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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61 ◆ 레이첼 Rachel 고트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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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2015. 6. 2.

 

 

 

 

 

바쓰의 ☞ 파인 치즈 컴퍼니에서 산 치즈를 소개합니다.

 

 

 

 

 

 

 

 

 

제가 왜 예쁜 접시를 꺼냈냐면요, 이 치즈가 예쁜 여자 이름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치즈 이름이 레이첼이라니,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죠. 네에, 치즈 장인의 헤어진 전 애인 이름이라네요. 레이첼이 지금은 어떤 남자를 만나 잘 살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런 맛있는 치즈가 자기를 기려 만들어졌다니 아무튼 행복하겠습니다. 제 소원 세 가지 중 하나가 바로 치즈 이름으로 남는 거라서 저는 배가 좀 아픕니다. 나머지 두 개는 무어냐? 구글 스트리트 맵에 찍히는 것, 나머지 하나는 멋진 건축물에 그로테스크한 가고일gargoyle로 남는 것.

 

 

 

 

 

 

 



치즈 전체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치즈 두 덩이를 합쳐 놓은 모습입니다. 하하, 치즈 모양을 보아 짐작컨대 레이첼이 좀 둥글둥글 육감적인 몸매였나 봅니다. 이 치즈는 염소젖 치즈입니다. 살균하지 않은 생유를 쓰지만 식물성 효소를 쓰므로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있습니다. 염소젖 치즈인데 껍질이 저런 색이 나는 건 둘 중 하나입니다. 숙성을 마친 뒤 훈제를 했거나, 숙성 기간 동안 특별 조제한 소금물로 표면을 반복해서 닦아주었거나. 이 치즈는 후자입니다. 훈제 염소젖 치즈는 여러 번 먹어보았지만 껍질을 닦은 염소젖 치즈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머셋산 신생 치즈입니다. 서머셋은 바쓰가 속한 주county입니다. 체다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치즈 속살이 정말 뽀얗죠? 염소젖, 양젖 치즈들은 소젖 치즈들보다 하얗습니다. 젖이 더 하얗거든요. 단맛도 더 나고요.

 

 

 

 

 

 

 

 


껍질입니다. 이 치즈는 껍질을 먹지 않습니다.

 

 

 

 

 

 

 

 

 

많이 압착을 하지 않아 군데군데 공기 주머니가 있습니다. 정말 하얗죠.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 스윽 기분 좋게 썰립니다. 칼이 잘 나가요. 촉촉하고 탄력 있어 칼로 자를 때 부스러기가 떨어지지 않고 얌전하게 모양을 잘 유지하면서 잘립니다. 반연성 치즈입니다.

 

 

 

 

 

 

 

 


햐~ 제가 좋아하는 버섯 크림 수프 향이 나네요. 차이브chive 향도 은은히 나고요.

 


맛과 향이 일치하는 치즈입니다. 버섯 크림 수프의 우마미와 고소한 크림 맛이 일품입니다. 염소젖 치즈라서 연유 같은 단 우유 풍미도 납니다. 짭짤한 맛, 단맛, 고소한 맛이 뒷받침된 버섯 우마미가 참 좋아요. 향에 차이브 기운이 희미하게 났는데, 치즈를 먹고 나니 과연 부추 부침개나 차이브 부침개 먹고 난 것 같은 뒷맛이 납니다. 염소젖 치즈이지만 '고티goaty'하지 않아 누구든 부담없이 먹을 수 있겠습니다. 순하고 고소한 치즈입니다. "(레이첼처럼) 둥글둥글 육감적인 몸매에 달콤하고 고소하다"고 치즈 장인이 소개를 합니다. 차이브 산미와 제법 쨍한 우마미가 있어 맥없이 마냥 순하지만은 않고 매력이 있어요. 맛있는 치즈라서 레이첼에 질투가 납니다. 나도 치즈 이름으로 남고 싶다!

 

질감
반연성 치즈라서 수분이 많아 촉촉하면서 아주 부드럽게 씹힙니다. 미끌거리지는 않고 미세한 입자를 남기면서 녹습니다. 하도 연하고 부드러워 이로 씹지 않고 그저 입을 꼭 다물기만 해도 조직이 무너집니다. 치즈 표면을 조제 소금물로 반복해서 닦아주면 맛과 향, 겉껍질 색뿐 아니라 질감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속살 질감이 좀 더 부드러워지죠.

 

섬세한 치즈라 요리에 쓰지 않고 그냥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색다르게 즐기고 싶은 분들은 이 치즈를 얇게 저민 뒤 납작하게 썬 삶은 감자 위에 얹어 오븐에 넣고 살짝 녹여 드세요. 판매자가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가벼운 레드 와인이나 리얼 에일real ale을 곁들이면 좋다고 합니다.

 

레이첼 치즈의 자매 치즈가 하나 있습니다. 같은 치즈 장인이 같은 제법을 써서 이번에는 염소젖 대신 소젖으로 만든 몬 듀Morn Dew라는 치즈입니다. 이것도 맛을 한번 봐야겠습니다. 같은 치즈 장인이 만든 치즈 중에 '캐써린'이라는 이름의 치즈도 있는데, 이건 또 레이첼 다음에 사귀었다 헤어진 애인 이름이라네요. 뭐여, 이 양반 순 바람둥이 아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