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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식당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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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 스머프

2021. 8. 6.

 

 

맛있으나 늘 조마조마하면서 먹게 되는 김밥.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김밥을 잘못 사 먹고 탈난 손님이 이제는 200명을 훌쩍 넘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위생에 철저하지 못 한 업소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츳츳거렸는데, 기사를 가만히 읽어 보니 살모넬라에 감염된 달걀 탓일지 모른다는군요. 그렇다면 업소도 피해자인 셈입니다. 정밀 장비를 갖추지 않는 한 음식점들이 무슨 수로 식재료에 내재된 균을 파악할 수 있겠습니까. 생산자나 공급자 쪽에서 차단해서 내보내야 할 문제이지요. 품귀 탓에 달걀을 사재기해 장기 보관해 두었던 악덕업자들이 많았던 데다가 저렴하다고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생산한 전란액 수요가 늘고 날이 무더우니 당분간은 조심해야 합니다. 

 

저도 김밥을 좋아합니다만,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김밥이 태생적으로 위험한 음식이라는 생각은 떨칠 수가 없습니다. 집에서야 한 끼 먹을 소량의 분량을 싸서 그 자리에서 뚝딱 먹어 치우니 탈날 확률이 적지만 영업집은 좀 다르죠. 한두 재료도 아닌 여러 재료들을 많은 양으로 준비해야 하니 방치하는 시간이 훨씬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다, 만들어 두었던 것을 다시 열 가하지 않고 그냥 먹어야만 하니까요. 주문 받자마자 즉석에서 싸 주는 집도 있지만 이미 재료 자체가 열을 가한 지 한참 지난 것들이라서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죠. 

 

학창 시절의 소풍을 떠올릴 때마다 아찔해집니다. 아침 일찍 싼 김밥을 땡볕에 갖고 다니다가 점심에 까먹게 하다니, 식품위생법 상 완성된 음식은 상온에 두 시간 이상 두면 안 되지 않나요? 무더운 날에는 시간을 더 줄여야 하고요. [식품공전에서 온도의 표시는 셀시우스법(℃)을 쓰며, '표준온도'는 20℃, '상온'은 15-25℃, '실온'은 1-35℃, '미온'은 30-40℃로 규정합니다.]

 

교내 급식이 없었던 호랭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는 고교생들이 심지어 야간 자율학습을 위해 아침에 도시락을 두 개씩 싸 갖고 등교하기도 했습니다. 단단이야 예고를 다녔으니 야간 자율학습 할 일이 없었지만, 다쓰베이더 포함 어르신들, 다들 무탈하십니까.

 

신경 써서 준비해도 위험할 수 있는 게 김밥인데, 음식을 팔면서 위생은 개나 줘 버린 집들이 수두룩합니다. 멀끔해 보이는 식당이나 분식집에서 상한 김밥 받고 환불 받아 본 적도 몇 번 있고, 심지어 튀김집에서 상한 튀김 받고 항의한 적도 있습니다. 고온에 튀기니 안전할 거라고 방심하고 재료들을 상온에 너무 오래 방치한 거죠.

 

저는 직장인이 몰리는 시간을 지나서 식당에 갑니다. 매장이 한가할 때 밥을 먹고 있으면 홀 서빙 아주머니들이 손님들 앉았던 식탁에 앉아 저녁 시간에 팔 음식 재료들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한식당들에서 특히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인데, 다이닝 홀에 식당 살림살이와 식재료가 어수선하게 나와 있는 것과 함께 시정해야 할 요소라고 봅니다.)

 

한 번은 분식집에서 오후에 팔 김밥 재료 준비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점심 장사 때 수 많은 식탁을 닦았던 행주를 빨지도 않고 덥석 집어와 상을 대충 한 번 훔치고는 게맛살을 까서 그릇이나 트레이도 받치지 않고 바로 쌓아 놓습니다. 저를 포함, 몇몇 손님들이 눈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는데도 아랑곳없이 늘 이렇게 한다는 듯 작업을 하더군요. (하도 어이 없어 사진도 다 찍어 두었습니다.) 점입가경, 비닐을 벗기다가 맛살이 쏙 미끄러져 식당 바닥에 떨어졌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주워서 맛살 더미에 그냥 합칩니다. 와... 

 

또 다른 곳에서는 식당 밖에서 세균 드글드글한 스마트폰 보며 담배 피우던 조리사가 수 많은 손님이 만졌을 세균 드글드글한 식당 문 손잡이를 잡고 들어와서는 손도 씻지 않고 맨손으로 통에 담긴 양배추채를 주물럭거립니다. 이 정도 위생 개념을 가진 이라면 화장실에서 자기 소중이 잡고 소변 본 뒤 손도 안 씻고 나와 음식 만질 게 분명하죠. 

 

빨대의 입술 닿는 부분을 아무렇지도 않게 손으로 집어 손님 음료에 꽂아 주는 카페 직원, 행주 만지고 냉장고 손잡이 만지고 코 만지고 머리카락 만졌던 손으로 국에 파 흩뿌려 내주는 홀 서빙 아주머니, 빈 컵이나 빈 그릇 안쪽 깊숙이 손가락 넣고 잡아서 갖다 주는 직원 등, 손님은 지켜보고 있다가 아연실색하는데 정작 본인들은 뭐가 문젠지도 모르고 순진무구한 얼굴.

 

음식점 사장님들도 위생 관념이 철저해야겠지만 직원들 교육도 잘 시켜야 합니다. 음식이 맛없어서 발을 끊기도 하지만 위생이 엉망이라서 다시 안 갈 때도 많은데, 식당 주인은 영문도 모른 채 손님 없다고 한숨 쉽니다. 음식점을 차리거나 음식점에서 일할 마음이 있는 분들은 좀 까탈스럽고 별나게 깔끔 떠는 피곤한 기질의 사람들이면 좋겠습니다. 털털하고 성격 좋고 매사 대충대충인 사람들은 식당일 안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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