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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초비 먹고 산 이야기 Anchov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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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2017. 1. 23.

 

 

오늘은 안초비 특집입니다. 글이 또 깁니다.
이동하시거나 누구 기다리시면서 시간 때워야 할 때 보세요.

 

 

 

 

 

 

 


 우리 집 생선 도감의 안초비.

위에서 두 번째 은빛 나는 것이 유럽 안초비.

맨 아래는 북태평양 북미 안초비.

 

 

단단이 참 좋아하는 식재료 안초비. 안초비는 정어리sardines보다 살색도 더 진하고 맛도 더 진합니다. 집에 염장 안초비 깡통, 하드 치즈, 토마토 퓨레, 피쉬 소스(액젓), 간장만 있으면 우마미 내는 다른 조미료는 따로 둘 필요가 없지요.


영국인들도 안초비를 먹습니다. 그런데 영국 바다에서는 안초비가 잡히질 않아 수입을 해 와야만 합니다. 영국 남서쪽 바다에 적은 수가 드물게 잡히기는 하나 양이 적어 16세기부터 남유럽에서 안초비를 염장해 가져오고 있는데, 안초비 자체를 먹기도 했지만 안초비를 이용해 장을 담그거나 그레이비, 소스 등에 활용을 많이 해 왔습니다.


교통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염장 병조림·통조림 외에 식초에 절인 것도 수퍼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고, 영업집에서는 생물도 납품 받아 씁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잡아 스페인에서 가공해 들여온 것들도 많이 보입니다. 스페인이 안초비 가공을 잘하거든요. 안초비 제품을 사시면 포장에서 학명을 잘 찾아보세요. 세계 곳곳에서 잡히는 생선이라서 잡히는 곳에 따라 학명이 달라집니다. 유럽 안초비는 'Engraulis encrasicolus', 어획량이 가장 많은 페루 안초비는 'Engraulis ringens', 아르헨티나 안초비는 'Engraulis anchoita', 캘리포니아 안초비는 'Engraulis mordax', 일본과 한국의 안초비, 즉, 멸치는 'Engraulis japonicus', 이런 식으로 이름이 붙습니다. 제 생각엔, 서식지별 맛 차이도 물론 있겠지만 그보다는 가공 방식과 기술에서 오는 맛 차이가 더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초저가 제품이 아닌 한은 다들 맛이 괜찮았습니다.


유럽에서는 남유럽 국가들이 안초비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 안초비 녀석들이 얼마나 엉뚱하냐면요, 스페인 비스케이 만Bay of Biscay을 지나 북상, 영국을 거쳐 노르웨이까지 와 살을 통통 찌워 놓고는 봄에 다시 비스케이 만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잡혀 줍니다. 북유럽이 먹여 살 찌운 안초비를 스페인이 잡아다 북유럽에 팔고 있는 거죠. 이런 배은망덕한 녀석들.


오늘은 안초비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익숙한 것도 있고 낯선 것도 있을 겁니다.

 

 

 

 

 

 

 

 스페인 음식 백과사전의 따빠스 열전

 

 

집에 있는 스페인 음식 백과사전에 있는 따빠스 중 안초비가 있는 장만 찍어 올려 봅니다. 안초비 요리가 네 개나 보입니다[검은색 √ 표시]. 초절임도 있고, 튀김도 있고, 염장한 것도 있습니다.

 

 

 

 

 

 

 

 

 

 

 

 수퍼마켓에서 산 생물 안초비 초절임.

이태리에서 잡은 안초비.



초절임한 생물 안초비입니다. 포장 뜯어서 먹기만 하면 되는 완제품들이 있으니 영국에 계신 분들은 수퍼마켓 냉장 선반을 잘 살펴보세요. 하나도 안 짜고 비린 맛도 전혀 없습니다. 안초비를 짠 식품으로 기억하고 계신 분들 많죠. 그런 분들은 이런 초절임 안초비를 한 번쯤 경험해 보시면 좋지요. 식감도 좋고 얼마나 맛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보는 병조림·통조림 제품과는 맛이 정말 많이 다릅니다. 안초비를 식초에 절이고 나면 반투명 적갈색이었던 생선 살이 불투명해지면서 뽀얗게 변합니다. 열로 익힌 것과 마찬가지로 안전해지죠. 아래 영상을 한번 보세요. 스페인에서 초절임 안초비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감귤류 즙으로 생해산물을 절이는 쎄비체ceviche와 비슷한 원리입니다.

