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차와 과자, 치즈와 조제고기, 음식과 그릇, 음식우표, 음악, 영국 이야기

[영국음식] 대단히 세분돼 있는 영국 치즈 비스킷의 세계 British Biscuits for Cheese

댓글 8

영국 치즈

2016. 5. 31.

 

 

 

 
'치즈 비스킷'은 다음의 두 종류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Biscuits for cheese
 Biscuits flavoured with cheese


차이를 아시겠지요. 오늘은 첫 번째 개념의 치즈 비스킷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치즈 먹을 때 곁들이는 비스킷을 말합니다. 크래커라고 부를 때도 있는데, 치즈 비스킷이 좀 더 큰 개념입니다. 치즈 비스킷 안에는 비스킷, 크래커, 버터 퍼프, 마쪼, 오트케이크, 크리습브레드, 토스트 비스킷 등이 다 포함되거든요. 치즈와 함께 먹어야 하므로 이런 비스킷들은 대개 간이 세지 않고 고소하면서 담백합니다.


수퍼마켓에 놀러갈 때마다 저는 치즈 선반과 비스킷 선반을 유심히 봅니다. 영국의 수퍼마켓 과자 매대는 크게 네 구획으로 구분됩니다:


 티타임용 단 비스킷
 치즈, 수프, 까나페, 스프레드, 파테, 딥용 담백한 비스킷
 콕테일 파티나 와인 파티용 짭짤한savoury 비스킷
 감자칩

네 구획의 과자 매대 모두 매우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로 채워져 있어 살 때마다 매번 안 먹어 본 제품을 사도 시식에 끝이 안 납니다. 부지런히 사 먹어 시식이 끝날 때쯤 되면 새로운 맛의 신제품이 또 나오고요.

 



1. 대중적인 브랜드의 치즈 비스킷

치즈용 비스킷을 생산하는 영국의 유명한 브랜드로는 카스Carr's, 라이비타Ryvita, 제이콥스Jacob's, 내이언스Nairns, 라쿠센스Rakusen's 등이 있습니다. 어느 수퍼마켓이든 이들 제품을 취급합니다. 치즈 비스킷을 사실 때는 포장에서 비스킷 위에 얹혀 있는 치즈의 종류를 눈여겨보세요. 대개는 생산자가 그 비스킷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치즈를 얹어 광고 사진을 찍거든요. 생산자들이 치즈 비스킷 맛을 다양하게 내는 이유는 치즈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치즈도 비스킷을 가립니다. 치즈와 술의 궁합이 있듯 치즈와 비스킷도 궁합이 있어요. 잘 모르겠고 애매할 때는 그냥 부재료를 첨가하지 않은 최대한 담백한 맛의 백밀 '플레인' 비스킷으로 사시면 됩니다.

 

 

 

 

 

 

 

 

 

 

 

 

 

 

 

 

 



카스 테이블 워터 비스킷들은 한국에도 들어가 있죠?

 

 

 

 

 

 

 

 

 

 

 

 



라이비타도 한국에 들어가 있나요?

호밀rye을 써서 만들기 때문에 '라이비타'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브랜드입니다. 카스보다 제품을 좀 더 다양하게 냅니다. 비스킷 위의 치즈들을 눈여겨보세요. 제품 포장에 어떤 치즈들이 올라가 있는지 자꾸 보다 보면 이 세계에도 나름 공인된 궁합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제이콥스의 치즈 비스킷들.
생산해 온 지 130년이 넘은 제이콥스의 "크림 크래커", 그리고 "버터 퍼프". 이 두 비스킷은 맛이 중립적이라 어떤 치즈에든 무난하게 잘 어울립니다. 비스킷 200g에 각각 95p, 97p밖에 안 하는 매우 저렴한 서민용 치즈 비스킷입니다. 크림이 들어 크림 크래커가 아니라 크림 넣은 것처럼 부드러워 크림 크래커. 버터가 들어 버터 퍼프가 아니라 버터 퍼프 페이스트리처럼 결이 있고 파삭하다고 버터 퍼프.

 

 

 

 

 

 

 

 

 

 

 

 

내이언스는 스코틀랜드 브랜드답게 스코틀랜드의 대표 곡물인 귀리oat를 써서 제품을 만듭니다. 유기농 제품서부터 셀리악병(글루텐 민감성 장질환) 앓는 소비자들을 위한 글루텐프리 제품들까지, 나름 다양하게 제품을 내고 있죠. 셀리악 병이 있어도 치즈와 비스킷은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마음에 듭니다.

