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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85 ◆ 빈리 블루 Beenleigh Blue 양젖 블루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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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2016. 9. 24.

 

 


닐스 야드 데어리 버러 마켓점의 빈리 블루.

 

 

 

 

 

 

 


블루 치즈 애호가가 그냥 지나쳤을 리 없다.

한 조각 사 와야지.

 

 

 

 

 

 

 

 

 양젖 치즈라서 하얗다.

 

 

 

 

 

 

 

 

 블루 치즈는 압착을 거의 하지 않아 잘 부서진다.

숙성이 진행될수록 크림처럼 부드러워진다.

 

 

 

 

 

 

 

 

 너무 잘 부서지는 것들은 차라리 우묵한 그릇에 담아

퍼 먹는 편이 낫다. 그릇에 담으니 아이스크림처럼 보인다.

 

 

 

 

 

 

 

 

 블루 치즈의 푸른곰팡이는 다른 치즈에 잘 옮겨 붙기

때문에 남은 것은 은박지에 싸서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빈리 블루

 

• Cheesemaker: Ben Harris ☞ Ticklemore Cheese

• Region: Devon

• Milk: Pasteurised sheep's milk

• Breed: Friesland and Poll Dorset crosses

• Milk Source: Bought-in milk from Burton Dairy Farm in Somerset

• Coagulant: Animal rennet

 

영국은 현재 아티잔 블루 치즈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죠. "영국은 하드 치즈와 블루 치즈 왕국"이라고 떠들고 다니셔도 됩니다. 매번 새로운 블루 치즈를 사 먹어도 끝이 안 나 이제는 영국 땅을 뜨 기 전에 영국의 모든 블루 치즈를 맛보겠다는 욕심은 내려놓았습니다.

 

영국에서 블루 치즈가 전성기를 맞게 된 것은 1970년 이후의 일이라고 합니다. 옛 시절엔 스틸튼Stilton, 웬즐리데일Wensleydale, 블루 비니Blue Vinney, 그린 페이드Green Fade가 영국의 4대 블루 치즈로 꼽혔었다는데, 이들 중 웬즐리데일과 그린 페이드는 20세기 초반까지 명맥이 완전히 끊기고 말았습니다. 현재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과일이나 캬라멜 박은 웬즐리데일은 후대에 만들어진 변종이고, 원래는 푸른곰팡이가 숭숭 핀 것이 원조라고 하죠. 최근에 와서야 블루 웬즐리데일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스틸튼은 명맥이 끊기지 않고 꾸준히 생산되다가 2차 대전 때 전국의 우유가 모두 '내셔날 체다' 만드는 데 동원이 되는 바람에 생산이 잠시 중단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때 생유raw milk로 만들던 소규모 농가의 아티잔 스틸튼이 사라지게 되었고, 생산이 재개되었을 때는 모두 저온살균유로 대체가 되었습니다. 현재 생유로 만든 아티잔 스틸튼은 '스티첼튼'으로 이름을 따로 붙여 팔고 있습니다. 원조가 원조 자리를 변종에게 빼앗겨 이름을 바꾸게 된 희한한 사례로 꼽힙니다. 

 

빈리 블루의 탄생 비화는 이렇습니다:

저온살균유로 만든 '타락한' 스틸튼이 영국 블루 치즈의 명맥을 겨우 이어나가고 있던 1970년대, 작은 땅에서 양을 쳐 요거트와 연성 치즈들을 만들어 런던에 내다 팔던 어느 농부Robin Congdon가 양젖으로 블루 치즈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당시로선 젖을 얻기 위해 양을 치는 일이 매우 드문 일이었다고 하네요. 호주와 뉴질랜드의 거대 규모의 값싼 양모에 밀려 영국의 양모 산업이 쇠퇴하기 전까지는 영국 치즈들의 상당수가 양젖으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요.) 

 

양젖 블루 치즈를 만들기 위해 양젖 블루 치즈 중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은 프랑스 록포르Roquefort 생산지로 견학을 가 록포르 생산 환경을 눈여겨봅니다. 록포르 숙성 동굴의 곰팡이, 공기 흐름과 습도, 목초지에 심긴 풀과 꽃 등. 록포르 장인들이 비법을 알려주지 않아 그저 눈으로 열심히 관찰만 하고 돌아와 양젖으로 블루 치즈를 만듭니다. 환경이 다르므로 역시 록포르와는 전혀 다른 치즈가 탄생했습니다. 

