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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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키친' 식당, 아무나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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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 스머프

2021. 11. 29.

 

 

 

위생에 철저하지 못한 사람은 '오픈 키친' 음식점 하지 마라. 손님 밥맛 떨어진다.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 매우 관계 있음.)

 

 

 

얼마 전에 갔던 강남의 한 라멘집. 

손님들이 무인주문기에서 뽑아 건넨 주문표를 조리하던 손으로 받아 확인하고는 그 손으로 그냥 라멘 꾸미들을 얹습니다. (꽈당) 조리용 위생장갑을 끼고 있으면 뭐 하나요. 버스 손잡이, 가게 문 손잡이, 무인주문기 터치 스크린 같은 균 드글드글한 곳 댔던 손으로 내미는 수많은 주문표를 위생장갑 낀 채 아무렇지도 않게 만지고 식재료를 주물럭거리는걸요. 손님 중 누군가 지적하지 않으면 아마 인지도 못 한 채 계속 그렇게 음식을 내겠지요. 주문 받는 사람을 따로 쓰든지, 주방에도 주문 현황을 알려 주는 화면을 갖추든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또 다른 모 유명 라멘집 후기 중에서.

 

 

 

위생에 얽힌 '밥맛 떨어지는' 사례와 식당 평가는 누리터에 차고 넘치는데 정작 식당하는 분들만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듯합니다. 손님 더 떨어지기 전에 가까운 분들이 관찰했다가 잘 좀 일러 주세요.

 

이 집의 또 다른 문제는,

대기자들이 너무 가깝게 있다는 겁니다. 식사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쳐다보고 있으니 불편하고 긴장됐었죠. 밥 먹고 있는 손님 얼굴 옆으로 주문서가 막 오갑니다.

 

설상가상, 주방 사람까지 손님 그릇에 음식이 얼마나 남았나 반복해서 확인하는 통에 여간 부담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대기 중인 다음 손님 면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먹고 있는 손님 그릇을 확인하는 것 같았는데, 어후, 이 분, 이 습관 빨리 고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굉장히 불쾌했습니다. 먹고 있는데 네 번이나 저와 일행의 그릇 속을 들여다봅니다.      

 

 

 

 

 

 

 

'ㄷ'자형 카운터의 어느 어수선한 강남 일식당.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이 집은 카운터석이 거대한 규모로 설치돼 있었는데, 이 카운터석을 빙 둘러가며 앞 손님들이 먹었던 그릇이 쌓여 있습니다. 심지어 주방 조리대에까지 다 먹은 그릇이 올라와 있죠. 내 눈, 내 식욕. 푸드 코트의 퇴식구를 보며 밥 먹는 기분입니다. 카운터석 벽을 높게 하면 손님 눈도 보호하면서 효율도 살릴 수 있을 텐데 아쉽습니다. 

 

게다가 분주한 주방을 지나치게 훤히 드러내고 있으니 밥 먹는 손님 마음도 덩달아 급해집니다. 튀김 조리로 생긴 유해물질 때문에 목도 따갑고요. 먹고 있는 손님들 바로 뒤로는 대기 손님들이 죽 앉아 있거나 늘어서 있어 여러모로 편치가 않습니다. 

 

카운터석의 장점이라면, 손님과의 '친밀한 소통'(과연?), 빠른 음식 전달, 공간 절약, 인건비 절약, 빠른 회전 등을 꼽을 수 있을 텐데, 업주와 빨리 먹고 나가는 1인 (남성) 손님 입장에서나 장점이지, 저한테는 '글쎄'입니다. 내가 왜 생판 모르는 남하고 이토록 가깝게 붙어 앉아 밥을 먹어야 하나. 

 

분위기도 좀 엄하다는 생각 안 드세요? 그 많은 사람들이 다들 말 없이 후루룩 후루룩. 우리 식사 예법에 맞지 않는 일본식 '면치기' 소리를 질색하는데, 생각해 보니 식당 안을 감도는 침묵이 부담스러워 그런 건가 싶기도 합니다. 애초에 밥 빨리 먹지 못 하는 저 같은 손님은 오지 않았으면 하고 만든 구조이겠지만, 이런 깍쟁이 구조의 일식당이 점점 많아지고 한식당에까지 번지고 있으니 먹고 살려면 손님이 익숙해져야지 별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