 

 

 

 

 

 

 

 

 

라쿠센스는 아시케나지 유태인 이민자가 잉글랜드 리즈Leeds에 1900년에 설립한 코셔 식품 전문 회사입니다. 유태인들이 유월절Passover 다음 날부터 7일간 먹는 무교병unleavened bread마쪼가 영국에서는 이렇게 훌륭한 치즈 비스킷으로 활용되고 있으니 재미있죠. 성분은 밀가루와 물, 이 두 가지뿐이고, 심지어 소금이나 설탕, 유지도 안 넣습니다. 수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가공식품 중 아마 가장 단순한 성분표를 한 게 이 마쪼 아닐까 싶네요. 다음과 같은 제품들이 더 있습니다.

 

 

 

 

 

 

 

 

 

 

 

체다입니다.

 

 

 

 

 

 

이탈리아풍으로 즐기라고 내놓은 향초와 양파맛 변주.

 

 

 

 

 

 

꺄멍베흐나 브리 같은 흰곰팡이 연성 치즈 위에

크랜베리 처트니나 잼을 올리는 것은 클래식 조합입니다.

 

 

 

 

 

 

 

 

 

이 회사는 같은 제품을 글루텐-프리로도 내고, 저지방으로도 냅니다. 요즘은 이런 전략을 쓰는 식품 회사들이 꽤 눈에 띕니다.

 

 

 

 

 

 

 

 

글루텐-프리, 저지방만으로는 안 되고 또 이렇게 화장실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섬유질 잔뜩 들어간 제품도 내야죠.

 

 

 

 

 

 

 

 

바쓰 올리버Bath Oliver.
1750년경부터 지금까지 생산돼 오는 치즈용 비스킷입니다. 잉글랜드 남서부 바쓰의 명물로, 옛날 문학작품들에서도 종종 언급이 되던 유명한 비스킷입니다.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비스킷은 예로부터 스틸튼과 함께 먹는 관습이 있습니다.

 

 




2. 수퍼마켓 자사 상표 치즈 비스킷

 

유명 브랜드 제품들말고 수퍼마켓들의 자사 상표 치즈 비스킷들도 살펴볼까요? 저희 집 근처에 <웨이트로즈>와 <세인즈버리즈>가 있으므로 이 두 곳 제품만 보기로 합니다. 어느 수퍼마켓이든 자사 상표를 단 치즈 비스킷들을 내고 있는데, 값에 비해 품질 좋은 것들이 많습니다.

 

 

 

 

 

 

 



비스킷에 체다와 어니언 처트니를 얹는 것은 영국에서는 클래식 중의 클래식 조합으로 통합니다. 체다는 로즈마리, 타임, 차이브 같은 향초 넣은 비스킷에 잘 어울립니다. 로즈마리 비스킷에는 염소젖 치즈들도 잘 어울립니다.

 

 

 

 

 

 

 



브리나 꺄멍베흐 같은 흰곰팡이 연성 치즈에도 처트니를 곁들이면 좋습니다. 사진에 있는 건 어떤 처트니인지 잘 못 알아보겠는데, 어니언 처트니 외에도 크랜베리 처트니나 잼도 잘 어울립니다. ☞ 10분도 안 돼 만드는 크랜베리 잼

 

 

 

 

 

 

 


리꼬따ricotta, 신선 치즈fresh cheese, 크림 치즈용.

 

 

 

 

 

 

 

 

 

어떤 치즈에든 무난하게 어울리는 버터 퍼프. 포장에는 영국 블루 치즈인 스틸튼이 올라갔네요. 버터 퍼프는 다이제스티브나 커스타드 크림 샌드처럼 오래돼서 이제는 클래식 비스킷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어느 브랜드, 어느 수퍼마켓이든 기본으로 출시를 합니다.

 

 

 

 

 

 

 

 


이건 아나토annatto 색소 넣은 영국의 주황색 블루 치즈들용. 주황색 나는 블루 치즈들은 아나토 때문에 쓴맛이 약간 나면서 스틸튼과는 맛이 또 다릅니다. 소금 많이 친 삶은 달걀 노른자 같은 고소한 맛이 나죠.

 

 

 

 

 

 

 

 

 

이건 장기 숙성 체다를 위해 특별히 개발된 제품. "Perfect with vintage Cheddar"라는 문구가 보이죠?