 

 

 

 

 

 

 

 스페인의 초절임 안초비 

'보께로네스 엔 비나그레boquerones en vinagre' 만드는 법.

 

 

 

 

 

 

 

단출하기 짝이 없는 재료.

내륙에 살거나 산지가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은

미리 초절임된 안초비를 사서 쓰는 것도 괜찮다.

 

 

 

 

 

 

 


 뚝딱 완성. 그야말로 '조립' 수준.

이건 스페인에서 잡은 안초비.



한여름에 즐기면 좋을 맛입니다. 스페인 판으로 소개를 했는데, 안초비를 상식하는 국가들은 다들 이런 식초나 감귤류 즙에 절인 것을 먹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도 제철에 신선한 생물 멸치 구해 이렇게 먹으면 좋겠습니다. 내륙까지 보내는 데 선도 유지가 힘들다면 산지에서 잡자마자 바로 손질해 초절임까지 마친 걸 포장해 팔아도 되지요. 제가 사 온 것도 그런 제품이었는걸요. 초절임 안초비는 고급일수록 육질에 힘이 있으면서 신맛도 과하지 않고 은은하게 납니다.

 

 

 

 

 

 

 

 

 

스페인의 생물 안초비 튀김 'Boquerones Fritos'.

 


한편, 생물 안초비로 튀김도 해먹습니다. 수산시장 옆에 살지 않는 한 저 같은 도시의 일반 소비자는 싱싱한 생물 안초비를 구할 수가 없을 테니 이런 건 제철에 산지에서나 사 먹어야겠지요. 이건 스페인의 따빠스 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초비 튀김이고,

 

 

 

 

 

 

 

이태리의 생물 안초비 튀김 'Acciughe Fritte'.

 


이태리 사람들도 똑같은 걸 해먹고,

 

 

 

 

 

 

 

터키의 생물 안초비 튀김 'Hamsi Tava'.



터키 사람들도 안초비 튀김을 먹는데, 이들은 좀 더 예쁘게 모양을 내서 먹습니다. (생선한테 미안해서) 생선 머리 잘 못 먹는 저한테는 이 머리 없는 터키판 안초비 튀김이 좋아 보이네요. ☞ 다양한 Hamsi Tava 모습

 

 

 

 

 

 

 


요리책 ☞ Jamie's Italy에 담긴

세이지 안초비 튀김 (영감 손은 약손)



난이도가 좀 더 높은 안초비 튀김도 있습니다. 샌드위치처럼 세이지sage 잎 두 장 사이에 와인에 절인 안초비를 끼운 뒤 반죽을 입혀 튀깁니다. 심지어 반죽에 들어가는 달걀도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 노른자는 반죽에 바로, 흰자는 따로 거품 내 합쳐서 가벼운 질감을 냅니다.

 

 

 

 

 

 

 

 

요리책 ☞The Gilbert Scott Book of British Food

담긴 화이트베이트whitebait 튀김 준비 과정

 

 

생물 안초비를 구하기 쉽지 않았던 영국에서는 청어 등의 치어인 화이트베이트를 튀겨 먹었으나 요즘은 잘 안 먹습니다. 치어 자꾸 찾으면 어획고가 고갈되니까요. 1612년부터 기록이 있는 음식인데, 과거에는 이 화이트베이트가 안초비 같은 작은 생선의 한 종류인 줄 알았다가 20세기 초에 비슷하게 생긴 여러 생선들의 치어라는 사실이 밝혀졌죠. 아무튼, 작은 생선을 통째로 튀겨 먹는 것은 만국 공통인 듯합니다.

 

 

 

 

 

 

 

 

 


 영국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의 자체 상표 염장 안초비.

아르헨티나에서 잡은 것.



