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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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앞당겨 받아 낸 생일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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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치즈

2014. 4. 12.

 

 

 

 권여사님과 단단 모녀의 공통점은?
A  둘 다 빅토리녹스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좋아한다는 것

 

권여사님 가방을 뒤지면 늘 사탕과 손수건과 빅토리녹스 스위스 아미 나이프가 튀어나옵니다. 사탕은 기침하는 노인들한테 건네기 위한 것이고, 손수건은 남녀노소 불문 필수 지참품이라 여기기 때문이고(휴지보다 우아하고 시적임), 스위스 아미 나이프는, 글쎄요, 쓰시는 걸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비상시를 대비해 갖고 다니시는 것 같아요.


저는 이상하게도 명품백, 보석, 이런 것엔 관심이 별로 없고 지도나 공구 같은 것을 좋아합니다. 머슴아들 틈에 끼여 자랐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들 많은 집의 막내 고명딸, 사랑 듬뿍 받고 곱게 자랐을 것 같죠? 헹! "절벽에서 굴려 살아남은 강한 아이만 키운다"가 우리 영감님 양육 철학이었습니다. 큰오라버니가 이 양육 철학을 물려받아 어이구내새끼1, 2, 3을 절벽에서 막 굴리면서 키웁니다.


기본형 스위스 아미 나이프는 아마 가정마다 하나쯤은 다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이것도 구성과 종류가 다양합니다. 원예용 도구를 모아 놓은 것도 있고, 장인들을 위한 정밀 도구 모아 놓은 것도 있고, 손전등 달린 것도 있고, 애연가, 골프 애호가, 등반가용 도구와 사냥용 도구도 다 있더라고요. 저는 다쓰베이더를 졸라 아래와 같은 것을 얻어 냈습니다.

 

 

 

 

 

 

 



비싼 모델이 아니라서 포장이 단출합니다. 사진 찍어놓고 보니 약상자 같네요. 열어 보도록 하죠.

 

 

 

 

 

 

 



예전엔 유광 재질만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이런 무광 처리 제품도 다 나오는군요. 고급스러운 맛은 없지만 대신 손자국 걱정은 없겠습니다.

 

 

 

 

 

 

 



짠~
빅토리녹스의 필수 구성품인 칼이 나왔습니다.
어? 그런데 칼날이 심상치 않군요.

 

 

 

 

 

 

 



켁켁켁, 이거 빵칼 아닙니까.
다음 것도 기대가 됩니다.

 

 

 

 

 

 

 

 

 

이건 기본형에도 장착돼 있는 와인 코르크용 스크류.
빵칼에 와인 스크류라...
그 다음엔 무엇이 나와야 할까요?

 

 

 

 

 

 

 

 

 

네에, 치즈 나이프가 나왔습니다.
치즈 나이프 달린 빅토리녹스 본 적 있는 분?

 

 

 

 

 

 

 

 


치즈 나이프 칼날에 구멍을 뚫어 놓았다는 건 무얼 의미할까요?
들러붙는 쫀득한 치즈용이란 소리죠.
스위스 아미 나이프에 달린 쫀득한 치즈용 나이프라면,
어떤 치즈를 염두에 두고 만든 걸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 소개해 드린 에멘탈Emmentaler용입니다. 스위스 에멘탈 생산자들이 에멘탈 홍보 차원에서 빅토리녹스 사에 특별 주문으로 한정 생산했다가 인기가 좋아 빅토리녹스에서 아예 시판을 하게 된 겁니다. 초기 한정 생산품은 품절된 지 오래이고 모델들 중에는 뿔이나 나무 등 고급 재질로 만들어진 것들도 있는데, 지금은 몸값이 꽤 나갑니다.

 

 

 

 

 

 

 


 어느 집념의 수집가가 모은 빅토리녹스 스위스 치즈 나이프.

역대 모델들이 전부 모였다.

 

 

 

 

 

 

 

 


이것저것 잡다하게 주렁주렁 장착돼 있지 않고 치즈와 와인 애호가용 도구들로만 깔끔하게 구성돼 있습니다. 저는 이게 더 좋네요. 값도 저렴합니다.

 

 

 

 

 

 

 



그래도 섭섭해할까봐 이쑤시개와 족집게는 넣어 줬습니다. 
이쑤시개는 잘라 놓은 빵과 치즈를 콕 찍어 먹는 용도로 쓰면 좋겠습니다.

 

 

 

 

 

 

 

 


이건 전제품 공용 사용 설명서인 듯합니다.
쓸 때 손조심하고 가끔 기름칠 해줘라, 뭐 이런 내용입니다.

 

 

 

 

 

 

 

 


다쓰베이더가 기념으로 스위스 에멘탈 치즈를 사다 주었습니다. 지난 번 것은 4개월 숙성시킨 에멘탈 클래식, 이번 것은 8개월 숙성한 에멘탈 리저브. 맛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고 풍미만 약간 진한 것 같습니다. 풍미가 진한 만큼 쓴맛도 같이 늘어났고요. 쌉쌀한 맛 또한 에멘탈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치즈 나이프는 날이 살짝 무디게 벼려졌습니다. 에멘탈은 경성 치즈hard cheese이긴 해도 조직이 치밀하면서 부드러워 힘 많이 안 줘도 잘 썰립니다. 너무 날카롭게 벼릴 이유가 없지요. 너무 날카로우면 씻을 때 손을 다칠 수 있어요. 구멍 뚫린 치즈 나이프는 그 복잡한 표면 때문에 씻을 때 자칫 손을 벨 수 있거든요. 무뎌도 에멘탈 써는 데는 전혀 문제없습니다. 이렇게저렇게 썰어 보았는데, 치즈 나이프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치즈를 사진에서처럼 납작 눕혀 놓고 써는 것보다는 세워 놓고 위에서 아래로 스윽 썰어내리는 것이 훨씬 깔끔하게 잘 썰립니다.

 

 

 

 

 

 

 



빵칼 성능은 정말 끝내줍니다.
칼의 크기도 치즈 나이프보다 훨씬 커서 시원스럽게 석석 잘 썰립니다.
갑자기 치즈와 빵과 빅토리녹스 들고 야산에 가고 싶어졌어요.

 

 

 

 

 

 

 

 


무엇보다 신나는 것은, 다쓰베이더가 판매처에 부탁해 제 이름을 다 새겨 주었다는 겁니다. 아, 이것 참 기분 좋더라고요. 자기 이름이 새겨진 빅토리녹스 '특별' 나이프라니. 아무튼, 2014년 제 생일에는 우리 집 영감으로부터 이런 것을 선물 받았습니다. '인증샷'이 되겠습니다.

 


Victorinox

 

 

 

 

 

 

 

허허허, 마뜨료쉬카 외투 입은 빅토리녹스도 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