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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54 ◆ 오글쉴드 Oglesh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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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2015. 4. 19.

 

 

 

 

 

 

 

 

 

영국 아티잔 체다로 유명한 몽고메리 농장에서 만듭니다. 이 농장이 자체 보유한 저지Jersey 품종 소의 젖을 씁니다. 영국에서 저지 밀크는 그간 많이 마셔봤어도 저지 밀크로 만든 치즈는 처음 먹어 봅니다. 역시나 아티잔 치즈답게 살균하지 않은 생유를 쓰고 동물성 응고 효소로 굳힙니다. 고로, 한국에는 이 맛있는 치즈가 수입돼 들어갈 수조차 없고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없습니다.

 

저지 밀크는 지방 입자가 커서 수분을 가두는 특성이 있는데, 이 때문에 체다를 만들면 너무 날카롭고 강한 맛이 나 치즈 원료로 쓰기에는 적합하지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간 우유로만 내다 팔았으나, 수퍼마켓들이 요즘 우윳값 경쟁을 하는 통에 낙농가들이 우유 납품만으로는 원가 보전도 하기 힘들어 재정적으로 큰 곤란을 겪고 있고 이것이 사회 문제가 되어 종종 신문에 오르내리곤 합니다. 대안으로 우유 납품 대신 부가가치 높은 치즈나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어 파는 농가들이 늘었으나 모두 다 성공하는 게 아니니 또 문제입니다. 그래도 그 와중에 훌륭한 치즈들이 드물지 않게 탄생을 하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치즈도 그래서 나온 치즈입니다. 치즈 만들기 까다로운 젖을 가지고 맛있는 치즈를 만들어 내려니 얼마나 연구를 하고 고생을 했겠습니까.

 

이 치즈의 탄생 비화가 재미있습니다. 미국 버몬트 주 출신 젊은이 둘이서 유럽을 두루 돌며 여러 나라의 치즈 제법을 배우다 마침내 잉글랜드 남부의 체다 생산 지역에 오게 되었습니다. 아티잔 체다로 유명한 몽고메리 농장에서 "우리 농장의 체다 제법을 배우는 대신 그간 유럽을 돌며 배운 치즈 제법을 활용해 저지 밀크로 치즈 하나 창작해 보시오." 제안해서 탄생하게 된 치즈입니다. 영국 체다와 프랑스-스위스 알프스 지역의 똠tomme의 하이브리드로 개발을 했다고 하는데, 맛을 보니 체다와는 맛이나 질감 모두 눈곱만큼도 닮지 않았고, 똠과는 외모와 질감만 좀 닮았습니다. 맛은 체다와도 똠과도 전혀 닮지 않은 완전히 다른 치즈입니다.

 

오글쉴드라는 치즈 이름
왜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느냐? 사연인즉슨 이렇습니다.
영국의 아티잔 치즈 판매상 닐스 야드 데어리Neal's Yard Dairy가 몽고메리 농장으로부터 위에서 설명 드린 동그란 방패shield 모양의 치즈를 납품 받았습니다. 저지 밀크로 만든 방패 모양의 치즈라 해서 '저지 쉴드'라 이름을 붙인 치즈였습니다. 닐스 야드 데어리의 치즈 숙성 전문가인 오글쏘프Oglethorpe 씨가 어느 날 "사장님, 우리 이 치즈 표면을 소금물로 닦아 '껍질을 닦은 반연성 치즈washed rind semi-soft cheese'로 한번 만들어 봅시다." 제안을 하게 된 데서 오글+쉴드라는 이름이 다시 붙게 되었습니다. 치즈 판매처에서 생산자로부터 납품 받은 치즈에 공을 더 들여 새 치즈를 만든 셈이지요. 자기 이름이 슬쩍 들어간 치즈라니, 얼마나 뿌듯할까요? (나도 치즈 이름으로 남고 싶다!) 특별 조제한 소금물로 3일에 한 번씩 껍질을 닦아 줍니다. 얼마나 숙성한 치즈인지는 살 때 미처 물어보질 못 했는데, 치즈 백과사전을 보니 대략 4개월에서 5개월 정도 숙성을 시킨다고 합니다. 제가 사 온 치즈 껍질에 생산일자가 붙은 칩이 박혀 있었는데 숫자가 '141214'로 써 있는 걸 보니 아마도 4개월쯤 전인 2014년 12월14일에 들어온 치즈가 아닌가 싶어요. 그렇다면 백과사전의 4~5개월과 딱 맞아떨어집니다.