일반 소비자가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형태는 아무래도 병조림이나 통조림 염장 제품일 텐데요, 저는 가급적 향초herb가 들지 않은 것,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에 재운 것, 무게당 값이 조금 더 나가더라도 한 번에 다 쓸 수 있는 양 적은 것으로 삽니다. 뜯어서 공기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비린 맛이 증폭되고 맛이 급격히 떨어지거든요. 향초가 들어 있으면 용도에 제약을 받고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에 재운 것은 오일을 다른 요리에 활용할 수 있어 좋지요. 염장을 거친 병조림·통조림 제품들은 생물 안초비에 비하면 살이 무르면서 짠 편인데, 이같은 점이 또 요리에 쓸 때는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소금 간과 조미료 역할을 동시에 해 주거든요. 열을 가해 요리하고 나면 안초비는 짜릿한 우마미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지죠.

 

병조림·통조림 안초비는 뭉개진 살 없이 온전한 형태를 하고 있으면서 통통하고 실한 것이 좋습니다. 즉, 보기에 잘생긴 것이 품질도 좋습니다. 초절임 안초비와 마찬가지로 이 염장 제품도 고급일수록 덜 짜면서 덜 자극적입니다. 고급 제품은 안초비 형상을 온전히 보여 줘야 할 요리에 쓰면 좋고, 조미료 목적으로 쓸 때는 꼭 비싼 제품으로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스페인의 유명한 염장 안초비 통조림 회사

<코데사Codesa>의 안초비 절임 생산 과정.



고급 안초비 통조림은 대개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이 영상을 보시고 나면 '통조림 식품 = 공장에서 기계가 영혼 없이 막 찍어 낸 저급한 식품'이라는 생각이 싹 사라질 겁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껏 다듬어 깡통에 담고 있죠. BBC 음식기행 스페인 편에서 안초비 공장 취재한 걸 본 이후로 저는 통조림 안초비 애호가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른 멸치만 내지 말고 이런 것도 좀 같이 냈으면 좋겠습니다.

 

 

 

 

 

 

 

스페인 식료품점에서 사 온 <오르티즈> 염장 안초비 통조림.



영상에서 소개하고 있는 스페인의 <코데사>와 사진에 있는 <오르티즈>의 염장 안초비 통조림은 둘 다 안초비 질이 좋기로 소문 난 칸타브리아Cantabria 앞바다에서 잡아 가공을 하며, 둘 다 평이 아주 좋습니다. 비싸서 자주는 못 사 먹고 평소에는 위에서 소개한 가성비 좋은 수퍼마켓 자체 상표(PB) 제품을 씁니다.

 

 

 

 

 

 

 

염장 안초비를 쉽고 맛있게 즐기는 방법.



저는 기름에 재운 염장 안초비는 이렇게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갓 삶아 따끈따끈 말랑말랑한 완숙 달걀 4분의 1쪽에 안초비 2분의 1포fillet를 얹어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죠.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을 힘 안 들이고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염장을 하면 살이 저렇게 불투명해지면서 붉게 변합니다. 만일 염장 안초비가 너무 짜서 삶은 달걀로도 짠맛이 중화되지 않을 경우에는 우유에 10분 정도 담가 짠맛을 좀 빼고 쓰셔도 됩니다.

 

 

 

 

 

 

 


 요리책 ☞ Around My French Table에 담긴

프랑스 니스의 피쌀라디에르pissaladière.



안초비를 활용한 음식들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프랑스 남단의 니스Nice에서는 안초비를 이렇게 활용하기도 합니다. 피짜 도우 위에 장시간 익힌 양파를 깔고 안초비와 니스산 꺄이티에callletier 올리브를 얹어 먹습니다. '피쌀라디에르'라고 부릅니다. 많이 보셨죠? 이렇게 안초비가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내는 요리에 잘생기고 실한 고급 통조림 제품을 쓰면 좋다는 거지요.

약식 피쌀라디에르 만드는 법

 

참,
올리브를 통째로 오븐에 굽고 나면 쨍한 신맛은 누그러지고 견과류 같은 고소한 맛이 나게 됩니다. 과육도 고기처럼 제법 힘 있게 씹히고요.

 

 

 

 

 

 

 


 요리책 ☞ Two Greedy Italians Eat Italy에 담긴

이태리 리구리아의 싸르데나라sardenara.



니스와 인접한 이태리의 리구리아Liguria 지역에서도 비슷한 음식을 먹습니다. '싸르데나라'라고 부릅니다. 피쌀라디에와 닮았죠? 도우가 피짜보다는 두툼한 포카치아에 가깝고 토마토, 혹은 토마토 소스가 들어갑니다.

