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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34 ◆ 잉글화이트 Inglewhite 염소젖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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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2014. 9. 10.

 

 

 

 허, 포장 그림이 어째 좀 야하다.

 

 

 

 

 

 

 

 

 


영국에 와서야 염소젖 치즈에 맛을 들였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사실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는 본 적도 없었습니다. 염소젖으로 치즈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는걸요. 이제는 한국에도 다양한 치즈들이 수입돼 들어가고 있죠. 제가 한국을 떠나올 당시만 해도 대형마트나 레스토랑들이 취급하는 치즈는 몇 가지가 안 되었습니다. 여염집 주부가 살 수 있는 치즈란 기껏해야 체다맛 흉내 내 만든 흐물거리는 주황색 가공 물질, 가짜 파마산 가루, 시큼하고 자극적인 필라델피아 크림 치즈, 뒷맛이 개운치 않게 오래 남는 라핑 카우 벨 큐브, 치즈 풍미는 하나도 안 나는 빨간 왁스 입힌 에담풍 미니 베이비벨 정도였죠. (손님 가신 다음 상을 치우려 보니 빨간 왁스까지 다 드셨다는;; 다시는 손님 상에 내지 않음.;;) 외식할 때는 피짜헛 피짜 테두리에 들어간 스트링 치즈, 국적과 성분을 알 수 없는 모짜렐라 등이 전부였고요. 식용유로 만든 엉터리 모짜렐라도 아마 부지불식간에 수없이 먹었을 겁니다.

 

소젖 치즈도 이렇게 제한돼 있는 마당에 염소젖 치즈나 양젖 치즈를 보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었죠. 블루 치즈도 마찬가지로 보기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아쉬운 것은, 제 주변에 블루 치즈 즐기는 한국인이 우리 집 영감말고는 한 사람도 없다는 겁니다. 된장 청국장 먹는 민족인데 왜 블루 치즈는 힘들어할까, 늘 궁금해합니다. 그렇다고 블루 치즈 즐기는 코쟁이들은 한국의 된장 청국장을 문제없이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으냐? 그,그건 또 아닐 것 같네요.;; 블루 치즈 즐기는 다쓰베이더도 희한하게 청국장은 안 먹거든요. 그래도 고르곤졸라 피짜가 인기를 끌면서 요새는 블루 치즈 찾는 사람이 좀 늘었다죠? 그나마 코스트코가 외국 치즈들을 좀 갖다놓고 파는 것 같던데, 미국산 호주산 짝퉁 치즈가 많은 게 아쉽긴 하지만 유럽 PDO 치즈들도 몇 개 눈에 띄어 반가웠습니다. 영국 체다와 스틸튼과 웬즐리데일 맛치즈들만 들어가면 내일이라도 당장 귀국합니다.

 

염소젖 치즈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소젖 치즈보다 버터스코치 같은 고소한 단맛이 훨씬 많이 난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영국 와서 보니 염소젖 치즈도 소젖 치즈만큼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숙성 기간과 제법에 따라 수분 함량과 단단한 정도가 달라지고 풍미도 많이 달라집니다. 염소젖 치즈도 거대한 자기 세계가 따로 있어요. 한국에서는 주로 와인 애호가들이 와인 파티에서 흰곰팡이 덮인 말랑말랑한 셰브르chevre를 통해 염소젖 치즈를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던데, 제 생각엔 초심자들한테는 이런 흰곰팡이 덮인 프랑스식 단기 숙성 염소젖 치즈들보다는 오히려 영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의 단단한 경성 염소젖 치즈들, 또는, 염소젖 신선 치즈들이 덜 부담스럽고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는 체다나 하우다 같은 널리 알려진 경성 치즈들을 염소젖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경성 염소젖 치즈들은 아주 고소하면서 달고 맛있어 간식으로 먹기에 좋아요. 강한 풍미의 것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고소한 맛과 단맛 때문에 염소젖 풍미가 덜 느껴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수퍼마켓에서 사 온 잉글화이트 고트 치즈 포장입니다. 위 사진에 있는 것과 같은 제품인데, 수퍼마켓 자사 상품이라 포장만 다릅니다.

 

 

 

 

 

 

 



하얗습니다. 염소젖 치즈의 외형적 특징 중 하나입니다. 소젖 치즈보다 하얘요. 비슷한 치즈로 영국의 ☞ 세인트 헬렌과 네덜란드의 ☞ 스노프리스크를 소개해 드린 적 있었죠.

 

 

 

 

 

 

 



한 조각 씹어보니 스노프리스크를 씹을 때와 같은 쫀득한 첫 느낌은 없고, 세인트 헬렌처럼 고운 입자를 남기며 부드럽게 씹힙니다. 맛은 네덜란드 치즈인 하우다에 일반적인 염소젖 치즈와 캬라멜을 섞은 듯한 맛이 납니다. 단맛과 고소한 맛이 많이 나고 맛이 진하면서 제법 '고티goaty'합니다. 염소젖 치즈를 처음 시도해 보고자 하는 분들은 이 치즈말고 스노프리스크나 세인트 헬렌을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참고로, 스노프리스크는 하우다 느낌의 염소젖 치즈, 세인트 헬렌은 체다 느낌의 염소젖 치즈입니다. 잉글화이트는 맛은 전자에 가깝고 질감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염소젖 풍미가 제법 나면서도 고소한 단맛에 맛이 진해 저는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곁들이면 좋은 것으로 무화과, 대추야자 열매, 와인 등을 생산자가 추천하고 있습니다. 치즈 포장에도 무화가가 있네요. 하얀 치즈에 빠알간 무화가가 인상적입니다. 다음 번엔 같이 먹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