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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올리버의 판자넬라 Panzan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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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과 세계 음식

2014. 7. 15.

 

 

 Toscana, Italia

 


지중해 샐러드 2탄.
오늘은 이태리 토스카나 지방의 판자넬라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토스카나의 서민 음식이었던 판자넬라가 차츰 이태리 전역으로 퍼지고 이 영국에까지 오게 되었는데, 영국에서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제이미 올리버의 공이 큽니다. 영국에서는 'Tuscan Bread & Tomato Salad'라고도 부릅니다. 누리터에 있는 한글 문서 중 다음의 것이 판자넬라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하고 있으니 제가 긴 이야기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 판자넬라

 

 

 

 

 

 

 



판자넬라는 그간 토마토가 떨이로 나올 때마다 사서 여러 차례 해먹어 보았는데, 저는 제이미 올리버 레서피로 해먹은 것이 가장 맛있었습니다. 이런저런 레서피들을 죽 살펴보니 이태리 안에서도 집집마다 판자넬라 구성 요소가 다 달라 외국인인 저로서는 사실 어떤 것이 정통인지 가려내기가 힘듭니다. 꼭 들어가야 할 핵심 재료로는 먹다 남은 뻣뻣해진 묵은 빵, 토마토, 빨간 페퍼, 올리브 오일, 레드 와인 비니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원래는 토마토 대신 양파가 주재료로 쓰였다는데, 생양파가 주재료인 샐러드라니,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하죠. (맵지 않고 단맛이 많이 나는 양파가 따로 있긴 합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양파가 토마토로 대체되었다고 합니다. 판자넬라는 고급 요리가 아닙니다. 이태리 가정에 늘 있게 마련인 먹다 남긴 빵과 여름철 어디서든 수확할 수 있는 잘 익은 토마토가 주재료인 서민 음식입니다.

 

 

 

 

 

 

 



<제이미의 30분 요리Jamie's 30 Minute Meals>에 있는 레서피입니다. 왼쪽에 곤죽처럼 보이는 샐러드가 바로 판자넬라입니다. 이 샐러드는 지난 번에 소개해 드렸던 그릭 샐러드보다는 품이 약간 더 듭니다. 오븐도 써야 하죠.

 

 

 

 

 

 

 

 


우선 빵부터 준비합니다. 집에 있는 먹다 남은 빵 어느 것이든 가능한데, 만일 이 샐러드를 만들기 위해 빵을 새로 사야 할 상황이라면 차바따ciabatta를 사시면 좋습니다. 판자넬라에 쓰이는 토스카나 지역의 빵이 따로 있기는 한데 이태리 밖에서는 구하기 힘들 겁니다. 그냥 대중적인 차바따를 쓰시면 됩니다. 너무 촉촉하고 흐물거리는 빵은 판자넬라 만들기에 적합지 않습니다. 구운 뒤 토마토 즙에 버무려야 해 젖어도 형태를 잘 유지할 수 있는 다소 건조하면서 힘 있는 빵이 좋습니다.


빵을 먹기 좋은 크기로 북북 뜯습니다. 칼로 반듯하게 썰지 마세요. '러스틱'한 샐러드입니다. 크루통 만들듯 네모 반듯반듯 줄 맞춰 강박적으로 자를 필요 없어요.

 

빵을 고르게 펼친 뒤 올리브 오일을 골고루 뿌려 줍니다. 기름 섭취를 줄이고 싶은 분들은 올리브 오일을 분무기에 담아 칙칙 뿌려 주셔도 됩니다.

 

 

 

 

 

 

 

 

  

그런 다음 오레가노와 회향fennel seed을 골고루 뿌려 줍니다. 오레가노는 말린 것으로 쓰셔도 됩니다. 집에 쓰고 남은 생오레가노가 있어 저는 생으로 썼습니다. 이 두 향초와 향신료 때문에 판자넬라에 독특한 풍미가 나게 되니 생략하지 마시고 꼭 넣으세요. 이걸 빼 버리게 되면 그냥 늘 먹는 평범한 빵과 토마토가 되는 겁니다.