 

 

 

 

 

 

 



염장 안초비를 브로콜리, 편마늘, 로즈메리와 함께 올리브 오일에 볶아 먹는 것도 상당히 맛있습니다. 브로콜리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브로콜리는 사진에 보이는 줄기 부분이 송이floret 부분보다 훨씬 맛있으니 송이만 떼어 내고 버리지 마시고 'Y-peeler'로 한 겹 벗겨 버린 뒤 납작납작 저며서 써 보세요.

 

 

 

 

 

 

 

 

 

 스페인 델리에서 사 온 훈제 안초비

 

 

비록 작지만 안초비도 훈제를 할 수 있습니다. 연어, 고등어, 청어도 훈제를 하는데 같은 등푸른 생선 계열인 안초비도 못 할 것 없죠. 이것도 열훈hot-smoking과 냉훈cold-smoking 둘 다 가능하며, 수퍼마켓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훈제용 안초비는 건염dry-salting을 하지 않고 수염brining을 한다고 합니다.

 

 

 

 

 

 

호스래디쉬 크림을 곁들인 훈제 안초비 토스트.



훈제 안초비를 저는 이렇게 즐겼습니다. 통밀빵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훈제 안초비 깡통에 들어 있던 올리브 오일을 표면에 바른 뒤 오븐에 잠깐 구워 줍니다. 훈제 안초비를 하나씩 얹고 호스래디쉬horseradish 북북 간 것, 크렘 프레쉬crème fraîche, 딜dill을 섞어 만든 소스를 올립니다. 그런 다음 카이옌 페퍼cayenne pepper와 블랙 페퍼 뿌려 냠냠.

 

 

 

 

 

 

 

 

 

 올리브 오일을 넣은 남유럽식 안초비 페이스트

 


한편, 안초비를 고운 체에 걸러 가시를 제거하고 페이스트로 만들어 쓰기도 합니다. 안초비를 먹는 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데, 유럽인들의 '피쉬 소스' 내지는 '멸치 다시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음식에 우마미를 더해 주죠. 수프, 스튜, 소스, 그레이비, 샐러드 드레싱, 고기 양념rub 등으로 쓸 수 있으며, 대개 치약 튜브처럼 생긴 용기에 담아 종이 상자에 넣어 팔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짜서 쓸 수 있습니다. 첨가물 없이 안초비, 소금, 올리브 오일만 넣어 만듭니다.

 

 

 

 

 

 

 


 버터와 이런저런 향초, 향신료를 넣은 

영국의 안초비 페이스트 '젠틀맨스 렐리쉬'.

 

 

안초비 페이스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영국의 '젠틀맨스 렐리쉬'일 텐데요, 1828년부터 지금까지 전해 오는 전통 장condiment으로, 이에 대해서는 ☞ 별도의 글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니 참고하세요. 영국은 올리브 산지가 아니라서 올리브 오일 대신 버터를 넣어 안초비 페이스트를 만듭니다. 안초비 버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저런 맛내기 향신료를 별도로 넣기 때문에 일반 안초비 페이스트보다는 맛이 낫습니다.

 

 

 

 

 

 

 


 젠틀맨스 렐리쉬를 바른 토스트 ① 술안주로도 좋고,

아프터눈 티타임에 샌드위치 대신 올려도 좋고.

 

 

 

 

 

 

 


 젠틀맨스 렐리쉬를 바른 토스트 ② '스코치 우드콕'.

이건 아침 식사로 적격.



영국인들은 젠틀맨스 렐리쉬를 무염 버터와 섞어 짠맛을 희석시킨 뒤 토스트에 발라 달걀과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삶은 알을 얹기도 하고, 스크램블드 에그를 얹기도 합니다. 그 외, 스테이크 표면에 문질러 주거나, 소스, 드레싱, 그레이비, 스튜나 캐서롤 등에 섞어서 우마미를 보강하기도 합니다.

 

 

 

 

 

 

 

안초비가 들어간 영국의 전통 장 '우스터셔 소스'.



영국의 또 다른 전통 장인 우스터셔 소스에도 안초비가 들어갑니다.

<리 앤드 페린스> 우스터셔 소스 성분
Malt vinegar (from barley), spirit vinegar, molasses, sugar, salt, anchovies, tamarind extract, onions, garlic, spice, flavourings (→ 영업 비밀). 끝.

