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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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아티잔 치즈의 보고 - 닐스 야드 데어리 Neal's Yard Da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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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2015. 4. 19.

 

 

 

 

 

다쓰 부처가 큰맘 먹고 런던 가서는 달랑 아프터눈 티만 먹고 '쓩' 돌아왔을 리가 없죠. 이것저것 계획했던 볼일 보고 여기저기 들러 물건 구경 사람 구경 실컷 하다 왔습니다.

 

런던 코벤트 가든 근처에 '닐스 야드'라고 불리는 독특한 중정court yard이 하나 있어요. 한국인들이 런던 여행 와서 코벤트 가든 쪽에 오면 사진 한 장 꼭 담아 가는 예쁜 공간이지요. 작은 중정이라서 볼거리가 많진 않은데 중정을 둘러싼 건물들이 아기자기 알록달록해서 사진이 예쁘게 잘 나옵니다. 이곳에 입점한 가게들도 월드 푸드니, 힐링 푸드니, 대체 의약 유기농 화장품이니 해서 다소 히피스러운 데가 있어요. 중정 가운데 놓인 벤치에 앉아 햇빛 쬐면서 이런저런 음식 먹고 있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날씨도 좋았어요. 아아, 영국의 아름답고 찬란한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건물의 창문을 잘 보세요. 맨 왼쪽 창문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만큼 창문이 높죠. 건물 위에는 크레인이 보입니다. 이 건물이 창고였다는 소리입니다. 옛 시절에 쓰던 것을 멋으로 그냥 남겨둔 것 같아요. 승강기가 없던 시절이니 저 크레인을 이용해 창고 위층에 물건을 올리곤 한 모양입니다. 런던에 여행 오시면 건물들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창문이 문처럼 높으면서 건물 외벽에 크레인 흔적이 있는 건물들이 꽤 많습니다. 과거 런던은 매우 붐비던 항구도시였습니다. 탬즈강을 통해 물건이 많이 드나들었지요. 지금은 금융 도시, 관광 도시로 변했지만요.

 

 

 

 

 

 

 



과거 창고로 쓰이던 이런 건물들warehouse은 예술가들이 아끼는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창고로 쓰던 공간이라 안이 뻥 뚫려 있어 미술가들이 작업실로 쓰거나 음악가들이 공연장으로 활용을 하곤 하죠. 젊은이들 사이에서 '쿨'한 공간으로 급부상중입니다.

 

 

 

 

 

 

 



닐스 야드 사진을 몇 장 담았으니 다시 큰길로 나가봅니다. 이곳에 온 원래 목적이 있거든요. 골목 입구에 술통이 매달려 있네요.

 

 

 

 

 

 

 



골목 벽에 있던 그라피티.
뭐여 이거, 낙서가 아니라 예술이잖아?

 

 

 

 

 

 

 



안쪽의 중정에서는 대체 화장품, 세계 음식 등을 파는데 중정 입구의 안내판은 술통. 이 크레인은 낮게 달린 걸 보니 후대에 와서 멋으로 붙여놓은 것 같네요.

 

 

 

 

 

 

 



제가 이곳에 온 목적 - 바로 영국의 유명한 치즈 가게에 들르는 것이었습니다. 수퍼마켓 납품용 대량생산 치즈가 아닌 그야말로 장인이 하나하나 공들여 만든 아티잔 치즈들만 취급하는 곳입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아티잔 치즈들만 취급합니다. 영국 치즈 몇 조각 사려고 왔어요.

 

 

 

 

 

 

 



간판.

 

 

 

 

 

 

 

 


커어~ 심지어 가게 밖에서부터 치즈 냄새가 납니다. 쿰쿰하네요. 밖에서 유리창에 대고 찍은 사진인데, 아마도 장인이 만든 레드 레스터가red leicester 아닌가 싶어요. 수퍼마켓에서 파는 대량생산 레드 레스터와는 전혀 다르게 생겼죠? 스파켄호Sparkenhoe 레드 레스터 같네요. 저도 그간 먹고 주워들은 게 많아 알아보는 치즈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가게 들어서자마자 보였던 치즈는 웬즐리데일.

 

 

 

 

 

 

 

 


스틸튼과 원조 논쟁에서 져 이름을 스티첼튼으로 바꾼 비운의 치즈. 애호가가 많습니다. 원조 논쟁에 대해서는 시식기에서 따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본고장 체다의 카리스마 넘치는 자태. 몽고메리 씨가 만드는 아티잔 체다입니다. 영국의 유명 요리사들이 아끼는 체다죠. 고급 수퍼마켓에서도 몽고메리 농장의 체다를 팔긴 하나 치즈 전문 가게의 것이 훨씬 기운이 세면서 맛이 복잡하고 '거친raw' 느낌이 납니다. 수퍼마켓은 대중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애호가를 주로 상대하는 치즈 전문점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숙성한 순한 치즈들을 갖다 놓는 경우가 많아요. 영국 수퍼마켓들 중에서는 <웨이트로즈Waitrose>가 그나마 다른 수퍼마켓들보다 아티잔 치즈 수도 많고 좀 더 숙성한 치즈들을 갖다 놓고 있으니 영국에 계신 분들은 참고하시고요.

 

 

 

 

 

 

 



영국 연성 치즈, 반연성 치즈, 염소젖 치즈들.
회색이 얼룩덜룩 나는 것들은 검은 곰팡이가 아니라 식용 재ash를 도포한 뒤 브리나 꺄몽베흐처럼 흰곰팡이를 피운 겁니다.

 

 

 

 

 

 

 



이 치즈가 궁금해서 온 거였는데, 가게 안에 있는 치즈들을 두루두루 시식해보니 이것보다 더 맛있는 치즈가 많더라고요. 다른 치즈들로 샀습니다.

