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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84 ◆ 에드먼드 테우 Edmund Tew 치즈 이름이 골 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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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2016. 9. 24.

 

 

 

닐스 야드 데어리 버러 마켓점에서 사 온 영국 치즈들.

 

 

 

 

 

 

 

 

 에드먼드 테우. '튜'가 아니라 '테우'로 발음.

"에드먼드 테우가 누구야?"

 

 

 

 

 

 

 

 

 뇌처럼 쭈글쭈글, 향도 고약하기 짝이 없으나

빛깔만은 고운 살굿빛.

 

 

 

 

 

 

 

 

 반을 갈라 펼치니,

 

 

 

 

 

 

 

 

 속살도 먹음직스러운 진노랑. 가장자리와 안쪽의

색이 다르다는 것은 질감과 맛도 다르다는 것을 의미.

 

 

 

 

 

 

 

 

 카리스마 넘치는 껍질.

 

 

 

 

 

 

 

 

냉장고에서 꺼내 실온에 30분을 두어도 흐르질 않는다.

 

 

 

• Cheesemaker: Dave Holton and Tim Jarvis 

• (☞ Blackwoods Cheese Company)

• Region: London

• Milk: Raw cow's milk

• Coagulant: Animal rennet

 

 

세 가지 점에서 흥미를 끈 치즈입니다.

 

우선, 런던에서 만들어진 치즈라는 것.

놀랍지 않습니까? 우리가 아는 그 복잡한 런던 어디에서 치즈를 만들고 있었는지 몹시 궁금했습니다[Brokley]. 치즈 생산자들 중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은 자기 농장의 가축들로부터 젖을 공급 받을 수 있지요. 그 외에는 전부 외부에서 받는 수밖에 없는데, 그럴 경우 치즈 자체는 공간만 확보되고 위생 문제만 해결되면 어디서든 만들 수 있습니다. 런던에는 과거 융성했던 생선 훈제하는 스모커리가 아직 남아 있는 곳도 있습니다[London cure smoked salmon]. 스모커리도 있는 마당에 런던에서 치즈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죠.

 

이 치즈는 <닐스 야드 데어리>와의 협업으로 만듭니다. 치즈 장인 두 사람이 과거 닐스 야드 데어리의 전신인 닐스 야드 크리머리 소속이기도 했습니다. 만든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껍질도 형성되지 않은 어린 치즈를 닐스 야드 데어리에 보내 숙성은 이 곳에서 시킵니다. 말하자면, 프랑스의 치즈 생산 체계와 유사하게 원료인 젖 대는 사람, 치즈 만드는 사람, 숙성시키는 사람affineur이 다 따로 있는 거죠.


두 번째, 치즈에 이름을 빌려 준 에드먼드 테우라는 사람이 누굴까 궁금했습니다. 이 치즈를 만든 장인 둘이서 계속해서 맛있는 신생 치즈를 만들어 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하나씩 완성해 가고 있다는데, 치즈 이름을 재미있게도 1800년대에 호주에 유배되었던 영국인 범법자들 이름으로 붙이기로 했답니다. 그러니까 에드먼드 테우는 당시 가벼운 절도죄의 대가로 장기간의 배멀미에 시달리며 머나먼 호주 땅으로 보내진 사나이의 이름인 겁니다. 꽈당

 

뭘 훔쳐서 그런 어마어마한 벌을 받게 되었느냐? 

 

치즈요. 
ㅋㅋㅋㅋㅋㅋ 

 

치즈 훔쳐서 호주에 유배된 사람 이름이 지금 치즈 이름이 된 겁니다. 영국인들 엉뚱하지 않나요? 가정집에 들어가 치즈뿐 아니라 치즈와 함께 먹을 빵과 맥주도 같이 훔쳤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세 번째, 저는 표면에 쭈글쭈글하게 주름이 진, 남들 눈에는 징그럽고 제 눈에는 매우 장식적이면서 아름다워 보이는, 그런 치즈를 좋아합니다. 이런 겉모습을 한 치즈들은 대개 흥미로운 식감을 내면서 복잡한 맛을 선사할 때가 많거든요. 껍질에 주황색이 도는 냄새 '숭악'한 치즈도 좋아합니다. 주황색 도는 치즈들 특유의 강렬하면서 독특한 맛과 향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 치즈는 제가 좋아하는 이 두 조건을 다 갖고 있는 거죠.

 

쭈글거리면서 주황색이 도는 표면:

지오트리쿰 칸디둠Getrichum candidum을 써서 표면에 주름을 만듭니다. 이 누룩yeast을 쓰면 형성된 껍질이 속살로부터 미끄러져 벗겨지는 것을 방지하고, 다른 이로운 곰팡이가 피는 것을 돕고, 맛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껍질과 껍질 바로 밑에 관능적인 질감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가운데 심지 부분
김치 신맛 같은 쏘는 신맛, 약한 쓴맛, 꽃향기와 꿀향 등이 납니다. 질감은 보슬보슬한 입자가 느껴질 거라는 기대와 달리 매우 고우면서 밀도 높고 단단해 꼭 잘 만든 퍼지를 씹는 듯합니다.     

 

껍질쪽
향과 맛은 고운 살굿빛이 무색하도록 '숭악'하고 강렬합니다. 냉장고에서 꺼내 온도 회복차 30분을 실온에 두었는데도 흐를 기미가 보이지 않고 껍질 바로 아래 부분에 윤기만 살짝 돕니다. 이 부분이 관능적으로 미끌거립니다. 신맛 없이 매우 고소한데, 마치 참깨 페이스트인 타히니tahini 같은 쓴맛과 고소한 맛이 동시에 납니다. 바닷가재 같은 갑각류로 소스를 만들어 농축해 굳힌 듯한 강도 높은 우마미도 납니다. 이런 주황색 치즈들 특유의 북어 맛도 있습니다.    


생산자와 숙성자가 의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 치즈는 위와 아래쪽의 맛이 살짝 다릅니다. 지름이 약간 작은 위쪽에서 꽃향기가 더 많이 납니다. 그간 먹었던 치즈들 중 맛이 가장 비슷한 치즈들을 꼽자면 스페인의 ☞ 
라 레또르따와 영국의 ☞ 스팅킹 비숍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쓰디쓴 엉겅퀴 추출 식물성 응고제를 쓰는 라 레또르따보다는 쓴맛이 훨씬 적고, 실온에 두면 액상이 돼 퐁듀처럼 이용할 수 있는 라 레또르따와 달리 이 에드먼드 테우는 단단하면서 밀도가 높은 반연성 치즈입니다. 스팅킹 비숍보다도 수분이 적으면서 단단합니다. 이 두 치즈들보다는 에드먼드 테우가 향기로운 꽃향도 더 많이 나고요. 먹는 부위마다 맛이 다 달라 다층적이면서 복잡한 맛을 냅니다. 작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진한 맛을 내는 야무진 질감의 치즈로, 치즈 도둑을 기리기에 손색이 없는 잘 만든 맛있는 치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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