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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끌렛 라끌레트 그릴 사용기 Raclette Heat Che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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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치즈

2014. 10. 26.

 

 

 

 

 

오늘은 치즈를 티라이트tealight 그릴로 녹여 즐겨 보겠습니다. 촛불로 치즈를 녹인다니, 것 참 낭만적이지 않습니까. 캠핑족들께서는 지금부터 사용기를 주의 깊게 보시기 바랍니다. 집에서 혼자나 둘이서 오붓하게 분위기 내고 싶은 분들도 잘 보세요.

 

 

 

 

 

 

 

 


색상과 디자인이 여러 가지였는데, 저는 두 가지를 골라서 샀습니다. 빨간색의 스위스 국기 문양과,

 

 

 

 

 

 

 



노란색의 스위스 치즈 문양. 구멍이 송송, 아주 귀여워요.

 

둘 다 식탁 위에 올려 놓으면 참 예쁩니다. 쓰기는 또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전기 꽂고 할 것도 없이 식탁 위에 올려 티라이트에 불만 붙여 주면 끝. 식탁에 초를 따로 켤 필요도 없이 분위기 아주 좋습니다. 뒷설거지도 편합니다. 훅 불어서 촛불 끄고, 티라이트 위에 얹는 지짐판과 치즈 주걱만 씻어 주면 끝.


저는 독일 켈라Kela 제품으로 샀는데, 한국에는 스위스 누벨Nouvel 제품으로 들어가 있죠? 둘 다 같은 곳에서 생산한 것을 납품 받는 것 같습니다. 포장도 물건도 똑같더라고요. 어느 브랜드를 사든 크게 상관 없을 겁니다. 구조가 하도 단순해 고장 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요.

 

 

 

 

 

 

 



라끌레트 치즈 구하기 힘든 분들을 생각해 제가 라끌레트말고도 그릴 해먹기 좋은 치즈들을 이것저것 사 왔습니다. 지금부터 비교 시식해 보겠습니다. 


라끌레트
그뤼예르
에멘탈
리어다머
얄스버그
해바아티

 

 

 

 

 

 

 

 

 

본고장 사람들이 먹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겠습니다. 먼저, 삶거나 찐 감자를 준비해 주세요. 치즈를 녹여 이 위에 얹어 먹는 겁니다. 감자는 구이용이나 매쉬용 포실포실한 분질floury 감자말고, 샐러드용 알이 작고 쫀득쫀득한 점질waxy 감자로 사셔야 합니다. 저는 샬롯charlotte 품종으로 샀습니다. 삶은 밤 같은 달고 고소한 맛이 납니다. 스위스에서도 라끌레트 먹을 때 샬롯을 많이 쓴다고 하죠.

 

 

 

 

 

 

 

 

 

 



Raclette

 

먼저, 정통 라끌레트를 위한 치즈 라끌레트입니다. 라끌레트는 요리 이름도 되고 치즈 이름도 되지요. 사진에 있는 스위스 에미 사의 라끌레트 슬라이스 10장짜리 200g 한 팩이 무려 3.79파운드입니다. 우리돈으로 약 6,500원. 영국에서는 치즈가 이 정도면 비싼 축에 듭니다. 비싸서 어디 자주 사 먹을 수 있겠나요. 가끔은 싼 대체 치즈로 먹어 줄 수밖에요.


라끌레트 100g의 영양 성분:
열량 347 kcal
지방 27g
단백질 25g
소금 2.0g
£18.95/kg


우와아, 티라이트 치즈 그릴, 성능 참 좋네요! 티라이트 네 개의 위력이 바로 이런 거군요. 가스불 전깃불도 울고 갈 성능입니다.

 

치즈를 녹일 때 너무 끓이면 안 됩니다. 라끌레트는 가장자리의 껍질까지 다 먹는 치즈입니다. 껍질 도려내지 마세요.

 

치즈가 적당히 녹으면 지짐판을 기울여 감자 위에 스르르르 미끄러뜨려 줍니다. 치즈에서 기름이 배어나와 잘 미끄러집니다. 치즈 미끄러뜨리기. 아, 이게 또 라끌레트 해먹는 묘미 아니겠습니까.


아우, 맛있쩌.
질감도 훌륭하고, 라끌레트 특유의 우마미 섞인 발효취도 일품입니다.

 

 

 

 

 

 

 

 

 

 



Gruyère

 

그뤼예르입니다. 프랑스 콩떼Comté도 그뤼예르 계열이니 집에 콩떼가 있는 분은 그걸로 쓰셔도 됩니다.

