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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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6 ◆ 프랑스 록포르, 로크포르 Roquef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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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치즈

2014. 4. 1.

 

 

 

 

 

프랑스 블루 치즈의 최강자 록포르. 역사가 참으로 오래된 치즈입니다. 양젖으로 만들기 때문에 양젖 특유의 향이 좀 납니다. 염소젖 치즈만큼 향이 강하지는 않은데, 그래도 익숙한 소젖에 비하면 나름 향이 좀 있어요. 복잡한 풍미를 위해 살균하지 않은 생유를 쓰고 동물성 효소를 써서 굳힙니다. 숙성을 오래 안 시킨 연성 치즈라 수분도 좀 많습니다. 수분 많은 생유 치즈는 임산부와 노약자가 금해야 할 식품이지요. 동물성 효소를 써서 굳히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없습니다. 록포르의 생산 과정을 담은 영상을 걸어봅니다.

 

 

 

 

 

 

 


영국 치즈들 만드는 모습을 보다가 프랑스 치즈들 만드는 모습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집니다. 영국 치즈들은 대개 농장farmhouse에서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 소규모로 생산을 하는 반면 프랑스의 유명 치즈들은 공장에서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로 생산을 하거든요. 전세계의 수요를 맞추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겠지요. 반자동화된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치즈들이지만 그래도 막판에는 꼬박꼬박 동굴에 갖다 넣어 '자연'이 숙성시켰다는 것을 자랑합니다.

 

 

 

 

 

 

 



다쓰 부처는 둘 다 블루 치즈 애호가인데도 록포르는 썩 즐기질 않습니다. 왜냐? 너무 짜요. 이렇게 짠 치즈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짭니다. 원래 블루 치즈들이 좀 짠 편이고, 블루 치즈가 아닌 것들 중에도 페타feta나 할루미halloumi같은 것들도 짠 치즈에 속하지요. 이것들은 그래도 물이나 우유에 담가 소금기를 어느 정도 뺀 뒤 쓸 수가 있는데, 록포르는 곰팡이 때문에 물에 담그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이 록포르가 얼마나 짜냐면요, 1회 제공량인 30g에 소금이 무려 1.06g이나 들었습니다. 건강 단체들이 치즈의 소금 함량을 조사해봤더니 영국 수퍼마켓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전세계 유명 치즈 722개 중 이 록포르가 아니나다를까, 가장 짠 치즈로 꼽혔더라고요. 1회 제공량을 30g으로 잡았을 때

 

 록포르 1.06g
베이컨 0.90g
할루미 0.81g
바닷물 0.75g
체다 0.52g
감자칩 1인분 소포장 한 봉지 0.50g
모짜렐라 0.30g
에멘탈 0.14g
☞ 'Unnecessary' high salt levels in cheese, health group warns

 

굳이 이런 데이타를 들이대지 않아도 록포르를 한 조각 맛보시면 으악 소리가 절로 나올 겁니다. 30g은 고사하고 저는 5g도 먹기가 힘듭니다. 제가 원래 짠 음식 안 좋아해 국도 찌개도 김치도 안 먹고 한식도 포기하고 사는 사람인데요, 그래도 치즈에 대한 애정만은 각별해 치즈 먹을 때만큼은 소금에 한없이 관대해지는 이중 잣대를 갖고 있어요. 그런데도 이 록포르는 먹을 때마다 치즈를 이렇게까지 짜게 만들 필요가 있는가 의문이 듭니다. 너무 짜서 맛이고 품평이고 뭐고, 블루 치즈 특유의 '퐈~spicy'한 곰팡이 맛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이니, 록포르 생산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소금을 많이 넣는 건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치즈에 소금을 넣는 이유는 풍미 향상, 수분 조절, 안전, 숙성과 보존 등 여러 이유 때문이라고 하죠. 이 치즈는 풍미 측면에서 본다면 너무 짜서 먹기가 힘들 정도니 치즈 맛을 제대로 느낄 수조차 없고, 질감은 소금의 많고 적음보다는 압착 여부나 응유curd를 압착하는 힘의 크기, 숙성 기간 등 물리적인 요소에 더 많이 좌우되는 것 같으니, 결국 록포르에 소금을 잔뜩 넣는 이유는 세균 번식을 억제해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한 거라 볼 수 있겠지요. 살균 안 한 생유를 쓰는데다 수분 많은 숙성 치즈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은 좀 있을 겁니다. 유통기한도 많이 늘릴 수 있겠고요. 소비자보다는 생산자에 유리한 조치라고 볼 수밖에는요.

 

소금을 잔뜩 넣어 치즈의 풍미가 더 살고 더 맛있어지기만 한다면야 그깟 나트륨, 눈감아 줄 수도 있죠.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맛난 기호식품 먹는데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치즈가 짤수록 소비자들이 더 맛있다고 느낀다고는 하나 이 록포르의 소금량은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습니다. 이렇게까지 소금 많이 안 넣고도 연구하고 고심해서 안전하고 맛있는 치즈 잘만 만들어내는 생산자들이 전세계에 수두룩합니다. 저는 록포르 생산자들이 너무 안일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요. 양젖은 본래 소젖보다 더 달죠. 그런데 양젖 치즈에 이렇게 소금을 잔뜩 쳐버리면 양젖 특유의 그 섬세한 단맛을 어떻게 즐기라는 겁니까?


남은 록포르는 소스 만들 때나 넣어야겠습니다. 먹은 지 두 시간이 지나도록 목이 탑니다. 단 과일과 담백한 크래커를 곁들여 소금기를 희석해보려고 애를 써봐도 이 록포르는 치즈보드에 올려 즐기기엔 상당한 무리가 따릅니다. 그냥 '치즈 맛이 나는 소금' 정도로 생각하고 요리에 쓰면 문제 없을 듯합니다. 프랑스 블루 치즈를 즐기고 싶을 때는 차라리 구하기 쉽고 가격 대비 성능 우수한 쌍 따귀르Saint Agur를 사서 먹는 게 낫겠습니다. 원래 블루 치즈들이 다른 치즈들에 비해 좀 짠 편이고 쌍 따귀르 역시 짠 치즈인데, 그래도 이 록포르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 2016년 10월 재구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