 

 

 

 

 

 

 

 

 

귀리를 넣은 다이제스티브풍의 치즈 비스킷. 흰곰팡이 연성 '염소젖' 치즈용.

 

 

 

 

 

 

 



이건 장기 숙성 하우다Gouda용.

감동입니다.
자국 치즈들뿐 아니라 이렇게 남의 나라 치즈까지 신경을 써 주다니요. 두루뭉실하게 블루 치즈용, 흰곰팡이 연성 치즈용, 하드 치즈용도 아니고, 콕 집어 한 치즈만 언급을 하고 있어요. 대단합니다.

 

 

 

 

 

 

 

 


치즈보드용 비스킷 모둠. <세인즈버리즈> 수퍼마켓 자사 상표 치즈 비스킷은 한참 더 있으나 여기까지만 올려 봅니다.

 

 

 

 

 

 

 

 

 

 

 

 

 

 

 

순한 맛의 연성 치즈mild soft cheese용.

 

 

 

 

 

이것도 순한 맛의 연성 치즈mild soft cheese용.

 

 

 

 

 

블루 치즈, 장기 숙성 체다, 크림처럼 부드러운 치즈용.

 

 

 

 

이것도 블루 치즈, 장기 숙성 체다, 크림 성상의 치즈용.

 

 

 

 

 

염소젖 치즈, 페타, 할루미용.

 

 

<웨이트로즈>의 자사 상표 치즈 비스킷들입니다. 몇 가지만 올려 봅니다. 포장에 치즈 사진이 없어 치즈 초심자가 비스킷 선택할 때 좀 어려울 수 있겠는데요, 포장 어딘가에 어떤 치즈를 올리면 좋은지에 대한 정보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럴 땐 포장을 잘 살펴보세요. 설명이 없더라도 이 글을 다 읽고 나시면 비스킷과 치즈 궁합에 대해 대략 판단을 하실 수 있게 될 겁니다.


영국은 수퍼마켓 수가 많고 경쟁이 치열해 자사 상표 치즈 비스킷들도 다들 비슷한 수준으로 잘 냅니다. 고급 수퍼마켓들은 다만 아티잔급 비스킷들을 좀 더 많이 취급하죠. 자사 상품들은 대개 체다용, 블루 치즈용, 흰곰팡이 연성 치즈용, 크림 치즈나 프레쉬 치즈용, 염소젖 치즈용 등을 따로 내고, 파티 때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모둠으로도 냅니다.

 

 




3. 아티잔 치즈 비스킷

 

이제부터는 수퍼마켓뿐 아니라 델리나 백화점 등에서도 볼 수 있는 고급 아티잔 치즈 비스킷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개인이 열정을 갖고 시작한 소규모 회사들이 많으며, 값이 비싼 만큼 재료도 맛도 뛰어나고, 포장과 과자 생김새도 벌써 눈으로 보자마자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잘생겼습니다.

 

 

 

 

 

 

포장만 봐도 기분 좋은 밀러스Miller's의 아티잔 비스킷들.

 

 

 

 

 

 

 

 

 

 

 

저도 이 회사 제품들을 자주 삽니다. 밀가루부터가 달라요. 공장에서 고속 회전하는 금속 맷돌로 간 일반 백밀가루를 쓰는 게 아니라 전통식 돌맷돌을 써서 천천히 간 통밀가루를 씁니다. 고속 회전하는 금속 날로 갈면 열이 발생해 밀가루 표면이 살짝 익어 풍미가 떨어진다고 하죠.

 

 

 

 

 

 

 

 

 

 

 

 

 



스웨덴풍 크리습브레드crispbread를 선보이고 있는 피터스 야드의 제품들. 질감이 좀 단단하긴 하나 크리습브레드도 치즈 비스킷으로 좋습니다. 사진에는 록포르가 올라가 있네요. 이런 단단한 비스킷에는 하드 치즈보다는 수분이 좀 있는 치즈들을 올려야 목이 막히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이 글 첫 사진에 고르곤졸라 피칸테와 함께 있는 비스킷이 바로 이 피터스 야드 제품입니다.

 

 

 

 

 

 

 

 

 

 

 

 

 

제가 예전에 비스킷 포장 디자인 멋있다고 소개해 드렸던 퍼지스Fudge's의 비스킷들입니다. 이 회사 제품들도 자주 사 먹습니다. 영국 수퍼마켓에서 미술품 사기

 

 

 


4. 치즈 생산자가 자사 치즈에 맞춰 개발해 판매하는 치즈 비스킷 

 

치즈 생산자들이 자기들이 생산하는 치즈에 꼭 어울리는 맛의 비스킷을 외주하거나 직접 연구해 생산하기도 합니다. 수퍼마켓에서는 보기 힘들고, 생산자로부터 치즈를 직접 구매할 때 장바구니에 같이 담는 수밖에 없지요.

