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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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66 ◆ 프랑스 묑스테르, 머스떼르-제로메이 Munster-Ge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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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치즈

2015. 5. 10.

 

 

 

 

불어는 까막눈인 단단이지만 원어민 발음을 들어보니

절대 "묑스테르"로 들리질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왜 다들 묑스테르로 표기하는 것인가.

 

 

 

 

 

 

 

 

"헉, 상한 거 아냐? 왜 이리 질척해?"

- 이 치즈는 원래 이렇게 표면이 질척거린다.

 

 

 

 

 

 

 

 

숙성 기간 동안 특별 조제한 소금물로

껍질을 반복해서 닦으면 이렇게 된다.
유식한 말로'washed rind cheese'라고 부른다.

'Smear ripened cheese'라고도 부른다.

 

 

 

 

 

 

 

 

이런 치즈들은 냄새는 매우 고약한데 정작 치즈 맛은 그리 고약하지가 않고 다들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맛이 좋다.

 

 

 

 

 

 

 

 

냉장고에서 치즈를 꺼내면 풍미를 회복시키기 위해

최소 30분간 실온에 두는 것이 좋다.

 

 

 

 

 

 

 

 

마르지 않도록 치즈 크기에 꼭 맞는 크기의 그릇을 덮어 두면 좋다.

 

 

 

 

 

 

 

 

50분 뒤 - 생각보다 껍질 밑이 많이 안 흘러서

김이 좀 샜으나 풍미는 아주 좋아졌다.

 

 

 

 

 

 

 

 

저 윤 나는 속살.

매끌매끌 보들보들 야들야들 쫄깃쫄깃,

식감이 주는 관능미 최고. 프랑스 만세. 

 

 

 

 

 

 

 

 

오늘 구운 껍질 단단하고 속살 촉촉한

흰 빵에 얹어 먹으면 천국.

 

 


기원을 중세로 거슬러 올라가는 아주 오래된 전통 치즈입니다. 보쥬Vosges산맥을 중심으로 오른쪽인 알자스와 왼쪽 위인 로렌에서 각각 만들기 때문에 같은 치즈를 두고 부르는 이름도 달라집니다. 알자스에서는 '사원'이라는 뜻의 '뮌스터Munster'로, 로렌에서는 '제호메이Géromé'로 부릅니다. 뮌스터는 불어식으로 읽으면 '머스떼허'가 되는데, 과거 사원과 수도원이 있던 머스떼허 마을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1969년부터 AOC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무게는 200g에서 1.5kg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크기 또한 지름 13~19cm, 높이 2.5~8cm로 다양합니다. 제가 사 온 것은 13cm쯤 되는 작은 치즈였고, '쁘띠'라서 무게는 200g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생유를 쓰고 동물성 효소로 굳힌 제품이었습니다. 전통 치즈이지만 생유, 저온살균유 모두 쓸 수 있는 모양입니다. 크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개는 2~3개월 정도 숙성시킨다고 합니다. 반연성 치즈로, 수분을 완전히 뺀 고형분 상태일 때 유지방 함량은 45% 정도 됩니다.

 

