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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혼합 사용 요령 ① 여러 치즈의 블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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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2022. 1. 16.

 

 

 

2013년 8월 30일자 신문 광고.

 

 

 

한국에도 이제 다양한 치즈가 수입되고 있으니 단단이 치즈의 혼합 사용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홍차도, 커피도, 술도 섞는데 치즈라고 섞어 쓰지 말란 법 없지요.

 

제가 얼마 전에 <버거킹>에서 버거를 사면서 '콘 샐러드'를 같이 샀는데, 성분표를 보니 놀랍게도 스위트콘을 혼합해 쓰고 있습니다. '어쭈? 이 하찮은 사이드 메뉴에?' 콘 샐러드 특유의 새콤달콤한 어니언 크림 소스도 맛있었지만, 단단하고 야무진 식감의 태국산과 덜 단단하고 경쾌하게 씹히면서 즙 많은 미국산을 섞어 놓으니 강약과 다채로움이 느껴져 재미있었죠.

스위트콘 비교

 

치즈를 생산하고 상식하는 나라들은 요리할 때 치즈를 섞어 쓰는데, 아무렇게나 섞는 게 아니고 나름의 원칙이 있습니다. 제가 아래에 여러 가공식품들의 성분표를 열거할 테니 치즈 종류들을 유심히 보세요. 치즈는 굵은 글자로 표시했습니다. 

 

 

 

 

 

 

 

 

Mozzarella Cheese (Cows' Milk) (25%), Mild Cheddar Cheese (Cows' Milk) (25%), Double Gloucester Cheese (Cows' Milk, Colour: Annatto Norbixin) (25%), Red Leicester Cheese (Cows' Milk, Colour: Annatto Norbixin) (25%), Anti-caking Agent: Potato Starch. 끝.

 

 

 

 

 

 

 

Cooked Egg Pasta (25%) (Durum Wheat Semolina (contains Gluten), Water, Pasteurised Egg, Wheatflour contains Gluten (with Wheatflour, Calcium Carbonate, Iron, Niacin, Thiamin)), Four Cheese Mix (23%) (Ricotta Cheese (Milk), Mozzarella Cheese (Milk), Mature Cheddar Cheese (Milk), Regato Cheese (Milk)), Tomatoes (17%), Tomato Passata, Water, Onions, Rapeseed Oil, Tomato Paste, Semi-kimmed Milk, Carrots, Celery, Red Wine Vinegar, Cornflour, Basil Infused Sunflower Oil, Garlic Purée, Salt, Basil, Stabiliser: Pectin, Coarse Ground Black Pepper, Rosemary, Dried Oregano. 끝.

 

 

 

 

 

 

Cream, Cheese Preparation (Corn Starch, Parmigiano Reggiano 1.2%, Pecorino Romano 1.2%, Gorgonzola 1%, Sweet Provolone 0.6%, Salt, Flavours), Thickener: Carrageenan, Cheeses: 4%, Fat 21% min. 끝.

 

 

 

 

 

 

 

 

Whole Milk, Water, Single Cream (Milk) (10%), Grana Padano Cheese (9%) (Grana Padano Cheese (Milk), Preservative: Lysozyme (Egg)), Provolone Cheese (Milk) (6%), Pecorino Cheese (Milk) (2%), Cornflour, Mascarpone Cheese (Milk) (1%), Salt, Dried Mustard, Potato Starch, Ground White Pepper, Turmeric, Ground Pimentoes. 끝.

 

 

 

 

 

 

 

Milk, Water, Extra Mature Cheddar Cheese (Milk) (10%), Single Cream (Milk), Cornflour, Unsalted Butter (Milk), Full Fat Hard Cheese (Milk), Yeast Flakes, Mascarpone (Milk), Sea Salt, Full Fat Soft Cheese (Milk), Black Pepper. 끝.

 

 

 

 

 

 

 

 

 

Potatoes, Sunflower Oil, Dried Onions, Dextrose, Salt, Lactose (Milk), Yeast Extract, Dried Mature Cheddar Cheese (Milk), Dried Parsley, Dried Mascarpone Cheese (Milk), Dried Red Leicester Cheese (Milk) (Red Leicester Cheese (Milk), Colour: Beta Carotenes), Dried Mozzarella Cheese (Milk) (Mozzarella Cheese (Milk), Cheese (Milk)), Flavourings (contains Milk), Acid: Citric Acid, Capsicum Extract, Black Pepper Extract, Colour: Paprika Extract. 끝.

 

 

요리사들과 가공식품 생산자들은 치즈를 대개 3-4종류 섞어 씁니다. 아예 'four cheese'라는 이름을 붙여 네 가지 치즈를 섞어 쓰는 관행도 있죠. 한국에서도 '콰트로 치즈'라는 이상한 혼효어macaronics 쓰면서 치즈 네 가지 넣었다고 자랑하는 식품들을 종종 봅니다.

