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차와 과자, 치즈와 조제고기, 음식과 그릇, 음식우표, 음악, 영국 이야기

치즈 9 ◆ 아일랜드 케리 치스트링스 Kerry Cheestrings

댓글 2

세계 치즈

2014. 4. 15.

 

 

 

 

 

수퍼마켓 치즈 선반에 아, 글쎄, 이렇게 생긴 치즈가 다 있는 겁니다. 생산자마다 자사 제품에 고유 이름을 붙이고는 있지만 이런 치즈들을 통칭 '스트링 치즈'라 부르죠. 제가 사온 것은 아일랜드 <케리> 사의 '치스트링'이란 제품인데,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스트링 치즈 중 이 제품이 가장 유명합니다.

 

검색을 해보니 한국에서도 스트링 치즈가 꽤 많이 소비되고 있더라고요. 남들 다 알고 있는 치즈를 저만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사실 이름만 몰랐을 뿐, 맛은 이미 저 옛날 <피자헛> '치즈 크러스트' 피짜를 통해 알고 있던 것이었지요. 테두리 부분에 들어 있던 하얗고 쫄깃거리는 치즈 말예요. 스트링 치즈만 이렇게 따로 사서 먹어볼 수 있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는데요.


총천연색 포장을 보니 아이들용이 틀림없죠. 콧방귀 뀌며 속으로 이런 생각을 다 했더랬습니다. '어느 어미가 배 애파 난 제 새끼한테 이런 첨가물 든 가공 치즈 따위를 먹여? 어디, 얼마나 한심한 재료가 들었나 보자.'

 

Acidity Regulators (Citric Acid, Lactic Acid), Paprika, Vitamin D
첨가물: 산도조절제(구연산, 젖산), 파프리카 색소, 비타민 D

 

어라?
이 정도면 재료 나쁘지 않은걸요?
제 말은, 산도조절제가 괜찮다는 게 아니라 수많은 산도조절제 중 구연산과 젖산을 쓴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겁니다. 산도조절제에 사악한 것들이 많거든요.


더욱 놀라운 사실 -
생산 과정을 알아봤더니 가공 치즈가 아니라 자연 치즈였습니다. 모짜렐라와 같은 범주에 드는 비숙성 자연 치즈입니다. 수분이 적은 모짜렐라 치즈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포장에 있는 문구를 옮겨볼게요.


"Cheestrings is an unripened cheese. Each Cheestring contains 25% RDA of Calcium and Vitamin D. Calcium and Vitamin D are needed for the normal growth and development of bones in children. Each Cheestring is made with a glass of milk. 1 glass=190ml."


"치스트링은 숙성을 시키지 않은 치즈입니다. 치스트링 하나에는 일일 권장량의 25%에 해당하는 칼슘과 비타민D가 들었어요. 애덜 크는 데는 칼슘과 비타민D가 필수이지요. 치스트링 하나 만드는 데는 우유 190ml 한 잔이 듭니다."

 

 

 

 

 

 

 

 

 

실처럼 찢어지는 스트링 치즈 특유의 질감은 어떻게 내는 걸까요?
의외로 간단합니다. 모짜렐라 만들 때처럼 응유curd를 뜨거운 물에 데친 뒤 반죽해서 잡아 늘이면 스트링 치즈 특유의 질감이 생깁니다. 영상 보고 가래떡 뽑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들한테 치즈를 먹이려면 치즈가 짜지 않으면서 칼슘이나 단백질 같은 영양 성분이 많고 먹는 재미가 좀 있어야 하겠지요. 머리 잘 썼습니다.

 

치즈 1회 제공량을 성인은 보통 30g으로 잡는데 아이들은 20g으로 잡나 봅니다. 1회 제공량인 20g 치스트링 하나에 단백질 4.6g, 지방 4.5g, 소금 0.4g이 들었고 열량은 61kcal입니다. 다 좋은데 소금이 어른들 먹는 치즈 만큼 많이 든 게 좀 아쉽습니다. 짭짤한 빈티지 체다보다도 많이 들었네요. 체감 염도는 이 치스트링이 훨씬 낮은 것처럼 느껴지니 아이들이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겠습니다.

 

 

 

 

 

 

 

 



쭈욱질겅질겅질겅질겅질겅질겅질겅질겅

찌익질겅질겅질겅질겅질겅질겅질겅질겅

 

여덟개들이 포장이었는데 찢어 먹는 재미가 쏠쏠해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다 먹어치우게 생겼습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중독성 있어요.


맛은 그냥 그렇습니다. 프랜차이즈 피짜에서 맛볼 수 있는 기름지고 질긴 저렴한 모짜렐라 맛이 납니다. 유지방이 적게 들었는데도 우유 맛보다는 지방 맛이 많이 나네요. 고소하기는 합니다. 약간 뻣뻣하길래 전자레인지에 3초 돌려 먹어봤는데, 이렇게 하면 실처럼 찢기는 특성이 줄어 먹는 재미는 좀 반감되지만 말랑말랑해지면서 고소한 맛이 증폭됩니다. 지방이 있어 삽시간에 녹아내리니 전자레인지를 돌리자마자 바로 멈춰야 합니다. 가공 치즈처럼 생기긴 했어도 이것도 엄연히 자연 치즈. 냉장고에서 꺼내 실온에 좀 두어 풍미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렸다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빨간 왁스로 싼 미니 베이비벨Mini Babybel이나 죽죽 찢어지는 이런 스트링 치즈들은 아이들 간식이나 도시락용으로 인기가 많죠. 광고들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영양 면에서는 손색이 없으나 다들 비숙성 치즈라서 사실 치즈 풍미는 안 납니다. 저는 아이들도 숙성 치즈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에서는 빈티지 체다도 아이들 도시락용 작은 포장으로 출시되고 있어요.

 

아무튼 좋은 경험 해보았습니다. 저급한 대체 재료와 해로운 첨가물 잔뜩 든 가공 치즈인 줄만 알았다가 스트링 치즈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오해도 풀었습니다. 이거, 스트링 치즈한테 미안한걸요. 저처럼 스트링 치즈를 가공 치즈로 알고 있는 사람이 꽤 많더라고요. 찢어 먹는 재미가 훌륭한데다 아이들 간식 만들어 줄 때 이런저런 아이디어로 모양내 활용하기에도 좋겠습니다.

 

 

 

 

 

 

 

 

 

 근데, 이거 어디다 쓰지? 긁적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