치즈 표면에서 고약한 발냄새가 풍기고 점차 붉은 색으로 변하는 것은 숙성 초기에 소금물로 치즈 표면을 반복해 닦아주어 브레비박테리움 리넨스Brevibacterium linens가 증식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인간의 발냄새에 관여하는 미생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치즈는 '껍질을 닦은washed rind' 치즈로 분류가 됩니다. 왜 이런 짓을 하느냐? 치즈의 숙성을 촉진시키고, 표면을 주황색이나 갈색으로 멋지게 물들이고, 치즈 보관 기간을 늘리고, '매력적인' 풍미를 내기 위해서입니다. 겉에서 안으로 미생물이 스며들면서 숙성이 되기 때문에 'smear ripened' 치즈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소규모 농가의 수제 아티잔 치즈, 협동조합 제품, 공장제 치즈로도 모두 가능합니다. 이른 아침에 짠 신선한 우유와 전날 오후에 받아두었던 우유를 합쳐서 만듭니다. 전날 받은 우유를 다음 날 아침이 될 때까지 가만히 두면 크림이 뜨게 되는데, 이를 걷어내고 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부분 탈지유를 쓰는 것처럼 됩니다. 바로 전에 소개해드린 이태리의 폰티나는 2회에 걸쳐 모은 원유를 합쳐서 쓰지 않고 젖을 짜면 바로 치즈로 만들기 때문에 생산자들이 이를 큰 장점으로 자랑하기도 하지요. "우리는 냉장 보관해두지 않은 신선한 우유로만 치즈를 만듭니다."라고요. 대신 크림이 위에 뜰 시간이 부족해 원유의 지방 함량이 높아집니다. 기술적인 것은 잘은 모르지만, 크림을 별도로 첨가해주는 치즈들과 달라서 원유 자체에 지방이 많으면 치즈 만들기가 더 힘들어지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더더욱 자랑을 하지요. "우리는 더 까다로운 조건에서 폰티나를 만들어 냅니다."라고요.

 


단맛, 짠맛, 신맛, 고소한 맛, 우마미, 누룩 풍미, 진한 우유 풍미 등을 모두 갖춘 꽉 찬 맛의 치즈입니다. 북엇국과 막걸리 풍미가 납니다. 다쓰 부처가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치즈인 ☞ 이뿌아스Epoisses와 이태리 ☞ 탈렛지오Taleggio의 중간쯤 되는 질감과 중간쯤 되는 맛이 나는데, 이뿌아스에서 나는 매력적인 꿀 맛은 적고 북어 풍미가 좀 더 강하게 납니다. 이뿌아스보다는 성격이 강합니다.

 

질감
속살paste의 밀도가 매우 높아 뻑뻑해서 칼이 잘 안 들어갑니다. 자르는 데 힘을 많이 주어야 해요. 씹어보니 매끌매끌 보들보들 야들야들 쫄깃쫄깃. 그리고 지근지근. "으응? 잘 나가다가 '지근지근'은 뭐요?" 표면에 입힌 소금물이 마르면서 미세한 입자가 남아 지근거리며 씹힙니다. 유일한 단점이랄까요. 탈렛지오는 표면이 더 건조하기 때문에 이 현상이 더욱 심해 아예 껍질을 벗기고 먹는 사람도 많지요.

여름에 만든 치즈는 자연의 흙내음earthy이 좀 더 나고, 겨울 치즈는 버터 풍미가 좀 더 난다고 합니다. 만일 치즈를 샀는데 위의 사진에서처럼 표면이 촉촉하지가 않고 바싹 말라 있다면 집에서 간단하게 응급 처치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소금을 조금 넣고 끓였다 식힌 물을 손가락을 이용해 치즈 표면에 묻힌 뒤 치즈용 왁스 페이퍼에 싸서 냉장고에 보관하면 다시 촉촉해집니다.

 

이렇게 즐기세요
이 치즈는 희한하게도 커리 만들 때 넣는 향신료인 큐민을 겉에 뿌려 팔기도 하는데, 이는 현지인들이 먹는 방법에 기인한 것입니다. 현지에서는 삶은 감자 위에 이 치즈를 올리고 큐민을 뿌려 먹는다고 하죠. 저는 이 맛있는 치즈에 그 강한 향신료를 뿌려 맛을 가리고 싶지 않아 맛이 비교적 중립적인 흰 빵 위에 올려 그냥 먹었습니다. 공장제 흰 식빵보다는 단단한 껍질과 촉촉한 속살을 가진 갓 구운 수제 빵이 잘 어울립니다. 술을 곁들일 경우, 숙성이 덜 된 어린 치즈에는 '드라이'하면서 꽃향이 나는 Gewürztraminer 같은 화이트 와인을, 좀 더 숙성한 치즈에는 Côte-Rôtie나 Haut-Médoc 같은 꽉 찬 맛의 레드 와인을 곁들이라고 전문가들이 추천을 합니다. 필스너Pilsner 스타일의 맥주도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