 

네 가지 치즈를 쓸 때는 맛의 중심을 잡기 위한 치즈와 좋은 식감을 내기 위한 치즈를 잘 골라 섞어야 합니다. (간혹 색상을 고려해 주황색 나는 치즈를 섞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맛의 '바디감'을 위해서는 체다를, 

 주욱 늘어나는 모습으로 시각적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는 그뤼예르를,

(스위스 퐁듀와 프렌치 어니언 수프를 떠올려 보세요.)

 푹신한 질감과 비숙성 치즈의 신선한 맛을 위해서는 모짜렐라를, 혹은 부드러운 질감을 위해 마스카포네를,

우마미 '피니쉬'를 위해, 혹은 바삭한 식감을 위해서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빵가루와 섞어 토핑으로.

 

이를 염두에 두고 혼합 치즈 식품들의 성분표를 들여다보십시오. 왜 이런 치즈들이 쓰였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감자칩에는 마른 분말들을 쓰니 예외. 이 경우는 '다채로운 맛'에 방점.)

 

혼합 사용에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치즈는 체다, 모짜렐라, 마스카포네 같은 산미 적은 크림치즈,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제 치즈 시식기에서 '파스타 필라타pasta filata'라는 용어를 보신 적 있을 겁니다. 뜨겁게 데운 유장whey에 응유curd 뭉친 것을 담가 데치면서 손으로 죽죽 잡아 늘려 생산한 치즈들을 일컫는 용어로, 영어로는 'stretched curd' 치즈라고 부릅니다. 이런 치즈들은 요리에 쓰면 맛은 약하지만 좋은 탄력을 내주기 때문에 치즈를 혼합해 사용할 때 단골로 들어갑니다. 모짜렐라, 프로볼로네, 카치오카발로, 스카모르짜 등이 이 범주에 듭니다.

 

크림치즈의 용도는 잘 아실 테고요. 산미 적고 고소한 마스카포네가 많이 쓰입니다. 같이 쓴 치즈들 중 톡 쏘는tang 산미를 가진 것들이 있을 때 온화하고 기름진 맛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습니다.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는 맛있긴 하나 산미가 강해 혼합 사용에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냥 빵에 발라 드시거나 치즈케이크 만들 때 쓰세요.

 

맛은 대개 경성 치즈hard cheese들로 냅니다. 팔방미인인 체다가 많이 쓰이죠. 그래서 제가 <코스트코> 글에서 큰 덩이의 체다를 사도 괜찮다고 한 겁니다. 쓰임새가 많거든요. 쓸 만큼만 잘라 냉장실에 두고 나머지는 치즈갈이로 죄 갈아서 냉동보관하시면 됩니다. 

 

바삭한 토핑에는 단연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많이 씁니다. 체다는 전지유를 쓰고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부분 탈지유를 쓰기 때문에 전자는 소스에, 후자는 건조한 질감을 내야 하는 토핑에 쓰면 좋습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분말 조미료'로 생각하고 쓰시면 됩니다.

 

블루 치즈는, 푸른색 나는 곰팡이를 입에 넣는 걸 금즉해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아 치즈 혼합물에서 다른 치즈들처럼 자주 볼 수는 없죠. (버섯은 잘들 즐기시면서.) 고르곤졸라 피짜 덕에 그나마 장벽이 많이 허물어지긴 했습니다. 블루 치즈는 향미가 독특해 음식에 넣으면 그 자체가 음식의 전체 인상이 되기도 하니 혼합 사용할 때는 양 조절을 잘 해야 합니다.     

 

 

 

 

 

 

 

 

<마켓 컬리>에 네 가지 치즈를 쓴 맥캔치즈가 있길래 올려 봅니다. 영어 앞에 마구 붙는 저눔의 '콰트로'. 

 

 

 

 

 

 

 

 

 

 

 

 

사용한 치즈들을 보니 혼합 요령을 잘 이해하고 내놓은 제품이기는 한데, 문제는, 제대로 된 치즈 없이 죄 가공치즈라는 겁니다. 한국은 치즈 식문화권이 아니었고 이제 막 치즈를 즐기기 시작한 나라이니 차차 나아지겠죠. 네 가지 자연치즈를 쓴 마카로니 치즈 레서피는 제가 따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기 오시는 독자분들은 다들 감각 있고 세련된 푸디들이니 (제가 또 흥신소에 의뢰해 뒷조사 다 해봤어요.) 대략의 원리만 알아 두시면 집에서 치즈 요리 해 드실 때 이렇게저렇게 섞어 기똥차게 맛있는 음식을 내실 수 있을 겁니다. 잘 만든 치즈는 단독으로도 좋은 맛을 내주긴 하지만 특성이 다른 치즈들을 섞으면 맛과 식감이 더 풍성해지고, 재미도 있고, 잘 선택해 섞은 자기 자신에게 뿌듯해지고 그럽니다.  

 

 

 

 

 

 

 

 

'Four Cheese' 마카로니 준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