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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55 ◆ 스웨일데일 양젖 치즈 Swaledale Ewes Cheese P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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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2015. 5. 16.

 

 

 

 스웨일데일 Swaledale, North Yorkshire, England

 

 

 

 

 

 

 

스웨일데일 양젖 치즈 1kg짜리

 

 

 

 

 

 

 

 

스웨일데일 양젖 치즈 2.5kg짜리

 

 

 

 

 

 

 

 

스웨일데일 양젖 치즈 220g짜리 왁스 포장

 

 

 

 

 

 

 

스웨일데일 양젖 치즈 2.5kg짜리 왁스 포장

 

 

 

 

 

 

 

 

 

 

 

스웨일데일 양젖 치즈 145g짜리 조각

 

 

 

잉글랜드 북쪽 요크셔에 풍광이 아름다워 한숨이 다 나온다는 '요크셔 국립 공원'이 있습니다. 그 공원 북쪽에 풍광이 특히 더 아름다운 스웨일데일이라는 고장이 있어요. (☞ 스웨일데일 절경과 그곳 고유 품종 양 감상) 오늘은 그곳에서 생산되는 양젖 치즈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 스웨일데일 염소젖 치즈를 전에 소개해드린 적 있었지요. 스웨일데일 치즈는 오백년 이상 만들어온 잉글랜드의 전통 치즈입니다. 양젖, 소젖, 염소젖, 세 종류 젖으로 모두 만들고 있습니다. 이들 중 양젖과 소젖 스웨일데일 치즈는 유럽연합에 의해 PDO로 보호를 받고 있지요. 염소젖 스웨일데일 치즈는 최근에 와서 추가되었기 때문에 PDO에서 제외가 된 모양입니다. PDO로 지정된 치즈들은 원료, 규격, 성상, 제조법 등을 정부가 문서로 꼼꼼히 정리를 해놓습니다.
☞ Swaledale Ewes Cheese

 

스웨일데일 치즈는 이웃 동네인 웬즐리데일, 코더스톤cothersotne, 코버데일coverdale의 치즈들과 마찬가지로 1066년 노르만 정복 이후 요크셔에 자리를 잡은 프랑스 시토 수도승들에 의해 탄생했을 것으로 추정을 합니다. 록포르(프랑스의 양젖 푸른곰팡이 치즈)를 만들던 경험을 살려 최초의 스웨일데일 치즈도 양젖 푸른곰팡이 치즈로 만들어졌을 거라고 추측들을 합니다. 16세기 헨리 8세 때 구교 말살 정책으로 수도원들이 대거 몰락하게 되어 수도원에서 만들던 치즈들이 민간 농가로 넘어오게 되고, 이후 작은 농장들로 기술이 이전됩니다. 지난 백년간 요크셔 지방의 목축이 양에서 소로 바뀌어 양젖 치즈는 이제 매우 드문 것이 되어버렸고 푸른곰팡이마저 사라져 이제는 스웨일데일 치즈가 애초 양젖 블루 치즈였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가 1987년, 어느 부부가 은퇴한 농장주로부터 스웨일데일의 한 농장을 인수해 소젖 스웨일데일뿐 아니라 명맥이 끊기기 직전에 놓인 전통 양젖 치즈들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염소젖 스웨일데일도 추가로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요크셔 국립 공원 북부에 있는 언덕의 풀을 뜯고 자라는 동물들의 젖을 가지고 치즈들을 만드는데, 양젖 치즈들은 이 지역 고유 품종인 스웨일데일 양으로부터 얻어 만듭니다. 치즈 이름이 생산지 이름과 지역 고유 품종 양 이름과 일치하는, 매우 이상적인 상황이지요. 이 지역은 국립 공원이라 환경 보호가 매우 엄격해 인공 비료를 쓸 수가 없어 동물들이 청정한 환경에서 건강한 풀을 뜯고 자랍니다. 원유의 품질이 아주 좋아요.

 

스웨일데일 양젖 치즈는 전지유 (반)경성 치즈입니다. 전통 치즈이나 살균유를 쓰고 식물성 효소로 굳힙니다. 수출에 제약이 없겠네요. 어미 양이 젖을 왕성하게 분비하는 시기인 4월부터 10월까지만 생산하는데, 늦은 봄에 만들어진 것들이 품질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숙성 3주가 지나면 출하가 가능하지만 숙성 4주에서 6주 사이에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생산자가 직접 밝힙니다. 이 보다 더 숙성을 시켜 더 건조한 질감에 더 진한 풍미를 갖게도 합니다. 19세기에는 스웨일데일 양젖 치즈를 무려 3~4년간 숙성시키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자극적인 풍미를 내는 별미로 만찬 자리의 인기 메뉴였다고 합니다. 원통형으로 만들며 치즈 원통 하나당 무게 약 2kg, 지름 15cm, 높이 8cm 규격으로 만들고, 유지방 함량은 수분을 날린 고형분일 때 약 45%로 적당한 편입니다. 고운 회갈색 곰팡이 껍질과 흰 속살을 하고 있습니다. 껍질 쪽으로 갈수록 숙성이 더 진행돼 속살에 갈색빛이 돕니다.

