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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당근 케이크, 캐롯 케이크 Carrot C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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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2014. 9. 22.

 

 

 

 


오늘은 영국의 클래식 케이크인 당근 케이크 만드는 법을 소개해 드릴게요. 집에서 자주 굽는 케이크 중 하나입니다. 다쓰베이더 생일에도 당근 케이크를 구워 축하해 주었죠. 서양인들에게는 이 당근 케이크가 아주 익숙한데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좀 낯설 겁니다.

 

"뭐어? 케이크에 당근을 갈아 넣어? 우웩, 역시 영국음식이군."


어라? 당근이 어때서요? 호박 케이크도 있고, 고구마 케이크도 있고, 비트루트 케이크도 있는데요. 영국에서 당근 케이크는 어느 수퍼마켓, 어느 제과점에서든 꼭 볼 수 있습니다.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티타임 클래식 케이크 상위권에 꼽히거든요. 향도 좋고 촉촉하니 참 맛있습니다.


지금이야 저 적도 부근에서 사탕수수로 설탕을 잔뜩 생산해 전세계에 공급을 하고 있지만 옛 시절엔 지금과 같은 설탕 가루란 게 존재하지를 않았지요. 유럽인들은 그래서 단맛이 많이 나는 뿌리 채소, 이를 테면, 사탕무나 당근을 설탕 대용으로 많이들 썼습니다. 즙을 쓰거나 음식에 직접 갈아 넣곤 했죠. 꿀도 물론 있었지만 꿀은 아무나 얻을 수 있을 만큼 양도 안 나오는데다 값도 무척 비쌌습니다. 꿀은 지금도 비싸잖아요. 근대에 들어와 설탕의 보급과 함께 쵸콜렛, 사탕, 과일 푸딩 등 달콤한 것들의 종류가 많아지면서 당근 케이크의 인기가 시들해졌다가 2차대전 때 배급제를 하게 되면서 다시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수입품인 설탕의 배급이 제한되던 시절이라 다들 자기 집 정원에 당근을 심어 단맛을 얻었죠.


한국에서도 요즘 당근 케이크 파는 집이 많아졌는데, 재료들을 보니 맛을 내는 핵심 재료인 이국 향신료들은 역시나 죄 빠져 있더군요. 기껏해야 시나몬 가루나 조금 넣는 정도입니다. 다채로운 이국의 향을 즐기게 되면 인생이 훨씬 풍요로워집니다. 아래에 조리법을 정리해 드릴 테니 향신료도 빼지 말고 다 넣어 보세요. 제이미 올리버의 조리법에서 재료의 양을 좀 조절했습니다. 모양은 제가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에서 즐겨 사 먹던 당근 케이크를 본떠 만들었습니다. 단종되고 새 제품이 나오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기 시작했는데, 아, 제가 만든 게 더 맛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움화화.

 

 

 

 

 

 

 

 



먼저, 케이크.


무염 버터 250g, 실온에 두어 마요네즈처럼 부드러워진 것으로 (식용유로 대체하거나 식용유와 버터를 섞어서 써도 되는데, 버터만 쓰는 것이 옛 시절 당근 케이크에 더 가깝습니다. 식용유를 쓰면 결과물이 더 촉촉해집니다.)
  라이트 브라운 소프트 슈가light brown soft sugar 150g
  달걀 알 굵은 것으로 5개, 흰자 노른자 분리해 놓을 것
  오렌지 1개, 껍질zest과 즙 모두 씀
  팽창제 든 케이크용 밀가루self-raising flour 170g
  베이킹 파우더 1작은술 살짝 높게 뜬 것 [1작은술=5 ml]
  아몬드 가루 100g
  호두 100g 잘게 다진 것 + 장식용 조금
  시나몬 가루 수북이 뜬 1작은술
  생강가루 1/2 작은술
  정향clove 가루 낸 것 한 꼬집pinch
  넛멕nutmeg 가루 낸 것 한 꼬집
  당근, 강판에 북북 간 것 250g, 곱게 갈든 굵게 갈든 굵기는 취향껏 조절.



1. 오븐을 180˚C로 예열한다. 팬 오븐은 160˚C.

 

2. 버터와 설탕을 잘 섞어 준다. 설탕 지근거리는 소리가 안 들릴 때까지, 버터의 부피가 늘어 뽀얗게 될 때까지 한참을 쳐 줘야 한다. 핸드 믹서를 쓰면 시간도 단축되고 몸도 편하다.


3. 달걀 노른자를 한 번에 하나씩 넣어가며 잘 섞어 준다.

 

4. 오렌지 즙과 강판에 간 껍질zest을 넣는다.


5. 달걀 흰자만 남겨 놓고 나머지 재료들을 모두 넣고 잘 섞는다.


6. 달걀 흰자를 기름기와 물기가 없는 깨끗한 용기에 담고 단단한 거품을 내 준다.

 

7. 흰자 거품을 위의 반죽에 살살 섞어 준다. 거품이 꺼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섞어야 한다.


8. 오븐 예열이 충분히 되었으면 케이크 틴에 담아 구워 준다. [어떤 틴이든 상관 없으나, 틴 바닥 면적이 너무 작아 케이크 반죽 높이가 높아질수록 케이크가 무거워지고 굽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저는 사각 트레이에 펼쳐서 구웠는데, 영국식 샌드위치 틴 두 개에 나누어 구운 뒤 크림치즈 혼합물로 '샌드' 해도 좋습니다. 취향껏 하세요. 굽는 시간은 베이킹 틴 크기와 모양에 따라 달라지니 각자 정하시면 됩니다. 케이크가 2/3 정도 익기 전까지는 오븐 문 열지 마시고요. 부풀다 말고 푹 꺼집니다.] 



그 다음, 아이싱.

마스카포네 치즈 100g
크림치즈 200g
아이싱 슈가 80g
라임 2개, 강판에 간 껍질zest과 즙 모두 씀. 


위의 재료들을 한데 넣고 잘 섞어 주면 됩니다. 케이크가 완전히 식은 다음 아이싱을 올려야 합니다. 장식으로 당근 모양 쵸콜렛을 올려도 좋고 호두 다진 것을 올려도 좋습니다.

 

 

 

 

 

 

 


 오렌지와 라임과 이국 향신료의 향.

한 조각 먹고 나면 먼 나라로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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