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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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케르반 베이커리> 바클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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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2021. 7. 18.

 

 

어른이 된 지금도 과자를 선물 받으면 신납니다. 과자종합선물세트, 모둠과자, 관광기념품점과자, 그냥과자, 다 좋아요. 제 입맛에 맞지 않아도 좋아요. 경험을 늘릴 수 있으니까요.

 

터키 여행을 세 번이나 했으나 바클라바 집을 한 번도 못 가 보신 비운의 여행객 권여사님을 모시고 ☞ 이태원 <케르반 베이커리>라도 다녀오려 했는데 코로나 재창궐로 연기했다고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었죠. 

 

저보다 호기심이 더 많은 권여사님, 궁금해서 못 참겠다며 혼자 다녀오셨습니다. 꽈당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것을 다쓰 서방한테 선물로 주셨습니다. 사위가 장모님 컴퓨터 쓰는 법을 가르쳐 드리고 있거든요.

 

 

 

 

 

 

 

 

잘 담았죠? 직원분이 고생 좀 하셨겠습니다. 통큰 권여사님께서 가장 큰 용기에 종류별로 다 담아 달라고 했더니 시간 한참 들여 담아 주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권여사님은 가게 안을 꼼꼼히 구경하셨다 하고요. 

 

크으, 종류별로.

 

견과류 넣은 겹 있는 과자라고 해서 다 바클라바라고 불리는 게 아니고 각각 이름이 있다고 합니다. 아몬드 박힌 주황색 과자 '셰케르파레Şekerpare'는 바클라바처럼 시럽을 흡수시켜 마무리하기 때문에 같이 취급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들었느냐?

작은 크기의 것들은 개당 2,000원(16개 32,000원), 

길거나 크기가 큰 것들은 개당 3,000원(3개 9,000원),

총 41,000원.

 

셰케르파레 두 개를 합쳐서 바클라바 하나 값을 매긴 것 같습니다. 바클라바말고도 이것저것 많이 사셔서 7만원 가까이 쓰셨으니 저 정도는 서비스로 줄 수도 있었을 텐데요. 

 

 

 

 

 

 

 

 

하나씩 접시에 옮겨 봅니다. 클릭해서 큰 사진으로 감상해 보세요. 여러분은 지금 터키의 전통과자들을 보고 계십니다.

 

부르르 >_<

 

바클라바 담은 저 특이한 '접시'는 도예가인 단단의 둘째오라버니가 벽 장식용으로 쓸 타일 견본 구운 것 중에서 한 장 얻은 겁니다. 디저트 그릇이나 과자 그릇으로 상품화하라고 꼬드겨 봐야겠습니다. 모둠스시 올려도 근사하겠습니다. 

 

맛은 어땠냐면요,

으음...

한 번 경험으로 족합니다. 맛이 <귤류올루> 것만 못합니다. 한참 못합니다. 피스타치오보다 호두를 쓴 바클라바 종류가 더 많았는데, 피스타치오든 호두든 견과류를 아꼈는지 통째로 박혀 있는 것들을 제외하면 견과류맛이 턱없이 부족하고, 버터 안 쓰고 다른 유지를 쓰는지 옛 시절 동네 제과점의 '버터'케이크에서 나던 촛농맛이 나는데다, 충분히 굽지 않았는지 페이스트리yufka에서 덜 익은 밀가루 반죽 맛이 납니다. 달기만 하고 맛이 흐려요. 한국은 피스타치오와 버터가 많이 비싸니 이해는 합니다. 터키는 피스타치오 산지에 버터와 치즈를 상식하니까요. 원래 모양마다 맛이 다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 맛 차이가 안 나고 다들 비슷비슷합니다. 

 

그래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권여사님께 감사 드립니다. 저는 권여사님께 <귤류올루>의 바클라바와 로쿰을 맛보여 드렸습니다. <귤류올루> 제품들을 한 자리에서 종류별로 다 맛보시게 했더니 독극물 수준의 단 음식으로 에미 고문했다고 두고두고 한소리 하십니다. 아아, 이제 알았습니다. 이럴까 봐 터키 여행 가이드가 바클라바와 로쿰 파는 집에 노인들을 데려가지 않았던 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