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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48 ◆ 플레이밍 페퍼 Flaming Pepper • 나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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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2015. 2. 18.

 

 

 

 

 

어떤 영국 치즈든 뚝딱 다 만들어 내는 ☞ 롱 클로슨Long Clawson Dairy의 맛치즈입니다. 인기 있을 만한 치즈는 안 가리고 닥치는 대로 만들어 내는 치즈 생산자들을 제가 원래 높게 안 쳐 줍니다. 전문성이 결여된 곳이 많거든요. 저렴하긴 하나 맛없는 치즈들을 수두룩 생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 <롱 클로슨>은 어떤 치즈든 다 잘 만듭니다. 대단한 능력이죠. 여기 치즈 먹어 보고 맛없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영국 경성 치즈, 영국 블루 치즈, 영국 맛치즈 등을 다양하게 내고 있는데, 다 잘 만듭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치즈는 영국의 주황색 경성 치즈인 레드 레스터red leicester 속에 빨간 페퍼와 매운 고추를 박은 맛치즈입니다. 빨간 페퍼를 그냥 쓰지 않고 불에 구워 단맛을 농축시켰어요. 치즈 이름이 '불타는 페퍼'입니다. 영국인들은 우리가 아는 그 빨간 페퍼를 'bell pepper'라 부르고, 가늘고 뾰족한 고추는 'chilli'라고 부릅니다. 'Flaming Pepper®'라는 등록 상표명 대신 'Red Reicester with Sweetfire® Red Chillies & Red Bell Peppers'라는, 다소 설명적인 이름을 달고 수퍼마켓 치즈 카운터에 놓여 있을 때도 있습니다. (저는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에서 샀습니다.) 페퍼와 고추만 박혀 있는 게 아니라 잘 보면 씨도 박혀 있어요. 씨까지 있어 제법 매콤합니다.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Red Leicester Cheese (from Milk)
Sweetfire® Red Chillies (5%)

  (Red Chilli, Sugar, White Wine Vinegar, Salt)

Red Bell pepper Flakes (3%)

 

 

100g당 영양은 이렇습니다.

 

열량 1581Kj 381Kcal
지방 32.1g (포화지방 21g)
탄수화물 2.7g (당분 0.9g)
섬유질 2.2g
단백질 20.5g
소금 1g


소금을 1g밖에 안 넣고도 충분히 짭짤한 맛이 나도록 맛을 잘 냈습니다. 섬유질은 부재료인 빨간 피망과 고추에서 오는 모양입니다.

 

 

 

 

 

 

 



아, 참 맛있습니다. 잘 만든 맛치즈예요. 치즈 자체는 밀도가 높으면서도 부드럽습니다. 치즈가 부드럽게 녹는 와중에 구운 스윗 페퍼와 칠리가 촉촉하고 제법 질감 있게 씹힙니다. 질깃한 고추 씨도 가끔씩 씹혀 재미있고요. 향과 맛이 일치하는 치즈로, 기분 좋은 산미와 고소한 우유맛과 캬라멜 단맛이 동시에 느껴져 아주 맛있습니다. 기분 좋을 정도로만 맵습니다. 매운 맛은 칠리가, 단맛은 페퍼와 우유 속 당분이 내는 듯합니다.

 

치즈만 단독으로 먹어도 충분히 맛있으나 한 조각 먹고 나니 또르띠야 칩 위에 올려 그릴로 녹여 먹으면 더 맛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나다를까, 미국으로도 수출을 많이 한다고 하네요. 나초 만들 때 쓰면 제격이라고 광고를 해 놓았습니다. 부재료 선택이 탁월해 치즈와 궁합이 잘 맞는데다 부재료를 생재료로 그냥 쓰지 않고 맛을 잘 냈습니다. 무엇보다, 바탕이 되는 레드 레스터 치즈 자체를 잘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맛있는 것 같습니다. 갓 구운 뜨거운 흰 빵에 올려 에일과 함께 먹어도 좋다고 생산자가 추천을 합니다. 치즈보드에 올리면 단연 돋보이겠습니다. 저는 반 정도는 맨입에 그냥 먹고 나머지는 나초로 만들어 먹었습니다.