 

 



5. 치즈 전문점들이 별도로 제작해 선보이고 있는 치즈 비스킷

비스킷 회사들이 아니라 규모가 제법 되는 치즈 전문점들도 자기들이 취급하는 치즈들에 곁들일 비스킷을 따로 주문 제작해 판매를 합니다.

 

1797년부터 치즈와 식료품을 팔던 

<팍스톤 앤드 위트필드>의 치즈 비스킷 모둠.

 

 

 

 

 

 

 

 

<파인 치즈 컴퍼니>의 치즈 비스킷 안내서.
종류가 정말 다양하죠.

 

 

 

 

 


<파인 치즈 컴퍼니>의 치즈 비스킷들은 <존 루이스> 백화점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포장의 그림과 문구를 주의 깊게 읽어 보세요.


 차이브 맛 나는 비스킷에는 브리
 숯 비스킷에는 잘 부서지는 보슬보슬한 '크럼블리' 치즈
 바쓰 올리버 풍의 비스킷에는 블루 치즈
올리브 오일과 소금으로 맛낸 짭짤한 비스킷에는 파마산이나 체다 같은 풍미 짙은 하드 치즈
 로즈마리로 맛낸 비스킷에는 염소젖 치즈


저는 염소젖 치즈 특유의 '고티goaty'한 맛에서 항상 로즈마리의 매운 기운을 느꼈는데 제 느낌이 맞았던 모양입니다. 로즈마리 비스킷에는 체다도 잘 어울립니다.

 

 

 

 

 

 

 



같은 제품을 깡통에도 담아 팝니다. 자, 이제 비스킷에 맞는 치즈를 고르실 수 있겠지요? 다시 정리를 해 드리자면,

 맨 왼쪽의 올리브 오일 비스킷에는 체다, 파마산, 뻬꼬리노 같은 하드 치즈,
가운데 차이브 비스킷에는 체다나 브리,
 맨 오른쪽 로즈마리 비스킷에는 체다나 염소젖 치즈.

 

 

 

 

 

 

 

 


아, 양젖 치즈용 비스킷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양젖 치즈는 소젖 치즈, 염소젖 치즈보다 드물기 때문에 이를 위한 비스킷도 보기가 힘든 편입니다. 반갑네요.

 

 

 

 

 

 

 

 

 



빵을 얇게 썰어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풍 비스킷들도 치즈 비스킷으로 인기가 있습니다. 비스킷보다 두꺼워 견과류나 건과일 같은 부재료를 큼직하게 박아넣기 좋고, 이 때문에 시각적으로도 화려해 보이죠. 이런 비스킷을 쓰면 치즈보드에 견과류나 건과일을 따로 올릴 필요가 없어서 편합니다. 대신 풍미가 복잡하므로 치즈와 궁합을 잘 맞춰서 올려야 합니다. 다행히도 비스킷 포장에 어떤 비스킷에 어떤 치즈를 곁들이면 좋을지 설명을 해 놓았습니다.


스틸튼, 도베르뉴, 고르곤졸라 돌체 같은 부드러운 블루 치즈에는 건체리, 아몬드, 아마인 박은 비스킷

 

브리야 사바랭, 브리 드 모, 바슈랭 몽도 같은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에는 건대추, 헤이즐넛, 호박씨 박은 비스킷

 

발랑세, 크로탕 드 샤비뇰, 랙스톤 같은 비숙성 혹은 초단기 숙성 염소젖 치즈에는 반건조 살구, 피스타치오, 해바라기 씨 박은 비스킷

 

 


단단이 생각해 본 비스킷과 치즈 궁합 맞추기의 기본 원리


일단, 체다 같은 강하고 복잡한 풍미의 치즈들은 어떤 맛의 비스킷이건 무난하게 소화를 해냅니다. 후추로 맛낸 것, 차이브, 로즈마리, 타임 등의 향초herb로 맛낸 것, 올리브 오일로 맛낸 것, 맥주로 맛낸 것 등에도 밀리지 않고 제 맛을 내죠.


