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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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쓰의 치즈 전문점 ① 니블스 치즈 Nibbles Cheese, Guildhall Market, B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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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2015. 5. 29.

 

 

 

 

 

바쓰에 길드홀 마켓Guildhall Market이라는 옥내 시장이 있습니다. 바쓰에서 나는 특유의 노란색 돌로 지은 건물인데, 1770년대에 이 건물이 들어서기 전에도 이미 16세기부터 장터로 활용되던 장소였습니다. 둥글고 멋진 지붕은 1863년에 올렸습니다. 바쓰 길거리 곳곳에 근사한 부띠끄 숍들이 많이 들어서서 이 길드홀 마켓은 이제 손님이 적고 좀 쇠락한 느낌이 듭니다.

 

 

 

 

 

 

 

 

 

 


구글 맵Google Map에서 길드홀 마켓 가는 길을 찾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구글 스트리트 뷰street view를 통해 거리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실내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어찌나 신기하던지요. 사진기 단 구글 자동차가 못 들어가니 사람이 직접 사진기를 들고 걸어 들어가 찍었다는 소리잖아요? 정말 놀라운 세상입니다. 제가 한때는 '얼리 어돕터'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지쳐서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못 따라갑니다. 마우스로 시장 안 통로를 따라 한번 구경해보세요. 파는 물건들이 다들 고만고만하고 특별한 건 없지만 시장 구경은 어쨌거나 재미있지요.

 

 

 

 

 

 

 

 


제가 이 쇠락하고 볼거리 많지 않은 시장에 굳이 간 이유는요, 이곳에 치즈 가게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영국에 있는 치즈 가게 중 가장 작지 않을까 싶은데, 가기 전에 ☞ 치즈 가게 누리집을 살펴보니 가게는 작지만 나름 알차게 이것저것 많이 갖다 놓았더라고요. 바쓰 애비abbey 근처에 있어서 찾기 쉽습니다.

 

 

 

 

 

 

 



캬~ 언제 봐도 행복한 치즈 진열장.
바쓰가 서머셋 주에 있어서 그런지 서머셋산 치즈들이 꽤 보이고, 심지어 바쓰산 치즈들도 몇 가지가 보입니다. 사진이 작으니 매대를 나눠서 크게 찍어볼게요.

 

 

 

 

 

 

 

 

 



아이구 행복해.
영국에 와서 그간 영국 치즈 68개, 영국 외 국가들 치즈 75개를 맛보았는데 아직도 처음 보는 치즈가 수두룩합니다. 아마 평생 시식기를 써도 끝이 안 날 겁니다. 영국은 치즈를 상식하는 나라라서 치즈 값이 저렴한 편입니다. 아티잔 치즈 생산 가짓수는 영국이 이제 프랑스를 앞질렀을 정도로 치즈 생산도 활발합니다. 700개가 넘는 영국 치즈들 중 10분의 1인 70개만 맛보고 귀국해도 소원이 없겠노라며 노래를 했었는데, 이제 고지가 저기 보입니다. 술도 안 마시고 고급 레스토랑 갈 형편도 안 되지만 치즈는 그래도 다쓰 부처한테 'affordable luxury'입니다.


영국 유학생 여러분, 영국에 계실 때 치즈 부지런히 즐기고 귀국하시길 바랍니다. 이런 기회가 다신 없을 거예요. 영국에 사는 게 프랑스에 사는 것보다 치즈 즐기기에는 더 나을지 모릅니다. 프렌치들은 자국 치즈 위주로 즐기지만 영국인들은 자국 치즈뿐 아니라 전세계 치즈를 거리낌없이 다 갖다가 즐기거든요. 영국에 살면 수많은 영국 치즈와 수많은 프랑스 치즈를 둘 다 즐길 수 있지만 프랑스에 살면 영국 치즈는 코빼기도 못 보고 프랑스 치즈만 즐기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당장 프랑스 사는 사람들이 블로그에 올리는 치즈보드를 한번 보세요. 죄 프랑스 치즈들만 올리고 있죠. 영국 TV에서 프랑스 치즈 탐방기를 보는데, 그곳 치즈 장인한테 "영국 치즈 맛보신 적 있나요?" 물었더니 "우린 늘 우리가 만든 것을 먹습니다. 영국 치즈는 체다나 한번 먹어봤으려나?" 합니다. 아니? 어떻게 치즈 만드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만든 치즈 맛볼 생각을 안 하고 살 수가 있습니까? 예술가가 "내 작품이 최고니 남의 작품은 볼 필요도 없어." 하는 것과 똑같은 거잖아요?


