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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58 ◆ 커드 치즈 Curd Che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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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2015. 5. 16.

 

 

 

 

 

영국의 전통 치즈인 커드 치즈를 소개합니다. 코티지 치즈 다음으로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치즈가 아닐까 싶습니다. '커드curd'는 우리말로 '응유'라고 하지요. 응유란 우유에 식초나 레몬즙 같은 산, 젖산균, 응고 효소 등을 넣어 굳힌 우유의 고형 물질을 말합니다. 응유와 분리된 말간 액체는 '유장whey'이라 하는데, 치즈는 응유와 유장을 분리한 뒤 응유를 모아 뭉쳐서 만듭니다. 치즈 만들기의 초기 단계에서 끝마쳐 본격적인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은 치즈들은 '신선 치즈fresh cheese'로 분류가 됩니다. 수분이 많아 만들자마자 최대한 빨리 먹어야 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매우 짧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소젖, 염소젖, 양젖, 버팔로 물소젖 등으로 다 만들 수 있습니다. 숙성을 시키지 않으니 겉껍질이 형성되지 않고 속살과 겉이 같은 색을 띠며, 같은 질감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리코타, 모짜렐라, 페타, 할루미, 파니르 등이 다 이 범주에 듭니다. 질감은 단단한 것에서부터 탄력 있고 쫄깃거리는 것, 부서지는 것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신선 치즈 중에서도 응유를 약하게 굳히고 압착을 덜 해서 수분이 특별히 더 많은 것들은 '커드 치즈'로 분류가 됩니다. 위 사진에 있는 것 같은 성상을 한 경우가 많고, 요거트처럼 대개 플라스틱 통에 담아서 팝니다. 영국의 커드 치즈와 같은 부류의 것으로 이태리의 리코타, 프랑스의 프로마쥬 프레fromage frais, 독일의 크봐크Quark (영국에서는 '쿼크'라고 발음함) 등이 있는데, 모두 소젖으로 만들고, (부분) 탈지유를 쓰는 경우가 많아 유지방 함량이 낮은 편입니다. (리코타는 치즈를 만들고 남은 유장으로 만듭니다.) 크림을 별도로 넣어 유지방 함량을 높인 것들은 '크림 치즈'로 불립니다. 영국에서는 크림 치즈로 불리려면 수분을 뺀 고형분 상태일 때 유지방 함량이 45~65%가 되어야 합니다. 그 이상은 더블 크림 치즈, 75%가 넘는 것들은 트리플 크림 치즈로 불립니다. 이 기준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유럽에서는 치즈케이크를 만들 때 크림 치즈 대신 유지방 함량이 적은 이런 커드 치즈류의 신선 치즈들을 쓰는 일이 많습니다. 커드 치즈들은 숙성 치즈가 주는 깊은 풍미가 안 나는 대신 신선한 산미와 소젖 특유의 고소하고 단 맛이 많이 나 샐러드 소스나 딥dip 등 찬 음식을 만들 때 쓰면 특히 좋고, 요리에 넣어 열을 가해서도 쓸 수 있습니다. 소금이 안 들거나 적게 들어 맛이 중립적이라 짭짤한 음식, 단 디저트, 베이킹 등에 모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커드 치즈인 크봐크(Quark, 쿼크)로 만든

가볍고 산뜻한 치즈케이크 [BBC]

 


그간 영국 커드 치즈, 독일 크봐크, 프랑스 프로마쥬 프레, 이태리 리코타를 다 먹어 보았는데, 뉘앙스, 강도, 질감 등이 조금씩 다릅니다. 영국 커드 치즈는 우유 특유의 고소한 단맛과 요거트 산미, 치즈 풍미가 좀 더 많이 납니다. 기본적인 맛은 프로마쥬 프레나 크봐크와 비슷하고, 잘 부서지는 리코타에 비하면 수분이 좀 더 많으면서 끈끈하고 밀도가 높아 숟가락으로 한술뜨려고 하면 저항을 하다가 떨어집니다. 이 자체로도 상당히 맛이 좋은 치즈입니다. 맛있어서 반은 숟가락으로 그냥 퍼 먹고 나머지 반은 베이킹에 썼습니다. 마스카포네와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마스카포네는 커드 치즈들에 비해 일단 유지방이 많아 기름지고 산미는 많지 않아 티라미수 같은 디저트용으로 주로 쓰지요. 컵케이크 위에 짜 올리는 크림도 요즘은 버터크림 대신 마스카포네로 쓰는 일이 많습니다.

 

 

 

 

 

 

 

 

 영국 커드 치즈로 만든 메이즈 오브 오너 타트Maids of Honour Tarts. 6차 실험작.

 


영국에서는 예로부터 이 커드 치즈를 다양한 요리에 응용해 왔고 그 기록이 중세까지도 거슬러 올라갑니다. 요즘 젊은 영국인들은 안타깝게도 이 커드 치즈를 잘 모릅니다. 유통기한이 좀 더 긴 공장제 대량생산 타국 커드 치즈들이 워낙 잘 나오니 굳이 농가에서 소량 생산하는 보관하기 까다로운 이 옛 치즈를 잘 안 사서 씁니다. 그러다 보니 수퍼마켓들이 의욕적으로 갖다 놓지를 않아 찾는 이가 더 적어지고 있어요. 영업집에서나 겨우 쓸까. 커드 치즈가 쓰이는 유명한 영국 전통 음식 하나만 꼽으라면, 제가 세상 모든 차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메이즈 오브 오너 타트를 꼽겠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그간 몇 번 소개해 드렸죠? 이 타트를 몹시 좋아해 사 먹는 걸로는 성에 안 차 집에서 연구해 가며 열심히 만들어 보고 있습니다. 6차 실험까지 한 상태입니다. 맛 자체만 놓고 볼 때는 이대로도 훌륭하나(원조보다 더 맛있는 것 같기도!) 모양까지 똑같이 재현해 보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헨리 8세가 즐겨 먹던 오래된 타트입니다. 완벽하게 만들기에 성공하면 이걸로 강의 없는 방학 때 강의 나가는 대학들 정문 앞에서 푸드 트럭이나 하렵니다. 붕어빵보다는 재료가 고급이니 돈을 좀 더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참, 커드 치즈가 필요한데 못 구하는 분들은 이렇게 해보세요. 몽글몽글 덩어리가 뭉쳐져 있는 코티지 치즈 잘 아시죠? 그걸 사다가 면보에 올려 물기를 좀 더 흘려 보낸 뒤 (억지로 꽉 짜지는 마시고) 푸드 프로세서에 넣고 멍울이 없어질 때까지 곱게 갈면 거의 비슷해집니다. 코티지 치즈를 구하기 힘들면 독일 크봐크를 사다 별도의 가공 없이 써도 괜찮습니다. 크봐크도 구하기 힘들면 프로마쥬 프레를, 이것도 구하기 힘들면, 으음... 리코타와 사워 크림을 2:1로 섞어 쓰면 얼추 비슷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