 

그뤼예르 100g의 영양 성분:
열량 400 kcal
지방 32g
단백질 27g
소금 1.475g
£21.93/kg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높아 열량이 높네요. 지짐판 위에 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기름이 잔뜩 쏟아져 나옵니다. 잘 녹아요. 비교 시식해 본 치즈들 중에서는 이 그뤼예르가 라끌레트 맛에 가장 가깝습니다. 라끌레트만큼 맛깔난 발효취(보통 '꼬릿하다'고 표현하는 그 향미.)는 안 나지만 해산물 우마미가 있어 이것도 맛이 좋아요. 매우 잘 녹기는 하나 치즈로부터 기름이 많이 빠져 나온 탓에 질감은 좀 뻣뻣합니다. 라끌레트만큼 부드럽지는 않아요. 라끌레트 대용으로 괜찮긴 하지만, 문제는, 이게 라끌레트보다 값이 비싸다는 겁니다. 값이 더 비싼 치즈를 대용 치즈로 쓸 수는 없지요. 그뤼예르 구하기가 라끌레트 구하기보다 더 쉬운 환경에 계신 분들께나 추천합니다.

 

 

 

 

 

 

 

 

 

 



Emmentaler

 

그 다음, 에멘탈. 이건 독일계 수퍼마켓 체인인 <알디Aldi>에서 사 왔습니다. 값이 하도 싸길래 신기해서 사봤는데, 네덜란드산 모방품이네요. 'Dutch Emmental'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이름을 갖다 쓸 수가 있는 모양입니다. 알디는 물건 값이 많이 싸지만 취급하는 제품의 가짓수가 매우 적어 다양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저는 이용을 잘 안 합니다. 가성비 좋은 제품들이 간혹 있어 가끔씩 들르기는 하는데, 이 치즈도 비록 네덜란드산이긴 하지만 맛은 꽤 괜찮았습니다. 값이 왜 이리 싼지 몰라요. 납품가에 맞추려고 생산자를 쥐어짜기라도 하는 건지, 아니면, 싼 재료를 써서 속성으로 만드는 건지, 하여간, 타국의 모방 저가 에멘탈에 밀려 스위스 정통 에멘탈이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 자주 듣습니다.

 

네덜란드산 에멘탈 100g의 영양 성분:
열량 373 kcal
지방 29g
단백질 28g
소금 1.2g
£5.56/kg

 

라끌레트만큼 잘 녹지는 않지만 안 짜고 아주 고소합니다. 에멘탈의 미덕이지요. 치즈를 통해 칼슘 섭취는 하고 싶으나 나트륨 섭취를 조심해야 하는 분들께 저는 에멘탈을 권합니다. 소금을 적게 넣지만 잘 만들어서 맛의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싱겁다는 느낌은 전혀 주지 않습니다. 녹였더니 흐르듯 녹지를 않고 모양을 잘 유지합니다. 라끌레트처럼 부드럽게 녹지 않아 다소 강단이 있고 쫄깃쫄깃 씹히는데, 바로 이 잘 안 녹으려는 성질이 퐁듀 소스에 죽죽 늘어나는 점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겠지요. 덜 짜고 더 고소하지만 라끌레트에서 나는 매력적인 발효취는 안 납니다. 에멘탈은 대신 에멘탈 특유의 호두 같은 달고 고소한 맛이 있지요. 한국에서는 라끌레트보다 에멘탈 구하기가 좀 더 쉬울 테니 차선으로 괜찮은 선택일 듯합니다.

 

 

 

 

 

 

 

 

 

 



Leerdammer


네덜란드 리어다머입니다. 에멘탈 대용으로 개발한 신생 치즈입니다. 잘 녹는다는 토스토용으로 샀습니다. 잘 녹게 하기 위해 오리지날에 크림을 더 넣었습니다.


리어다머 100g의 영양 성분:
열량 352 kcal
지방 29.5g
단백질 21.5g
소금 1.6g
£10/kg

 

지방이 많은 탓인지 잘 녹네요. 너무 잘 녹아요. 사진상으로도 느껴지죠. 단맛이 많이 나고 맛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하겠습니다. 설탕 안 넣고도 치즈에 이런 맛있는 단맛을 내다니 기술 좋아요. 간혹 치즈 선반에 리어다머 대신 마스다머maasdammer 치즈가 보일 때도 있는데, 이것도 리어다머와 같은 치즈입니다. 마스담maasdam이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합니다. 리어다머는 마스다머의 특정 회사 상품명입니다.

 

 

 

 

 

 

 

 

 

 



Jarlsberg


노르웨이 얄스버그입니다. 에멘탈 대용으로 개발한 신생 치즈입니다.