 

 

 

 

 

 

 


먹기 좋게 저민 모습

 


압착을 해서 제법 단단하면서도 수분이 충분하네요. 생산자는 이 치즈를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외형:
Traditional cylindrical shape, coated with a greeny blue greyish mould or coated in wax
질감: Quite firm but not hard
식감: Firm open texture, moist and crumbly
풍미:
Fresh, slightly acid, sweet not bitter, mild but distinctive

 

 

기대 안 하고 먹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먹어 본 양젖 치즈들 중 가장 맛있어요. 지금까지는 프랑스의 ☞ 오쏘 이라티가 저한테 제일 맛있는 양젖 치즈였는데 이건 더 맛있네요. 오쏘 이라티보다 덜 단단하고 수분이 많으면서 속살은 보슬보슬, 고소한 단맛이 끝내줍니다. 맛과 식감이 ☞ 웬즐리데일과도 비슷한데, 그도 그럴 것이, 스웨일데일은 웬즐리데일 옆 동네입니다. 동네 이름이 바뀐다고 붙어 있는 두 동네의 치즈 맛이 갑자기 '드라마틱'하게 달라질 수는 없지요. 소젖으로 만드는 웬즐리데일은 전체가 좀 더 균일하고 포슬포슬하며 산미가 더 많고, 이 스웨일데일 양젖 치즈는 양젖이라서 단맛이 정말 많이 납니다. 껍질쪽과 속살쪽을 따로 구체적으로 묘사를 하자면요,

 

껍질쪽
숙성이 더 진행되어 수분이 많고 찐득거리면서 크림처럼 매끄럽습니다. 걸죽하고 진한 버섯 크림 수프의 우마미가 물씬 납니다.


속살쪽
삶은 밤 숟가락으로 퍼 먹을 때처럼 까실까실하면서 잘 부스러지며, 농축된 젖당의 고소하면서 단 풍미가 일품입니다. 마치 밀크 캬라멜 같아요. 여기에 기분 좋게 희미한 산미가 가미돼 있습니다.

 

따로 먹어도 맛있고, 두 부분이 같이 포함되도록 먹어도 맛있고, 어떻게 먹든 맛있습니다.


아니, 이렇게 맛있는 치즈가 왜 전세계에 알려지질 않았을까요? 의문이네요. 그런데, 소문이 나도 문제인 게, 수작업으로 소량 생산하는 아티잔 치즈를 여기저기서 너도나도 찾기 시작하면 시설 확장해야 하고 자동화해야 할지도 모르고, 품질 유지가 잘 안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소문 많이 안 내고 다쓰 부처 둘이서만 몰래 즐기렵니다. ㅋㅋ 동지애를 발휘해, 영국에 체류하고 계신 분들께는 꼭 한 번쯤 드셔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웨이트로즈 치즈 카운터로 얼른 달려가세요. 생산자는 이 치즈와 시금치로 수플레를 만들어도 맛있다고 권하는데, 이런 맛있는 치즈는 요리에 쓸 생각 마시고 그냥 드세요. 과일, 크래커, 다 필요 없어요. '드라이'한 샴페인과 잘 어울린다고 하니 애주가는 참고하시고요. 아, 사진을 좀 더 잘 찍어서 기려줄 걸, 후회 막심입니다. 또 사 오는 수밖에요.

 

참고로, 스웨일데일 치즈를 수퍼마켓에서 살 경우, 현재 가격과 소금량은 아래와 같습니다. 영국은 국가의료서비스NHS를 시행하는 나라라서 정부가 식품업계에 잔소리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영국 치즈들은 유럽 대륙 치즈들에 비해 덜 짠 편입니다. 스웨일데일 치즈들도 그래서 소금이 적게 들었네요.


스웨일데일 염소젖 치즈: £25/kg, 소금 1.33g/100g
스웨일데일 소젖 치즈: £21.5/kg, 소금 1.33g/100g
스웨일데일 양젖 치즈: £7.99/kg, £1.16/145g, 소금
1.33g/100g (떨이)


양젖 치즈는 마침 떨이를 해서 우리돈으로 한 조각을 2천원도 안 주고 사 왔는데, 제값이고 비싸더라도 한 번쯤 꼭 맛을 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