 

 

 

 

 

 

 



팀스보로 반쪽을 샀습니다. 치즈 한 덩이를 온전히 다 사기엔 저희 형편에 너무 비쌌는데 고맙게도 반만 잘라서 팔기도 합니다.

 

 

 

 

 

 

 

 


오늘은 염소젖 치즈로 팀스보로를 샀으니 이건 다음 기회에.

 

 

 

 

 

 

 

 


처음 보는 치즈인데 향기롭고 맛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것도 한 조각 샀습니다.

 

 

 

 

 

 

 

 


닐스 야드 사진을 찍고 골목을 나오면 이 가게가 바로 보입니다. 코벤트 가든에 있는 다른 가게들 구경하듯 호기심에 그냥 들어가서 둘러보고 사진만 찍고 나오기에는 적합하지가 않은, 좀 전문적이면서 무서운 가게예요. 일단 가게가 길고 좁아서 점원과 상대하지 않고 구경만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점원이 너댓 명 정도 카운터에 죽 늘어서 있다가 손님이 들어오면 각 점원이 한 손님씩 맡아 손님이 치즈를 사서 가게를 완전히 떠날 때까지 '극진히' 모십니다. 가게 초입부터 안쪽 끝까지 손님을 따라 이동하면서 치즈들을 부지런히 잘라 손님에게 시식해 보라고 건넵니다. 저희가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사진 맨 오른쪽에 있는 '니콜라'라는 이름의 점원이 가게 안쪽까지 계속 따라오며 치즈 약 10종을 시식 시켰어요. 치즈를 살 사람이라면 얼씨구나 넙죽넙죽 받아 먹을 수 있지만, 안 사고 구경만 할 사람이면 심히 부담이 될 그런 상황입니다. 열심히 받아 먹고 나면 점원의 정성과 수고를 생각해서라도 안 사고 나올 수가 없어요. 저희야 원래 치즈를 사려고 작정하고 간 사람들이니 상관이 없었지만, 무턱대고 치즈 구경하러 들어갔다간 끊임없이 건네주는 시식 치즈에 당황할 수 있으니 가게 분위기와 가게의 전략을 대충 알고 가시라고 귀띔해드리는 겁니다.

 

 

 

 

 

 

 



보세요, 저렇게 니콜라가 치즈를 조금 잘라..

 

 

 

 

 

 

 

 


맛보라며 건네줍니다. 넙죽 잘도 받아 먹는 다쓰베이더.
그 와중에 'herbaceous note', 'floral note'를 다 논하고. ㅋㅋ

 

 

 

 

 

 

 



다쓰 부처가 고른 치즈 3종을 정성껏 왁스 페이퍼에 싸는 니콜라.

 

 

 

 

 

 

 

 

 

한 가지 더 주의하실 점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 잘라 달라는 양보다 많이 잘라 값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올 수도 있다는 겁니다. 치즈를 한 조각만 샀을 때는 별로 문제가 안 되는데 세 조각 이상을 사는데 무게가 모두 초과되면 예상 비용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못된 상술이라기보다는, 치즈란 게 무게를 달아 파는 식품인데 이 첨단 시대에도 아직 큰 덩어리에서 작은 조각으로 정확한 양을 사람 손으로 잘라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짐작을 해서 잘라야 하죠. 150g 달라고 했지만 정확하게 150g을 잘라줄 수가 없어요. 이건 어느 정도 이해를 해줘야 합니다. 제가 치즈 가게 주인이라도 점원들한테 가능하면 모자르지 않고 넘치는 쪽으로 자르라고 교육을 시킬 겁니다. 무게가 두 배 가까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면 얼굴 붉히며 "왜 내가 달라는 것보다 더 많이 잘라서 바가지 씌워?" 따지지 않는 게 좋아요. 150g 잘라 달라고 했는데 무게가 250g이 나왔으면 "좀 많네? 오케이, 그냥 줘." 하는 게 치즈 상거래 관행이라는 거지요. 300g이 나왔다면? 으음... 그건 따져도 될 겁니다. 두 배는 너무하죠. 저는 아직 그렇게 받아본 적은 없지만요. 치즈 양도 가늠 못하고 두 배나 자를 정도면 치즈 가게 점원 그만 둬야죠.

 

 

 

 

 

 

 



수퍼마켓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영국 아티잔 치즈 세 조각을 사서 나왔습니다. 소위 '인증샷'이 되겠습니다.

 

 

 

 

 

 

 

 

 

니콜라가 치즈를 정성껏 잘 싸주긴 했지만 밀폐용기를 따로 챙겨 가서 담아 왔습니다. 그냥 비닐 봉지에 덜렁덜렁 들고 왔다간 기차 안에서 난리 나죠. 저는 남의 동네에 갈 때면 항상 밀폐용기 하나를 가방에 챙겨 넣습니다. 우리 동네에선 못 보던 치즈가 있을 수 있거든요. 닐스 야드 데어리의 치즈들은 온라인으로도 살 수 있있습니다. ☞ 닐스 야드 데어리 - 들어가셔서 영국 아티잔 치즈들을 한번 구경해 보세요. 값은 수퍼마켓 치즈들보다 많이 비싼데, 비쌀 이유는 충분합니다.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수작업 소량 생산 아티잔 치즈인데다, 생산자들로부터 구매를 한 뒤에도 자기들이 별도로 숙성을 더 시켜 맛을 향상시키기도 합니다. 가게를 방문한 손님들에게 수많은 치즈들을 잘라주어 시식시키고, 비싼 왁스 페이퍼에 꼼꼼히 싸서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