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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19 ◆ 카프리콘 Capricorn 염소젖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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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2014. 5. 4.

 

 

 

자기네 농장 염소들한테 이름을 일일이 지어 붙였다고 함.

사진은 에쎌. 포장마다 다 다름.

 



영국 고트 치즈 네 번째 시간입니다. 맛이 순한 것에서부터 강한 것으로 점차 옮겨 오면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카프리콘'은 별자리 중 염소자리를 뜻하죠. 고트 치즈 이름으로는 더없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세계에 고트 치즈 만드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자기가 만든 치즈에 이름 붙이는 것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쟁이 치열한 치즈 시장에서 신생 치즈들이 돋보이고 살아남으려면 이름도 신경 써서 잘 지어야겠지요.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제 III>, <습작 VII> 이름 붙은 미술 작품들은 내용을 떠나 이젠 이름만으로도 너무 지겨워요. <비가>, <애가> 이름 붙인 음악도 심드렁, <히로시마의 희생자를 위한 비가Threnody for the Victims of Hiroshima>쯤 돼야 음악 상품이 넘치는 세상에서 그나마 기억에 좀더 오래 남지요. 작품의 알맹이가 물론 더 중요하죠. 그래도 힘들게 낳은 작품, 이름도 잘 지어줘야 합니다.

 

 

 

 

 

 

 



일전에 소개해 드렸던 '서머셋 브리Somerset Brie'를 만드는 치즈 농장에서 만드는 고트 치즈입니다. 흰곰팡이 외피를 가진 말랑말랑한 치즈를 전문으로 하는 모양입니다. 서머셋 브리는 아주 맛있는 치즈여서 그간 여러 번 사 먹었었는데, 이곳 고트 치즈도 기대가 됩니다.

 

 

 

 

 

 

 



모양은 게브릭Gevrik과 비슷하죠? 크기도 비슷한데다 둘 다 흰곰팡이 껍질을 갖고 있습니다. 내용은 많이 다릅니다. 게브릭은 속살이 쫄깃쫄깃 다소 저항하며 씹히는 반면 카프리콘은 브리와 비슷한 질감을 냅니다. 흰곰팡이 껍질이 게브릭보다는 좀 더 메말라 보이면서 가장자리 부분서부터 점차 연갈색 빗살 무늬가 희미하게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아주 어린 치즈는 아니고 어느 정도 숙성을 거친 치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어린 브리와 숙성 브리 구별하는 방법은 일전에 일러드렸죠.

 

 

 

 

 

 

 



농익어서 껍질 쪽부터 흐르기 시작합니다. 가운데는 숙성이 아직 덜 돼 보송보송합니다.

 

 

 

 

 

 

 

 


이 치즈는 브리와 같은 기준을 갖고 음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브리 껍질과 유사한 맛의 흰곰팡이 껍질, 혀에 끈끈하게 감기며 들러붙는 껍질 바로 안쪽의 흐르는 속살, 부드러운 산미가 나면서 보송보송 부서지는 가운데 속살, 이렇게 삼중으로 음미하시면 됩니다. 고트 치즈들 중 식감이 주는 관능미는 이 카프리콘이 단연 최고입니다.

 

고트 치즈 특유의 '고티'한 맛과 향도 강하게 납니다. 고소한 맛과 식감은 가히 환상적이나 고트 치즈 잘 못 드시는 분들께는 맛과 향이 강해 좀 힘들 거예요. 고트 치즈 애호가 분들께는 강력 추천합니다. 다쓰 부처는 감탄하면서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성질이 브리와 비슷하니 요리에 활용하기에는 썩 적합할 것 같지 않은데, 닭껍질 밑에 이 치즈를 저며 넣어 오븐 구이를 하면 맛있다고 하니 닭고기 즐기는 분들은 한번 시도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