 

올리브 오일과 오레가노, 회향이 빵에 골고루 묻을 수 있도록 손으로 잘 버무려 준 뒤 오븐의 그릴 기능을 이용해 구워 줍니다. 정해진 시간은 없고 눈으로 보아 바삭바삭 노릇노릇해 보이면 됩니다. 타지 않게 잘 지켜보세요.

 

 

 

 

 

 

 



빵이 다 구워졌으면 이제 토마토 손질에 들어갑니다. 균일한 크기와 균일한 빨간색의 수퍼마켓용 '뺀질한' 품종 대신 모양과 색과 맛이 다 다른 헤리티지heritage·에얼룸heirloom 토마토를 사다 쓰시면 좋습니다. 제이미가 토마토 샐러드 만들 때 늘 하는 소리지요. 일단 색이 알록달록하니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고, 맛이 다 다르니 샐러드 맛도 다채로워집니다. 저는 소량 만들 것이므로 알이 작은 것들로 샀습니다. 인원이 많을 경우엔 좀 더 크고 '우락부락'한 큰 토마토로 사서 쓰시면 좋아요.


사진에 있는 노란 색 토마토를 눈여겨보세요. 남미 안데스 지역에서 유럽으로 처음 토마토가 전해졌을 때는 토마토가 체리 크기에 황금색을 띠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토마토를 '황금 사과'라는 뜻으로 불어로는 'Pommes d'Or', 이태리어로는 'Pomi d'Oro', 독일어로는 'Goldapfel'로 불렀다고 하죠. 이태리어로 토마토를 '뽀모도로pomodoro'라고 부르죠? 영국인들은 왜 '토마토'라고 불렀을까요? 아즈텍어로 토마토가 '토마틀tomatl'입니다. 영국인들은 이 아즈텍어에서 바로 갖다 쓴 거죠.

 

작은 것은 반 가르고 큰 것은 적당한 크기로 삐뚤빼뚤 잘라 주세요. 토마토에서 즙이 나와 줘야 빵을 버무릴 수 있으니 아무리 작은 방울 토마토라도 반은 꼭 갈라 주셔야 합니다.

 

 

 

 

 

 

 



이건 뭐냐면요, 빨간 피망을 불에 그을려 껍질을 태운 뒤 벗겨낸 겁니다. 이렇게 하면 맛이 진해지고 과육이 쫄깃해집니다. 영국에서는 수퍼마켓에서 병에 든 제품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구하기 힘든 분들은 아래 걸어 놓은 영상을 보고 직접 준비하셔도 됩니다. 날 잡아 빨간 피망 잔뜩 사서 만들어 두면 편합니다. 올리브 오일에 담가 보관하시면 되죠. 양식에 많이 쓰이기 때문에 집에 쟁이고 있으면 좋아요. ☞ How to Grill Peppers

 

쓸 때는 속을 채워 통째로 쓰거나 썰어서 이런저런 요리에 넣으면 되는데, 이 샐러드를 위해서는 굵게 채를 썰면 좋습니다. 그밖에 호박이나 다른 채소를 구워서 넣는 집도 있는데, 주재료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준비할 재료가 너무 많아지면 번거로워서 자주 안 해먹게 돼요. 제이미가 현명합니다.

 

 

 

 

 

 

 



부재료를 소개합니다. 안초비와 케이퍼가 필요합니다. 너무 많이 넣지는 마시고요. 칼로 둘 다 잘게 다져 주세요.

 

 

 

 

 

 

 



바질도 필요합니다. 큰 잎은 채 썰고 작고 잎들은 장식으로 남겨 두십시오.

 

 

 

 

 

 

 

 

 

마늘도 필요한데, 써 보니 작은 것 한 알도 양이 많더라고요. 향만 내면 되니 조금만 쓰면 됩니다. 마늘찧기로 찧어 주세요.

