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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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78 ◆ 프랑스 카프리스 데 디유, 꺄프리스 데 듀 Caprice des Die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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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치즈

2021. 5. 17.

 

 

 

 

맛있는 간식이나 간단한 식사를 즐기고 싶은 분들은 지금부터 제가 일러 드리는 대로 해보십시오. 마트나 백화점 식품관의 치즈 매대, 온라인 치즈 가게들을 살펴서 '꺄프리스 데 듀'라는 치즈를 하나 사십시오. '신들의 변덕'(?)이라는 뜻입니다. 치즈 이름이 재미있죠.

 

치즈를 구하게 되면 그 다음에는 백밀 바겟트를 구해 보세요. 살 데가 마땅치 않으면 집 근처 <파리바게뜨>에 가셔서 당일 생산된 3,500원짜리 '겉바속촉' 바겟트를 집어오셔도 됩니다. 바겟트는 한나절만 지나도 눅눅해지고 둔해지니 치즈가 먼저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치즈 포장지와 치즈 외형을 잠시 감상하신 후

 

 

 

 

 

 

 

 

 

알맞은 두께로 저민 치즈를 슥삭슥삭 썬 바겟트 조각 위에 얹어 

 

 

 

 

 

 

 

 

 

잘 펴바른 뒤 냠냠 드세요. 속살paste이 얼마나 매끄럽고 무른지 보시라고 제가 칼 자국을 내봤습니다.

 

 

 

 

 

 

 

 

이건 생산자 누리집에 있는 사진입니다. 저처럼 길게 썰어 드셔도 되고 사진에 있는 것처럼 직사각형 단면이 되도록 썰어 드셔도 됩니다. 사진에 있는 건 2주 숙성 뒤 출하시킨 것을 막 가져다 썰었는지 어째 제가 먹은 것보다 한참 덜 익어 보입니다. 포장에 언제까지 먹으면 좋다고 날짜가 찍혀 있는데, 그 날짜에 이를 때까지 두었다 먹거나 날짜를 살짝 넘겨서 먹으면 좀 더 익은 맛을 볼 수 있습니다. 저도 'best before date'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었습니다. 너무 익히면 껍질에서 아세톤 매운맛이 나게 되니 주의하시고요.

 

이렇게저렇게 먹어 보니 크래커나 일반 식빵보다는 백밀 사워도우 빵이나 백밀 바겟트와 먹는 것이 맛있습니다.

 

프랜차이즈 빵집 빵맛은 형편없을 거라는 통념과 달리 <파리바게뜨> 바겟트도 먹을 만합니다. 견과류나 건과일, 치즈 등을 일절 박아 넣지 않은 플레인 사워도우 빵은 강남에 살아도 의외로 구하기 힘들고, 별것도 아닌 식빵들은 터무니없이 비싼데다 치즈와 함께 먹기에는 축축하고 식감이 나빠 더 나은 빵을 발견할 때까지 치즈용 백밀빵은 <파리바게뜨>의 3,500원짜리 바겟트로 쓰기로 했습니다. '크래커향'을 첨가해 고소한 맛을 억지로 보강한 해태 참크래커처럼 이 바겟트도 '바겟트향'이란 걸 넣기라도 하는지 수상하리만큼 고소합니다.  

 

타원형 치즈라니, 참신하죠? ☞ 꺌리쏭 형상을 본떠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전통 치즈는 아니고 1956년 6월 21일에 첫 판매 기록이 있는 특정 회사의 특정 상품입니다. 이 포장과 이 이름의 치즈는 이 회사에서만 독점으로 개발해서 만들어 판다는 거죠. 개발 당시 특이한 형태, 푸른색의 산뜻한 포장, 지역 이름에서 벗어난 시적인 작명뿐 아니라 혁신적인 기술로도 화제가 되었었다고 합니다. 제가 기술적인 면은 잘은 모르는데 대충 이해하기로는, 호열성thermophilic 배양균starter을 써서 고온에서 짧게 산성화acidification 과정을 마치고 유장whey을 일찍 빼내 이런 맛과 질감을 만들어 냈다고 하는군요.  

 

포장에 적힌 정보들을 옮겨 봅니다.

 

 식품유형: 자연치즈

 살균여부: 72˚C에서 15초 이상 살균

 제조원: Savencia Fromage & Dairy

 원산지: 프랑스

 내용량: 125g

 원재료명: 우유 88.9%, 크림, 정제소금, 젖산발효균, 페니실리움 칸디둠, 렌넷

 

100g당

 열량: 334.4kcal

 나트륨: 560mg (소금 1.4g)

 탄수화물: 0.8g 중 당류 0.1g

지방: 30g 중 트랜스지방 0.4g, 포화지방 21g, 콜레스테롤 0mg

 단백질: 15.3g

 

크림과 버터맛이 물씬 나 유제품 풍미 좋아하는 분들께는 그야말로 천사의 선물 같은 맛이 날 겁니다. 생산자 쪽에서는 크렘 프레쉬creme fraîche 맛이 난다고 광고를 합니다. 영국의 서머셋 브리와 맛이 비슷한데 그보다는 훨씬 짜고 가운데 부슬거리는chalky 심 부분 없이 속살paste 전체가 반짝반짝 윤이 나면서 흐릅니다. (서머셋 브리는 100g당 소금이 0.38g, 이 치즈는 1.4g이 들었습니다.)

 

이 치즈는 수분을 날려 고형분만 남겼을 때 유지방이 60% 이상 되는 '더블크림치즈'입니다. (브리나 꺄몽베흐는 45%.) 성분표에도 크림을 별도로 넣어 주었다고 표시돼 있죠. 과연 속살이 차가우면서도 기름지고 매끄럽고 쫀득해 광고의 "A heavenly seductive power!"라는 문구가 적절하게 느껴집니다. 하여간 프렌치들. 치즈 설명에 'seductive'라는 형용사를 즐겨 붙인단 말이죠.

 

껍질도 너무 두껍거나 뻐득거리지 않고 부드러운데다 흰곰팡이도 맵지 않아 먹기 편합니다. 소금 넉넉히 넣은 버섯크림수프 맛이 나면서, 정해진 2주 숙성 기간과는 별도로 상미기한best before date을 꽉 채워 먹었더니 잘 익은 브리 드 모brie de meaux에서 나는 시원한 열무김치 맛이 '라스트 노트'로 살짝 지나갑니다. 맛있는 버터라고 생각하고 드셔도 될 듯합니다. 질감이 그야말로 "유혹적이고 매혹적"이니 열을 가하지 말고 이대로 드시기를 권합니다. 꺄몽베흐나 브리보다는 기름지고 부드러우면서 맛은 가벼워 치즈 초심자도, 아이들도, 애호가도, 맛있게 드실 수 있겠습니다. 저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꺄프리스 데 듀 생산자 누리집

 

☞ 프랑스 꺄몽베흐

☞ 프랑스 브리 드 모

영국 서머셋 브리

☞ 영국 턴워쓰

☞ 영국 흘라운로크 브리

☞ 영국 세인트 엔델리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