영국 치즈 장인들은 절대 이런 소리 안 합니다. 영국인들은 전세계를 누비며 식민지배 짓을 해댄 버릇이 남아 무슨 일을 하든 자국 것만 늘어놓고 논하는 걸 꺼립니다. 그놈의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이 매우 중요하므로 전세계 것을 골고루 늘어놓고 즐겨야만 하죠. 엊저녁 BBC에서 '덤플링'을 주제로 한 요리 프로그램을 봤는데요, 영국의 <비프 스튜와 덤플링> 소개를 한 후 인도, 폴란드, 이태리 등 다른 나라 덤플링들을 이어서 소개하더라고요. 무얼 하든 항상 이런 식입니다. 뉴스 시간에도 저 아프리카나 중동, 아시아 이야기를 마치 지역 소식 다루듯 다룹니다. BBC 특파원은 세계 구석구석 안 가는 곳이 없어요.

 

 

 

 

 

 

 



바쓰에 왔으니 바쓰에서 만든 치즈를 하나 사야지요. 이 블루 치즈말고도 바쓰 치즈가 몇 개 더 있었는데 그건 다음 방문 때 사기로 했습니다.

 

 

 

 

 

 

 

 


다쓰베이더가 이 치즈를 골랐더니 치즈 가게 아저씨가 활짝 웃으면서 기뻐합니다. "이거 작년 세계 치즈 대회에서 1등한 치즈야. 33개국에서 출품된 2,700개 넘는 치즈들 중에서 최고로 뽑혔어." 하고 위 사진에 있는 상장 복사본을 가리키며 자기가 다 뿌듯해하더라고요. 자기 고장 치즈라서 각별한가 봅니다. 하하, 영감, 잘 골랐구려.

 

 

 

 

 

 

 



이것도 바쓰에서 생산된 치즈인데 이건 다음에 사기로 했습니다. 이름이 재밌죠. 'Wyfe'는 'wife'의 옛날 철자입니다. 네에, 이 바쓰 부인이 바로 그 바쓰 부인입니다.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에 나오는 그 여장부요. 이 치즈는 다음 바쓰 방문 때 사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만난 꽃분홍색 치즈 레드 윈저.
이 치즈 구하기가 참 힘들었었는데 뜻하지 않게 여기서 봅니다. 맛이고 뭐고 신기하게 생긴 치즈는 무조건 사고 봅니다. 한 조각 샀습니다.

 

 

 

 

 

 

 



떨이 치즈 선반에서도 하나 사야지요. 프랑스 치즈인 똠 드 싸부와Tomme de Savoie를 샀습니다.

 

 

 

 

 

 

 

 

 

치즈 가게가 작지만 알짜배기들을 많이 갖다 놓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도 매우 친절해 수다를 한참 떨었어요. 사진의 맨 오른쪽 파란 앞치마 두른 아저씨입니다. 길드홀 마켓에서 고객 유치를 위해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경품 추첨 사진입니다. 치즈 가게 아저씨가 입점자 대표로 찍혔네요.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한국의 치즈 생산에 대해 묻습니다. 아직은 가공치즈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고, 여름이 너무 습하고 더워 자연치즈 만들기에 썩 좋은 환경은 아니라고 얘기했습니다. 바쓰에 있는 다른 치즈 가게들도 가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바쓰 블루, 레드 윈저, 똠 드 사부아, 이렇게 세 가지만 샀습니다. 시식기는 따로 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