 

 

 

 

 

 

 

 


재료가 다 준비됐으면 이제 요리책 사진에서처럼 큰 그릇에 한데 담아 올리브 오일레드 와인 식초, 소금, 후추를 넣고 빨래 주무르듯 북작북작 주물러 줍니다. 토마토에서 나온 즙과 올리브 오일, 와인 식초가 빵에 흠뻑 배이게 됩니다. 이태리에서는 마른 빵을 그냥 맹물에 담갔다 물기를 꼭 짜고 쓴다는데, 물에 불린 빵보다는 양념해서 바삭하게 구운 뒤 토마토 즙과 식초로 적신 제이미식 빵이 훨씬 맛있겠죠.


바삭한 빵이 좋다며 샐러드 즙에 버무리는 과정을 생략하고 크루통처럼 그냥 얹어 먹으면 어떻게 되느냐? 입 천장 홀랑 까져 3일은 고생하실 겁니다. 반드시 버무려서 드세요. 아, 경험자의 말을 들으세요.

 

 

 

 

 

 

 

 


주무르고 나면 이렇게 됩니다. 주물럭거려 모양새가 썩 아름답지는 않지만 맛은 기가 막힙니다. 고급 식당에서 내기에는 좀 투박한 샐러드죠. 한국의 이태리 식당들에서는 여간해서 이 판자넬라를 볼 수 없을 겁니다. 빵이 즙에 푹 젖어 비 맞은 강아지 꼴을 하고 있어야 제맛이 나는데, 모양이 안 나니 대개는 올리브 오일 곁들인 식전빵과 카프레제Caprese 샐러드를 내죠. 판자넬라를 내더라도 그냥 보송보송한 빵과 쌩쌩한 토마토를 담아 내는 집이 많고요.

 

 

 

 

 

 

 



접시에 옮겨 봅니다. 이 위에 파마산을 치즈갈이로 북북 갈아 주셔도 좋고, 남겨 둔 작은 바질 잎을 장식으로 올려 주셔도 좋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오른쪽을 보세요.

 

 

 

 

 

 

 



이렇게 맛있는 토마토 샐러드가 또 있을까요? 생토마토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태리 샐러드 하면 한국인들은 으레 토마토, 모짜렐라, 바질로 구성된 카프레제 샐러드를 떠올리죠. 카프레제도 물론 맛있죠. 제한된 몇 가지 재료로 그토록 맛있는 샐러드를 만들어 내다니, 이태리 사람들 감각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죠. 카프레제는 담아 놓은 품도 '스타일리쉬'하잖아요. 그래도 다쓰 부처 개인적 취향으로는 판자넬라 쪽이 좀 더 맛있는데, 이건 아마도 재료가 더 다양해 복잡하고 깊은 맛이 나기 때문일 겁니다. 오레가노, 회향, 바질의 향이 마늘과 어우러져 천상의 향이 납니다.

 

며칠 전에 소개해 드렸던 그릭 샐러드와 비교를 해 달라고요?
으음...


그릭 샐러드는 무더운 한여름에 신선함을 만끽하며 먹는 청량한 샐러드, 판자넬라는 역시 여름 샐러드이긴 하나 선선할 때 먹어도 괜찮았습니다. 그릭 샐러드는 한여름 뙤약볕 밑에서 파라솔 쓰고 먹으면 좋을 것 같아요.


판자넬라를 냉장고에 두어 차게 식혔다 드시는 분들 많죠. 그러면 빵이 맛없어집니다. 샐러드 즙에 적셔 먹는 빵이긴 해도 굽자마자 바삭할 때 바로 실온의 토마토에 버무려 먹어야 맛있습니다. 토마토도 딸기처럼 실온일 때가 더 맛있는 과채입니다. 빵도 먹을 때마다 매번 새로 준비하세요. 귀찮아서 빵을 한꺼번에 많이 구워 놓았다가 다음날 샐러드에 넣어 먹어 보니 같은 빵인데도 맛이 첫날만 못합니다.


지중해 쪽의 다른 샐러드들도 계속해서 만들어 먹어 보고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지중해 샐러드 ① 그리스
☞ 지중해 샐러드 ③ 프랑스
☞ 지중해 샐러드 ④ 스페인
☞ 지중해 샐러드 ⑤ 모로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