 

 

 

 

 

 

 



또르띠야 칩 위에 치즈를 얹고 할라뻬뇨를 '꽁' 박아 그릴salamander 아래 두어 열을 살짝 가하면 바로 나초가 됩니다. 제가 이십대 초반일 때 한국에 <TGI Friday's>가 처음 문을 연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때 나초란 것을 처음 먹어 보고는 정말이지 신세계를 경험하는 듯했습니다. 나초를 준비하고 있노라니 옛 생각과 추억들이 새록새록. 대체 얼마 만에 먹어 보는 나초인지.

 

 

 

 

 

 

 



나초가 지글지글 구워질 동안 나초 담을 접시를 꺼냅니다. 작년에 채리티 숍에서 발견하고는 '야, 이거, 노오란 나초 담으면 근사하겠구나.' 싶어 집어 왔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나초 담는 날이 되었습니다. 체다가 없었으면 탄생하지 못 했을 나초. 레드 레스터도 많이 쓰입니다. 자기 색이 분명해 다른 재료들에 밀리지 않고 맛이 당당히 드러나는 영국 경성 치즈들이 나초 만들기에 적합니다. 유럽 대륙 치즈들은 옥수수 또르띠야 칩과 할라페뇨의 강한 기운을 뚫고 나오질 못합니다.

 

 

 

 

 

 

 



다 구워졌습니다. 치즈가 살짝 녹아 흐를 정도로만 잠깐 구워 주시면 됩니다. 아아, 향이 참 좋네요. 색도 참 정신 버쩍 나게 선명하죠. 또르띠야 칩과 치즈에서 기름이 돌돌 배어나와 그릴에 넣기 전보다 훨씬 더 먹음직스러워졌습니다. 살짝 녹아 흘러내린 치즈만큼 사람 마음을 노골노골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게 또 있을까요. 할라뻬뇨를 나중에 얹지 않고 치즈와 함께 얹어 열을 가하면 험한 맛이 다소 누그러지고 견과류처럼 고소해져서 더 맛있어집니다.

 

 

 

 

 

 

 



구색 갖춰 즐겨 봅니다. 이런저런 찍어 먹을 거리들을 준비하고 양상추 채썬 것도 상 위에 올렸습니다.


기웃이: 주인장, 대단하오, 집에서 딥도 다 만들고.
단   단: 수퍼마켓 냉장 선반에 종류별로 수두룩 놓여 있어요. 집어오기만 하면 됩니다.

 

양상추sweet gem lettuce 채썬 것을 사워 크림에 비벼 먹는데, 어우, 이거 왜 이리 맛있습니까. 난데없이 고소한 견과류 맛이 나네요.

 

 

 

 

 

 

 

 


아이고, 이거 지나치게 맛있고나.
당분간은 하루 한 끼를 이걸로 해먹어야겠다.

 

또르띠야 칩은 한 번에 동나고, 나초 만들고 남은 건 그냥 우적우적
토마토 살사와 과카몰리와 양상추는 두 번 만에 동나고,
사워 크림과 치즈는 세 번 만에,
할라뻬뇨는 네 번 만에 동나니
주기가 딱 맞아 떨어져 재료들이 완전히 동날 때까지는 모자라는 재료 사다 계속 해먹는 겁니다.

 

왜 주부들이 항상 피곤한가, 그 원인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요리를 하고 나면 재료들이 한꺼번에 다같이 동나질 않고 이것 찔끔, 저것 찔끔, 다 다르게 남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설프게 남은 자투리 재료 처리하느라 늘 머리를 굴려야 하니 피곤할 수밖에요. 할라뻬뇨와 사워 크림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