우스터셔 소스를 쓰는 영국음식은 너무 많아서 열거가 불가능합니다. 우리 한국인들 간장 쓰듯 우스터셔 소스를 쓴다고 보시면 됩니다. 수프에서부터 고기요리, 파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우스터셔 소스에 대하여

 

 

 

 

 

 

 

 태국 피쉬 소스 '남 플라nam pla'.

 

 

'Fish water'라는 뜻의 남 플라도 안초비로 만들죠. 브랜드에 따라서는 안초비 외에 정어리sardine, 고등어mackerel, 청어herring, 잉어carp 등을 넣기도 하는데, 피쉬 소스는 단일 어종으로 만든 것, 생선 함량이 높은 것, 첨가물이 적게 든 것, 숙성 기간이 긴 것일수록 고급으로 쳐 줍니다.


그런데, 제품명이 '오징어표 멸치 액젓'이라뇨, 포장 그림만 얼핏 보고는 오징어 액젓인 줄 알고 그냥 지나쳐 엉뚱한 데 가서 한참 찾았잖아요. 나아 참.


영국의 우스터셔 소스는 원조인 <리 앤드 페린스Lea & Perrins> 것이 가장 유명하고 그 외에는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지만, 남 플라는 유명 제조사가 여럿 있습니다. 사진에 있는 <Squid>, <Golden Boy>, <MegaChef> 등이 특히 인기 있다고 합니다.


<스퀴드> 프리미엄 남 플라 성분:
Anchovy Extract 80%, Salt 17%, Sugar 3%. 끝.

 

안초비 함량이 높고 성분이 단순해서 좋죠? 설탕이 안 든 것들도 물론 있다 하고요.

 

 

 

 

 

 

 

 베트남 피쉬 소스 '느억 맘Nước mắm'

 


느억 맘도 안초비로 만듭니다. 이 제품은 이름이 '삼게표 멸치 액젓'. 동양에서는 왜 다들 이런 식으로 이름을 짓는 걸까요? 이건 마치 '소머리표 닭육수' 격이잖아요? 헷갈리게스리. (제가 '부채표 동화약품'까지는 봐줍니다. ) <Red Boat>, <Three Crabs> 제품이 특히 유명하다고 합니다.


<Three Crabs> 느억 맘 성분:
Anchovy extract, salt, water, fructose, hyrdrolysed vegetable protein. 끝.

생선 함량을 숫자로 명확하게 밝히질 않는데다 첨가물이 들어 있어 원료만 놓고 보았을 때는 위의 태국 것만 못해 보입니다.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피쉬 소스를 쓰고 있지만 서방에는 태국과 베트남, 이 두 나라 것이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두 피쉬 소스에 차이가 있을까요?


네, 있다고 합니다. 저는 태국 것은 집에 늘 두고 쓰고 있어도 베트남 것은 아직 써 보질 못 했는데, 태국의 남 플라가 베트남의 느억 맘보다 좀 더 짜면서 맛이 강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둘 사이의 맛 차이보다는 각 제품의 브랜드별 맛 차이가 오히려 더 크다고 합니다. 서로 대체해서 써도 맛 차이가 많이는 안 난다고 하니 이들 나라의 음식을 어쩌다 한 번씩 해먹는 외국인들로서는 둘 다 갖추기 힘들면 둘 중 하나만 집에 두고 써도 괜찮다고 합니다. 강도 차이가 있다 하니 양을 조절해서 써야겠죠.

 

 

 

 

 

 

 

 한국 멸치 액젓

 


한국도 액젓을 많이 쓰는 나라죠. 저는 멸치 액젓과 까나리 액젓밖에 써 본 경험이 없는데, 나이 어린 단단 새댁, 시어머니께 배워 도라지마늘볶음에 까나리 액젓 넣어 맛을 내곤 했었죠. 액젓 잘 쓰면 음식이 맛있어집니다.

 

 

 

 

 

 

 

 프랑스의 올리브 페이스트 '타퍼나드tapenade'.



타퍼나드에도 안초비가 소량 들어갑니다. (생각보다 많은 음식들에 안초비가 슬쩍 들어가 맛을 완성시켜 주고 있다는 사실.) 피짜의 단단한 테두리 빵 부분은 이 타퍼나드를 발라 먹으면 별미입니다. 피짜 드실 때 아예 찻숟가락 꽂아 병째 옆에 두세요.