블루 치즈들 역시 기가 세서 고운 백밀 외에 통밀, 호밀, 귀리 등의 풍미 강한 곡물과, 견과류나 씨앗 박힌 비스킷에도 기운이 밀리지 않고 잘 어울립니다. 단, 단맛 나는 건과일이 박힌 것들은 블루 치즈 속 푸른곰팡이의 향긋한 단맛과 충돌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은 흰곰팡이 껍질에서 매력적인 버섯 향과 이스트 향이 나므로 이 향들을 해치지 않을 순한 맛의 비스킷을 골라야 합니다. 저는 브리나 꺄멍베흐는 사실 비스킷보다는 같은 이스트 풍미가 있는 빵이 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이 치즈들은 늘 빵과 함께 먹습니다.


비스킷은 빵보다 수분이 적고 단단하므로 하드 치즈보다는 수분이 조금 있는 치즈들과 잘 어울립니다. 버터 나이프로 펴바를 수 있는 크림 치즈나 신선 치즈들이 특히 좋고, 블루 치즈들도 부드럽기 때문에 비스킷과 함께 먹기 적합합니다. 비스킷에 하드 치즈를 올릴 경우에는 처트니나 잼 같은 물기 있는 것들을 같이 올려 주면 먹기가 조금 편해집니다.

 

 

 


지금부터는 집에서 그간 즐겼던 치즈와 비스킷 사진들을 올려 보겠습니다. 저는 사실 치즈 먹을 때 빵이나 비스킷, 과일, 견과류 등을 여간해선 곁들이질 않습니다. 치즈맛을 온전히 느끼는 데 방해가 되거든요. 시식기를 써야 하므로 고도로 정신을 집중해 맨입에 맛보는 습관이 들어 그런 거지요. 그런데 치즈와 곁들임 음식들의 궁합을 맞추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대개의 경우 저는 방해가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치즈보드에 습관적으로 생포도나 생사과 올리는 것을 늘 의아하게 여깁니다. 이런 생과일들은 블루 치즈들이 가진 푸른곰팡이 특유의 섬세하고 향긋한 단맛과 충돌해 서로의 장점을 무효로 만듭니다. 버섯 우마미와 달착한 이스트 풍미를 가진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과도 충돌할 때가 많고요. 생과일의 즙이 흰곰팡이 껍질의 쓴맛을 증폭시킬 때가 많아요. 체다 같은 풍미 강한 치즈들에는 생과일보다 강도가 좀 더 센 처트니들이 더 잘 어울립니다. 즉, 생과일이 어울릴 만한 치즈가 그리 많지가 않다는 겁니다. (레몬 산미가 있는 염소젖 신선 치즈에 잘 익은 무화과fig 조합, 괜찮습니다.) 블루 치즈들은 다른 치즈군에 비해 간이 세서 맨입에 먹기가 좀 힘들 텐데, 이럴 때는 과일보다 비스킷과 함께 먹는 게 낫습니다.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은 빵과, 블루 치즈들은 바삭한 비스킷과 먹는 것이 좀 더 맛있습니다. 그래서 아래의 치즈 비스킷 사진들에서는 블루 치즈가 특히 많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단단이 가장 아끼는 치즈 비스킷 깡통 자랑. 

 

 

 

 

 

 

 

 

 

 

 

 

 

 

 

 

 

 

 

 

 

 Wallace & Gromit <A Grand Day Out> (1989)



"집에 치즈는 똑 떨어졌고 공휴일이라 가게는 문 닫았고. 에잇, 치즈로 만들어진 달에 가서 달이나 잘라 먹고 오잣."


세기의 치즈광 영국인 월리스. 
치즈 비스킷은 필수.

남유럽과 영국은 치즈를 즐기는 양상이 다릅니다. 남유럽 사람들은 치즈를 메쩨, 안티 파스티, 치께띠, 따빠스, 삔쵸스 등의 형태로 조제고기나 빵과 함께 식사로 먹는 것을 즐기고, 영국인들은 식후에 별도로 즐기거나 콕테일 파티, 와인 파티 때 비스킷과 함께 먹는 것을 즐기죠. 영국의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들이 식후 치즈 코스 내는 것을 잘 보면 늘 다양한 아티잔 비스킷들을 함께 낸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치즈를 비스킷과 즐겨 먹기 때문에 영국은 이렇게 치즈용 비스킷들이 매우 발달해 있고, 수평적으로나 수직적으로나 결이 촘촘해 골라 먹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의 크리스마스 치즈보드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