne Maman> 잼병 뚜껑에도 인쇄돼 있는 저 ☞ 깅엄 패턴의 작은 종이 식탁보가 들어 있습니다. 프랑스 시골의 상징과도 같죠. 영국에서도 이 빨간 깅엄 식탁보를 가끔 보긴 하나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 영국에서는 식탁보보다는 옷에서 이 깅엄 패턴을 더 자주 봅니다. 전에 TV 요리 프로그램을 보는데 이태리 요리사가 나와 성질 내며 이런 말을 합니다. "이봐, 외국인들, 파스타 먹을 때 제발 프랑스 빨간 깅엄 식탁보 좀 깔지 말라고!" 영국 오기 전에는 빨간 깅엄 식탁보가 유럽 전역에서 두루 쓰이는 줄 알고 있었다가 이 양반 하는 소리 듣고 이게 프랑스 시골풍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스파게티 먹을 때 뻘건 토마토 소스 흘려도 티 안나고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르 루스티크> 꺄몽베흐는 첫 입에 톡 쏘는 맛과 향 때문에 개성이 있는 듯하다가 정작 씹어서 음미하는 순간에는 맛이 싱겁게 느껴집니다. 브리는 좀 더 복잡하고 깊은 맛이 나면서 기품이 있습니다. 브리가 꺄몽베흐보다 역사도 더 오래됐죠. 숙성이 덜 된 꺄몽베흐를 먹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는데, 수분이 너무 많아 질척거리는 것도 입 안에 넣고 맛을 음미하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합니다. 향초와 마늘 넣고 오븐에 구워 빵을 찍어 먹으면 그나마 먹을 만한데, 오븐에 구워도 싱겁긴 합니다. 공장제 꺄몽베흐는 그간 여러 브랜드로 먹어 보았으나 먹을 때마다 썩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브랜드 유명세에 비해 다들 맛이 좀 떨어진달까요. 



두 시간 뒤

 

아니나다를까, 30분 뒤 뱃속이 또 우르릉 꽈르릉. 공장제 대량생산 꺄몽베흐 먹고 배 아픈 게 벌써 세 번째입니다. 다른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은 괜찮은데 왜 꺄몽베흐만 먹으면 배앓이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숙성 기간이 짧은데다 수분이 많아 그런 걸까요? 유당lactose이 젖산lactic acid으로 바뀔 시간이 충분치 않아 유당불내증을 일으키는 걸까요? 오히려 비숙성 신선 치즈인 모짜렐라는 먹어도 문제 없는데 희한하죠. 모짜렐라는 뜨거운 물에 데쳐서 만드는 거라 괜찮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유, 살균유, 가릴 것 없이 꺄몽베흐는 어린이, 임산부, 노인, 면역력 약한 사람, 만성 질환자에게는 금하는 식품인데, 잘못 먹었다간 임산부에게는 유산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를 합니다. 저처럼 배탈 나는 사람이 많으니 오븐에 구워 먹으라고 기를 쓰고 생산자들이 홍보를 하는 모양입니다.

 

 

 

 

 

 

 



이번에는 공장제 대량생산 일반 꺄몽베흐 대신 정통 '노르망디 꺄몽베흐Camembert de Normandie'를 사 왔습니다. AOP[PDO] 인장이 붙어 있죠.

 

 

 

 

 

 

 

 


노르망디에서 그 지역 고유 품종 소Normande의 젖으로 만듭니다. 살균하지 않은 생유를 쓰고 동물성 효소로 굳힙니다. 값이 <르 루스티크>의 두 배입니다.

 

 

 

 

 

 

 

 

 


대량생산 꺄몽베흐 vs 아티잔 꺄몽베흐

 

공장제 대량생산품과 수제 아티잔 제품을 구별하는 방법 중 하나로 껍질의 흰곰팡이 양상을 살피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량생산품은 곰팡이가 좀 더 탐스러우면서 벨벳처럼 두툼하게 형성돼 있고 껍질과 속살이 서로 유리돼 보이는 반면, 아티잔 제품들은 흰곰팡이 층이 얇고 빈약하면서 갈색빛이 군데군데 드러나 오히려 까칠하고 덜 예뻐 보입니다. 껍질도 속살과 분리되지 않고 좀 더 밀착돼 있고요. 이 제품도 <르 루스티크>보다 흰곰팡이 층이 얇고 말라 보이는데, 더 오래 숙성했다는 증표입니다.