<웨이트로즈> 타퍼나드 재료
Kalamata olives (92%), extra virgin olive oil (3%), red wine vinegar, anchovy, chilli. 끝.

 

 

 

 

 



 이태리의 샐러드용 안초비 딥dip

'반냐 카우다bagna càuda'.

 


반냐 카우다에는 안초비가 소량이 아니라 잔뜩 들어갑니다. '안초비 퐁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안초비 딥이 있으면 생야채도 양껏 먹을 수 있습니다.


반냐 카우다 재료
염장 안초비, 마늘, 우유, 크림, 버터, 올리브 오일. 끝.


☞ 반냐 카우다 만드는 법


안초비가 들어가는 음식이나 식품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으니 여기까지만 언급하렵니다.

 

 

 

 

 

 

 

 

 

 

 풀 말레이시안 브렉퍼스트 '나시 르막nasi lemak'.
멸치 삼발sambal ikan bilis과 멸치볶음ikan bilis이 보인다.

 


말린 안초비, 즉, 마른 멸치는 일본과 우리 한국이 특히 잘하는 영역이죠. 이에 대해서는 설명을 따로 안 드려도 될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는 말린 안초비 먹는 사람을 못 봅니다. 수입 재료라면 말려서도 들여올 법한데 여기서는 말린 안초비 보기가 힘들어요. 회, 쎄비체, 초절임, 염장, 훈제, 찜, 지짐, 튀김, 구이, 발효장 등은 다 먹으면서 이상하게 바싹 말린 생선은 잘 안 즐깁니다. 유럽 다른 나라들과 북미, 오세아니아 쪽에서는 말린 안초비를 먹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마른 멸치 이야기가 나왔는데 멸치볶음 언급을 안 할 수가 없지요. 참 재미있는 게, 제 본가 쪽에는 엄마, 큰 새언니, 둘째 새언니, 막내 새언니, 저, 이렇게 모두 다섯 명의 여자가 있는데, 이 다섯 여자의 멸치볶음이 다 다릅니다. 멸치볶음이야말로 집집마다 다른 흥미로운 음식이죠. 세멸에 기름과 설탕 많이 넣고 바삭한 과자처럼 만드는 집이 있는가 하면, 꽈리고추 넣고 간장 국물 자작하게 만드는 집이 있고, 견과류 넣고 바싹 졸여 반짝반짝 윤 나게 만드는 집도 있고, 고추장과 마늘편 넣고 찐득하게 볶는 집도 있고.

 

저는 어떻게 해먹냐면요, 네 가지 다른 판으로 해먹는데 그 중 가장 자주 해먹는 판을 소개하자면, 유럽의 통조림 안초비 크기와 비슷한 대멸치를 사다가 머리와 내장, 꼬리를 모두 제거하고(꼬리는 일찍 타서 부서져 쓴맛을 내므로), 마른 지짐판에 따닥따닥 볶아 물기를 마저 날려 준 뒤 데리야끼 비슷한 소스를 만들어 씌워 줍니다. 부재료는 통깨말고는 일절 넣지 않고요. 모두 자기 집 멸치볶음이 최고라고 여기듯 저도 우리 집 멸치볶음을 자랑스러워 합니다. 그래도 남의 집 멸치볶음을 맛보는 건 참 신나는 일이죠. 다 맛있고요. 세상이 무너져도 이 멸치볶음만은 조리법이 통일되지 않고 집집마다 달랐으면 좋겠습니다.

단단네 또 다른 멸치볶음 - 마늘듬뿍 꽈리고추 중멸치 볶음


해산물은 먹이사슬이 올라갈수록 중금속 위험도 따라서 증가한다죠? 안초비는 플랑크톤을 먹고 삽니다. 아직까지는 어획고도 그리 염려할 수준은 아니라 하니 다행이고요. 오늘은 동·서양이 모두 즐기는 작지만 소중한 생선 안초비에 대해 써 보았습니다. 작년 여름부터 쓰기 시작한 글을 이제야 완성합니다.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면 또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자자자, 다들 우리 집 멸치볶음 레서피를 풀어 놔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