얄스버그 100g의 영양 성분:
열량 351 kcal
지방 27g
단백질 27g
소금 1.25g
£11.25/kg


이것도 에멘탈처럼 잘 안 녹습니다. 달고 고소한 맛이 많이 나지만 에멘탈보다는 덜 고소하고 리어다머보다는 덜 달아요. 그런데도 뭔지 모를 아주 맛있는 맛이 납니다. 다쓰 부처 입맛엔 에멘탈이나 리어다머보다 이 얄스버그가 더 맛있네요. 맛을 내는 요소들 간의 균형이 잘 잡혀 있습니다. 과하게 끓이면 치즈가 튀김옷처럼 바삭해지기도 하는데, 이것도 또 파마산 크리습이나 체다 크래커처럼 맛있습니다. 이 치즈도 아이들 입맛에 잘 맞겠습니다. 값도 라끌레트보다 많이 싸니 평소에는 얄스버그를 사다 녹여 먹어야겠습니다.

 

 

 

 

 

 

 

 

 

 

 

 

Havarti


덴마크 해바아티입니다. 에멘탈과는 다른 계열의 치즈입니다. 자잘한 구멍이 많이 뚫려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해바아티 100g의 영양 성분:
열량 336 kcal
지방 26g
단백질 24g
소금 1.5g
£11/kg

 

이것도 흐르듯 잘 녹네요. 녹이지 않고 그냥도 먹어 봤는데, 크림처럼 입에 쩍 붙으면서 녹는 성질이 있습니다. 맨입에 씹었을 때 전반적으로 풍미가 약하고 개성이 적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역시나 녹여도 풍미가 많이 진해지진 않습니다. 잘 녹기는 하지만 풍미가 약해서 치즈 먹는 맛이 안 나요.

 

 

 

 

 

 

 


점질 감자인 샬롯 포테이토, 코흐니숑,

실버스킨 어니언으로 구성한 라끌레트.

 

 

 

 

 

 

 


라끌레트 치즈를 티라이트 그릴에 올려

지글지글 녹인 다음,

 

 

 

 

 

 

 


감자 위에 끼얹어 식기 전에 냠냠.

 



해바아티만 빼고 모두 그릴 치즈로 훌륭합니다. 해바아티는 질감은 부드럽고 좋으나 풍미가 너무 약해서 추천하지 않으렵니다. 그 외의 치즈들은 모두 각각 개성과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라끌레트. 그릴 해서 먹는 것을 전제로 만든 치즈라 확실히 녹였을 때의 풍미와 질감이 매우 우수합니다. 저는 라끌레트 특유의 그 '꼬릿'한 향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것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려나요? 맛있는 치즈인데 한국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고 값도 비싸죠. 그래서 제가 그릴로 적합한 다른 치즈들을 함께 소개해 드린 겁니다. 기왕 돈 주고 산 그릴, 뭐든 녹여서 열심히 써야죠.

 

모짜렐라를 그릴하는 건 어떻겠냐고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은데, 모짜렐라도 안 될 건 없죠. 그런데 모짜렐라는 이제 지겹지 않으세요? 위의 치즈들은 모두 숙성 치즈들입니다. 비숙성 치즈인 모짜렐라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맛과 아우라가 있어요. 스위스 치즈 계열이 갖는 그 특유의 호두 같은 고소하고 단 풍미나 건어물·해산물풍의 우마미가 없지요. 모짜렐라로는 질감은 비슷하게 낼 수 있어도 맛은 제대로 안 날 겁니다.

 

치즈를 그릴해 먹을 때는 치즈 종류에 상관없이 한 번에 소량만 녹여 바로바로 먹어야 합니다. 한꺼번에 많이 녹여 접시 위에 부어 두면 질기고 맛없어져요. 지짐판을 열원에서 떼자마자 치즈가 굳기 시작합니다. 녹일 때 이미 수분이 증발해 날아가고 지방이 분리돼 많이 빠져나왔기 때문에 다시 녹이는 것도 힘들어집니다. 식은 치즈를 씹으면 치즈는 온데간데없이 풍선껌만 한참 씹게 될 겁니다.


이상, 촛불로 치즈 녹여 먹는 낭만 행위를 마치겠습니다. 

 

 

 

2015년 4월 19일 추기

라끌레트보다 더 맛있는 그릴 치즈를 발견했습니다. 영국의 오글쉴드ogleshield라는 치즈입니다. 소량 생산해 치즈 전문점에만 납품하는 아티잔 치즈라서 영국 밖에서는 보기 힘들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영국에 계신 분들은 꼭 맛 보시기를 바랍니다. 자세한 것은 시식기를 참고하세요.

 

 


에멘탈
리어다머
얄스버그
그뤼예르
라끌레트
오글쉴드

 

 

 

 

 

 

 

할아버지가 염소젖 라끌레트를 구우실 동안

하이디는 그릇 꺼내 식탁 차리기

 

 

 

 

 

 

 

말랑말랑해진 라끌레트를 빵 위에 얹어서

 

 

 

 

 

 

 

얌냠냠
치즈 먹어서 뼈마디가 튼실해진 우리 하이디

 

 

 

 

 

 

 

이건 에멘탈 같군. 치즈 먹어서 뼈마디가 튼실해져

휠체어 따윈 개나 줘 버리게 된 클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