 

꺄몽베흐는 숙성이 진행될수록 뽀얗고 보송보송했던 흰곰팡이 껍질rind이 얼룩덜룩 앙상해지고, 속살paste은 진한 크림색으로 변하면서 흐르고, 속살 가운데의 하얗고 보슬거리는chalky 심지 면적은 적어집니다. 초기에는 우유 산미와 단맛이 나던 치즈가 30일[4주] 정도 숙성하고 나면 농후한 버섯맛과 마늘맛을 내게 되는데 이때가 가장 맛있을 때입니다. 이 최적기를 지나면 그때부터는 고약한 암모니아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유통기한 임박한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꺄몽베흐'를 <이마트>가 받아다 저렴한 값에 판 적이 있었는데, 보관을 잘못해 맛이 간 걸 사 먹고는 암모니아 냄새를 호되게 경험했었습니다. 치즈에서 하수구 냄새가 다 났습니다. 한 조각도 채 먹지 못 하고 욕을 바가지로 하면서 버렸죠.

 

 

 

 

 

 

 

 

 

숙성 기간에 따라 달라지는 꺄몽베흐의 모습입니다. 왼쪽부터 1주, 2주, 3주, 4주의 시간이 경과한 상태입니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직후.

 

 

 

 

 

 

 

냉장고에서 꺼낸 지 한 시간 뒤.

 

 

냉장고에서 꺼내 실온에 두었더니 뻣뻣하던 치즈가 말랑말랑해졌습니다. 윤기도 나고요. 좀 더 맛있게 드시고 싶은 분들은 꺄몽베흐를 사 와서 충분히 숙성할 때까지 두었다가 즐겨 보세요. 꺄몽베흐나 브리 같은 흰곰팡이 연성 치즈는 유통기한 임박해 떨이하는 걸 사 먹는 게 더 맛있을 때가 많습니다.


냉장고에서 막 꺼내서 먹는 것과 실온에서 풍미를 회복시킨 뒤 먹는 것은 마치 다른 종류의 치즈를 먹는 것처럼 맛이 다릅니다. 차가울 때 먹으면 신김치의 톡 쏘는 맛과 시큼한 맛이 강하고, 온도를 회복한 뒤 먹으면 산미와 쏘는 맛이 줄어드는 대신 버섯향과 우마미가 짙어집니다. 대지의 맛earthy이 물씬 나죠. 확실히 정통 꺄몽베흐가 공장제 꺄몽베흐보다 맛이 훨씬 낫네요. 대량생산 꺄몽베흐 먹을 때 같은 싱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좀 더 풍부하면서 진한 맛이 느껴집니다.

 

이건 먹고 나서 배가 살짝 꾸르릉거리기는 했지만 배탈은 나지 않았습니다. 휴, 꺄몽베흐 먹고 배탈 안 나보기는 처음입니다. 생유 노르망디 꺄몽베흐가 공장제 살균유 일반 꺄몽베흐보다 속이 편하다니, 재미있죠. 생유냐 살균유냐보다는 공장제 대량생산품이냐 아티잔 제품이냐, 즉, 숙성을 충분히 시켜 내보냈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더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의 것들을 곁들이면 좋다고 하니 애주가 분들께서는 참고하세요. 


 Traditional Normandy cider
Calvados
Fruity, elegant red wines of Burgundy
Côtes du Rhône

Tripels

Belgian Strong Golden Ales

French Biéres de Garde 

 

빵과의 궁합은 백밀 사워도우 빵보다 백밀 바겟트가 낫다고 하고요.

 

참, 꺄몽베흐를 사실 때는 125g짜리 작은 것으로 사지 마시고 최소 250g은 되는 것으로 사십시오.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은 크기가 너무 작으면 맵고 뻐득거리는 껍질만 씹다 일이 끝납니다. 속살에 비해 껍질 비율이 높아 맛이 많이 떨어집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125g짜리 꺄몽베흐가, 그것도 몹시 설익은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더군요. 온라인 치즈 전문 가게들은 250g짜리를 종종 취급하는 것 같으니 잘 살펴보세요. 지름 11cm, 두께 3cm, 무게 250g가 '노르망디 꺄몽베흐'의 표준 규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