 

원유는 일반적인 저온살균 온도(대개 72˚C에서 15초간)보다 낮은 온도에서 살균을 해 유익한 효소 몇 가지를 살려서 쓰며, 응고도 록포르보다는 빨리 시킨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독특한 미네랄 풍미와 단맛이 동시에 나면서 보슬보슬 잘 부서지는 질감이 된다고 하죠. 다른 영국 블루 치즈들이 갖고 있는 산미와 크림 같은 부드러운 질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응유를 뭉쳐 성형한 뒤 표면에 건염 처리를 하고 치즈 속살에 곰팡이를 피우기 위해 꼬챙이로 구멍을 숭숭 내줍니다. 구멍으로 공기가 드나들 게 되어 곰팡이가 그 안에서 산소를 공급 받아 자라게 되는 겁니다. 스틸튼 제법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그런 뒤 록포르 동굴과 유사한 조건의 숙성실에 3주간 두어 푸른곰팡이를 자라게 합니다. 3주 뒤에는 공기가 통하지 않게 치즈를 싸서 푸른곰팡이가 자라는 속도를 늦춥니다. 

 

1990년대부터는 치즈 만드는 일에만 전념하기 위해 농장에서 직접 양을 쳐서 젖을 얻는 작업은 그만 두고 외부에서 원유를 공급 받고 있습니다. 가을에 아기 양들이 젖을 떼 어미들이 젖 분비를 멈추면 더이상 빈리 블루를 생산할 수 없게 됩니다. 이 때는 농장 근처의 농가들에서 염소젖과 소젖을 공급 받아 각각의 젖으로 하번 블루Harbourne Blue와 데번 블루Devon Blue를 생산합니다. 일년 내내 치즈 생산을 이어갈 수 있죠. 제법은 유사하나 각 동물의 젖이 갖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세 치즈의 맛에도 차이가 생깁니다. 양젖 블루 치즈인 이 빈리 블루의 이름은 치즈가 탄생한 마을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하번 블루는 빈리 마을로 흘러 들어오는 다트 강Rive Dart의 지류 이름을 땄다고 합니다. 

 

10여 년 전부터는 다른 이Ben Harris가 치즈 생산을 이어 받고 빈리 블루의 창시자는 일선에서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겨우 네 명의 치즈 장인이 하루에 치즈 50개만 수작업으로 생산해 내는 소규모 농장입니다. 기존의 세 블루 치즈들을 생산하면서 한편으로는 블루 베이Blue Bay 같은 자신의 창작 치즈도 선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빈리 블루, 하번 블루, 데번 블루는 영국에서 이제 '모던 클래식'의 반열에 들게 되어 영국의 이름 있는 치즈 가게라면 대부분 이를 취급합니다. 

 

여름에는 양들이 밖에서 풀과 클로버를 뜯고, 겨울에는 축사에 들어가 저장 목초silage와 곡물을 먹게 됩니다. 양젖 분비량이 많은 1월부터 6월까지 최대한 치즈를 많이 만들어 판매자가 일년 내내 꾸준히 판매할 수 있도록 낮은 온도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납품을 합니다. 초봄에는 치즈가 동이 나기도 합니다. 계절이 변해감에 따라 풀의 성질이 달라져 젖의 성질도 달라지고 결과물인 치즈 맛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거기에, 숙성 기간과 보관 기간에 따라 맛이 또 달라집니다. 

 

햇 치즈는 대개 6월부터 출하를 시키는데, 양들이 봄풀을 뜯어먹은 영향으로 미네랄 맛과 신선한 느낌이 납니다. 이 때의 치즈는 매우 가볍고, 신선하고, 레몬 산미가 나면서 잘 부서집니다. 숙성을 많이 시키지 않은 어린 치즈입니다. 

 

낮은 온도에서 좀 더 천천히 오래 숙성시킨 것들은 맛이 더 깊어지고 풍부해지며 때로는 흙내음이 나기도 합니다. 질감은 크림처럼 부드러워집니다. 이 말인즉슨, 제 치즈 시식기를 보고 이 치즈를 사 드셔도 제가 묘사한 것과 같은 맛이 안 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사 먹은 시기가 달라 치즈 맛이 달라져서 그런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9월 25일께 먹은 빈리 블루의 맛은 이랬습니다:    

첫 맛은 매우 달면서 향긋한 꽃향이 강하게 풍깁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죠. 그 다음엔 캬라멜 맛이 따라옵니다. 그 다음엔 아세톤 같은 매운 맛과 누룩yeast 맛, 요거트 맛이 나고, 푸른곰팡이 부분 중 어떤 곳에서는 철steel 맛도 느껴집니다. 가끔씩 고소한 땅콩 맛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질감은 까실까실 잘 부서지나 막상 입에 넣고 씹으면 촉촉합니다. 복잡하고 풍부한 맛이 나면서 푸른곰팡이가 아주 맵거나 강하지 않아 블루 치즈 초심자에게도 권할 수 있겠습니다.

잘 만든 맛있는 양젖 블루 치즈입니다. 양젖은 소젖보다 단맛을 더 많이 내죠. 그래서 양젖 블루 치즈는 소젖 블루 치즈보다 답니다. 

 

양젖 블루 치즈는 치즈의 세계에서는 좀 드문 편인데, 다쓰 부처 입맛에는 록포르보다 이 빈리 블루가 덜 짜면서 맛이 더 풍부해 더 맛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