껍질쪽 - 땅콩, 생숙주, 피쉬 소스 향이 어우러져 파타이pad thai 향이 납니다. 홍삼향도 납니다.
속살 - 버터스코치와 신선한 우유 풍미가 납니다.

 


껍질쪽 - 땅콩, 생숙주, 피쉬 소스가 어우러진 파타이 맛, 홍삼 맛, 프렌치 어니언 수프 맛, 누룩yeast 풍미 강한 식빵 맛이 납니다. 향과 거의 일치합니다.

가운데 - 땅콩, 버터, 캬라멜, 랭카셔 치즈에서 나는 신선하고 기분 좋은 산미, 쌉쌀한 맛이 납니다. 피쉬 소스풍의 해산물 우마미는 껍질 쪽에서만 납니다.

 

질감
밀도가 매우 높아 치즈칼이 잘 안 들어갑니다. 탄력이 있어 잘 휘고 쫀득쫀득 이에 들러 붙습니다. 기름지고 매끄러워 이에 씹히는 치감이 관능적입니다.


이 치즈는 초심자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듯합니다. 전반적으로 땅콩의 고소한 맛이 물씬 납니다. 짭짤해서 꼭 솔트 피넛 같아요. 곁들임 음식없이 맨입에 그냥 씹어 먹는 간식용snacking 치즈로도 좋고, 잘 녹는 성질이 있어 그릴용 치즈로도 좋겠습니다. 고급 버거gourmet burger나 샌드위치에 저며서 넣어도 좋을 듯합니다. 숙성 체다는 탄력이 없어 부서져 떨어지지만 이 치즈는 말랑말랑 잘 휘는 성질이 있어 빵 사이에 끼우기 적합합니다.

 

라끌레뜨와 오글쉴드 비교
라끌레뜨 대용으로 쓸 수 있다고 해서 한 자리에서 오글쉴드와 라끌레뜨를 같이 놓고 비교해서 먹어 보았습니다. 우선 맨입에 그냥 먹어 보았습니다. 오글쉴드가 라끌레뜨보다 단단하고 쫄깃하게 씹힙니다. 라끌레뜨는 입 안에서 좀 더 금방 녹습니다. 오글쉴드가 훨씬 다층적이고 복잡한 맛이 나면서 풍미가 더 또렷합니다. 라끌레뜨는 맨입에 먹기에 썩 맛있는 치즈는 아닙니다. 쓴맛이 오래 남아요. 오글쉴드에 비하면 맛이 일차원적이고 단순하죠. 라끌레뜨의 진가는 그릴을 해서 열을 가하면 비로소 드러나지요. 꼬리꼬리한 라끌레뜨 특유의 풍미가 확 살아나면서 아주 맛있어집니다. 라끌레뜨에는 해산물 우마미가 많이 납니다. 오글쉴드는 그릴을 하면 땅콩, 홍삼, 캬라멜, 생숙주, 피쉬 소스, 프렌치 어니언 수프, 누룩 풍미 강한 식빵 맛이 납니다. 같이 그릴을 하면 오글쉴드가 라끌레뜨보다 먼저 녹기 시작하고 더 잘 녹습니다. 열을 가했을 때도 역시나 오글쉴드 맛이 더 복잡합니다. 둘이 맛은 전혀 다르지만 그릴을 해서 살짝 녹였을 때의 질감은 매우 흡사합니다. 그래서 라끌레뜨 대용으로 오글쉴드를 쓸 수 있다고 하는 모양입니다. 다쓰 부처는 앞으로 그릴 치즈의 최강자로 오글쉴드를 꼽기로 하였습니다.

 

라끌레뜨 그릴로 온갖 치즈 녹여 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