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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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우표] 스위스 2018 - 퐁듀 (fond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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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우표

2021. 9. 4.

 

 

전체 220×180mm, 우표 한 장 29.9×29.9mm.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스위스가 자국 치즈 홍보에 열심입니다. 스위스의 퐁듀 우표는 제가 지금까지 본 것만 해도 네 장은 되는 것 같은데, 이 기념 시트souvenir sheet는 그중 '끝판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면서 한숨을 있는 대로 쉬었습니다. 스위스는 물가가 비싼 나라인데 액면가 높은 우표를 같은 도안으로 이렇게 여러 장 배치하면 값이 올라가 부담이 됩니다. 그래도 디자인이 훌륭하니 눈물을 머금고 샀습니다.

 

요즘 음식우표들은 완성된 음식 이미지뿐 아니라 재료 목록이나 이미지를 같이 줘서 여간 기특한 게 아닙니다. 이 우표는 게다가 무려 네 개의 언어를 써서 재료를 밝혔습니다. 잘 보면 천공perforation이 우표에만 둘러져 있지 않고 감자, 빵, 마늘에도 있고, 퐁듀 소스를 담은 그릇에도 뚫려 있습니다. 누군가 편지봉투에 이것들을 떼어 우표와 함께 붙이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흐뭇해서 웃음이 나옵니다. 여러모로 재미있는 우표입니다.

 

스위스 사람들이 언제부터 퐁듀를 먹기 시작했나 - 모른답니다. 요리책에 처음 실린 것은 1699년이고, 스위스 치즈 조합Schweizerische Käseunion이 스위스 치즈 소비 진작을 위해 퐁듀를 '내셔날 디쉬'로 공표한 것은 1930년대라고 하는데, 치즈를 갈아서 육수나 술 같은 액체에 녹여 먹는다는 생각은 치즈를 상식하는 나라에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긴 합니다.

    

 

 

 

 

우표만 따로 올려 봅니다.

 

 

 

 

 

 

 

 

 

확대.

이 퐁듀용 냄비를 '캬끌롱caquelon'이라고 부릅니다. 대개 도자기 재질이나 에나멜 입힌 주철cast iron로 돼 있습니다. 3㎠도 안 되는 작은 우표를 위해 그림 참 정교하게 잘도 그렸죠. 스위스 산자락 오두막집의 정겨운 상차림과 풍광을 담았다고 합니다. 

 

 

 

 

 

 

 

 

 

스위스 치즈 판매 촉진을 위해 치즈는 물론 스위스산을 쓰도록 장려하는데, 녹여 먹기 좋은 유명한 스위스 치즈로는 그뤼예르, 에멘탈, 아펜젤러, 라끌레트, 슈브린츠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라끌레트는 녹였을 때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맛과 질감을 내므로 부재료 없이 치즈만 단독으로 녹여 쓸 때가 많고, 퐁듀에는 맛과 점도를 고려해 치즈를 섞어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역마다 사람마다 치즈 선택이 달라집니다. 프랑스 쪽에서는 콩떼도 많이 섞어 쓰고, 영국에서는 체다나 랭커셔 같은 자국산 하드 치즈를 섞어 쓰기도 합니다. 이 우표에 적힌 재료들을 읊어 보겠습니다. 

 

스위스 2018년 퐁듀 우표가 권하는 '클래식' 퐁듀 재료

[4인분]

 

 마늘 1-2톨

 숙성 치즈 간 것 800g

 옥수수전분 4작은술

 화이트 와인 350ml 

 레몬 즙 1작은술

 키르쉬Kirsch 브랜디 25ml

 후추와 넛멕nutmeg 한 꼬집pinch

 깍둑 썬 빵 700-800g 

 

역시 여러 사람의 취향과 생산자들 이해관계를 고려해 치즈 종류는 콕 집어 밝히질 않고 있네요. 아래에 보다 구체적인 레서피를 적어 봅니다.

 

 

 

 

 

 

 

<Heston Blumenthal at Home>(2011)의 퐁듀 레서피.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헤스톤 블루멘쏠의 퐁듀

[6-8인분]

 

재료

 

 그뤼예르 치즈 강판에 간 것 450g  

• 콩떼 치즈 강판에 간 것 450g  

 옥수수전분 15g  

• 만자니야 셰리Manzanilla sherry 30g  

 생타임fresh thyme 2줄기 

• 마늘 3톨cloves

 드라이 화이트 와인 500g

 레몬 즙 20g

 잉글리쉬 머스타드 파우더 5g

 정향clove 간 것 한 꼬집

 

코흐니숑cornichons [뿔 난 오이처럼 생긴 새끼손가락만 한 채소 피클] 

 사워도우 브레드

 먹기 좋은 크기로 썬 생채소들crudités

 

 

만들기

 

1. 우묵한 그릇에 치즈 간 것과 옥수수전분을 넣어 섞는다.

2. 작은 소스팬에 셰리를 붓고 중강불로 약하게 끓인다simmer.

3. 끓인 셰리에 타임과 마늘을 넣고 소스팬을 불에서 떼어 10분간 우러나게 둔다. 체에 거른다.

4. 와인과 레몬 즙을 소스팬에 담고 중불에 올려 끓인다boil

5. 1의 치즈와 전분 혼합물을 한 번에 한 줌씩 넣어 가며 부드러운 크림 상태가 되도록 계속 저어 준다.  

6. 셰리, 머스타드 파우더, 정향 간 것을 5에 넣고 적당히 걸죽해질 때까지 잘 저어 준다. 

7. 퐁듀 냄비에 옮겨 담고 코흐니숑, 빵 조각, 생야채 모둠을 곁들여 낸다. 끝. 

 

제가 이 레서피로 퐁듀를 해먹으려고 재료 사러 백화점에 갔다가 만자니야 셰리를 구하지 못 해 다른 재료 다 사 놓고 일단 보류하게 되었습니다. 포트port는 마트 와인 코너에서도 슬슬 보이기 시작하는데 셰리는 아직도 구하기가 힘드네요. 영국에서는 참 흔한 술이었는데요. 만자니야 셰리를 구하게 되면 퐁듀 사진과 시식 소감을 올려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