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차와 과자, 치즈와 조제고기, 음식과 그릇, 음식우표, 음악, 영국 이야기

12 2022년 04월

12

음악 몽마르트의 사티 Montmartre, Erik Satie

오늘은 긴 설명 없이 음악만 들려 드릴게요. 단단은 20대 때 몽마르트에 가 봤어요.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1866-1925)의 (1897?)를 들으면 그때가 생각 나요. 몽마르트를 배경으로 한 사랑스런 영화 (2001)도 떠오르고요. ▲ 사티를 포함, 당대 파리의 예술가들과 문인들이 사랑했던 몽마르트의 캬바레. ▲ 몽마르트에 하숙하면서 캬바레 피아노 연주로 생계를 꾸려나갔던 사티. 도 캬바레를 위한 작품. ▲ 오케스트라 편곡에 조수미가 노래(2008). 원곡은 피아노 반주. ▲ 가사가... 야해요. ▲ 작곡가 자신이 편곡한 피아노 독주 버전. 단단은 관광지 길거리에서 피아노를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이 곡을 연주해 주곤 했어요.

댓글 음악 2022. 4. 12.

29 2022년 03월

29

음악 피아노의 날에 리스트를 생각하다 World Piano Day, Franz Liszt

▲ 영국 강의실의 피아노. 2016년 런던. 피아노 관련 산업과 학문에 종사하는 이들은 피아노의 88개 건반 수를 따서 그 해의 88번째 되는 날을 '피아노의 날'로 기념합니다. 재미있는 발상이죠? 2월의 날수가 유동적이어서 달라질 수 있는데, 올해는 3월 29일입니다. 피아노가 처음 발명된 1700년경부터 건반 수가 88개였던 건 아니고 차츰 늘어나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인간의 가청주파수 범위가 대략 20-20,000Hz라고 하니 건반 수가 지금보다 더 많아도 되지만, 연주자가 악기 정중앙에 앉아 편하게 팔을 뻗을 수 있으려면 건반 수를 마냥 늘릴 수 없겠지요. [건반상의 최저음 A0 27.5Hz - 최고음 C8 4,186.009Hz] ▲ 1839년경의 리스트(1811-1886). 피아노라는 악기의 표..

댓글 음악 2022. 3. 29.

19 2022년 03월

19

음악 가장 좋아하는 슈베르트 가곡

오늘은 '가곡의 왕'이라 불리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의 603개 가곡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을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슈베르트는 조물주가 인간에게 노래 선물을 주기 위해 특별 설계해 지구에 데려다 놓은, 신과 인간 사이에 낀 신비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주는 바리톤을 위해 두 단계whole tone 내린 조성이 아닌 반드시 오리지날 테너용 조성E-flat major key이어야 하고, 곡 쓸 당시의 슈베르트 나이(26세)를 연상케 하는 고운 청년의 음색이면 좋겠습니다. 슈베르트의 가곡에서는 반주가 중요해 피아노 음형figure이 전체적인 시상과 곡의 분위기를 그리는 동시에 순간순간 변하는 감정을 훌륭히 포착해 냅니다. 시..

댓글 음악 2022. 3. 19.

22 2022년 02월

22

음악 Take 6 - A Quiet Place

2022년 2월 22일 22시 22분 22초를 기념하여 무슨 글을 쓸까 궁리하다가 블친 더가까이 님의 '아카펠라'(a cappella, 무반주 중창·합창) 글을 읽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걸어 봅니다. 재즈, 흑인영가spiritual, 가스펠, 알앤비서부터 팝에 이르기까지 많은 장르를 선보이는 미국의 6인조 아카펠라 그룹 가 1988년 젊은 시절에 발매했던 데뷰 음반의 수록곡을 나이 들어 다시 불렀습니다. 유튜브에서 아래의 영상을 발견하고는 감개무량해했었죠. 젊어 한껏 기량을 뽐내던 이들이 이제는 희끗희끗한 머리와 수염을 하고는 음고pitch, key도 두 단계semitone나 내리고 현란한 조바꿈modulation도 자제한 채 힘을 빼고 한결 여유롭게 연주합니다. 아아, 저는 이 연주가 훨씬 좋네요. ..

댓글 음악 2022. 2. 22.

01 2022년 01월

01

음악 디스코 들으며 힘차게 새해 맞이

새해가 밝았습니다. 복 많이 받으시고 또 맛있는 한 해를 보내시길 빕니다. 2022년이라니요. 2020년부터는 'sci-fi'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올해 태어난 아이는 대학 2041학번이 된다면서요? 춤추는 지구인의 모습을 보면서 또 힘차게 한 해를 열어 봅니다. 1977년 개봉된 입니다. 존 트라볼타 옹께 저런 시절이 다 있었다니, 볼 때마다 감탄합니다. 이 영화 덕에 음지에서 즐기던 디스코가 세상 밖으로 나와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하죠. 이후 지나친 상업화로 비판도 받고 쇠퇴하기도 했지만 이 장르의 아이디어가 세대를 거치면서 꾸준히 차용되는 것을 봅니다. 작년 BTS 신곡에도 디스코가 있었죠. 저는 디스코가 막 흥할 때는 미취학 꼬마였으니 디스코 세대라고는 할 수 ..

댓글 음악 2022. 1. 1.

24 2021년 12월

24

음악 1200년경의 크리스마스 음악

해피 크리스마스! 성탄절을 맞아 단단이 역대 프랑스 작곡가 중 으뜸이라 여기는 페로탱(Pérotin, 1200년경 활약)의 음악 두 곡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좋아하는 곡이라서 소개는 하고 싶은데 성탄절이 올 때까지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중세의 문명 전달자이자 인간 복사기였던 수도사들이 필사한 시편 98편 일부입니다. (고마운 분들이에요. 다들 천국에 가셨기를.) 지금 들으시는 음악의 가사는 구약성경의 시편 98편 앞부분에서 따왔습니다. (Viderunt omnes) [시편 98편의 3절, 4절, 2절을 발췌해 엮음] 오리지날 라틴어 가사 Vīdērunt omnēs fīnēs terræ salūtāre Deī nostrī. Jubilāte Deō, omnis terra. Notum fēcit Dominu..

댓글 음악 2021. 12. 24.

02 2021년 12월

02

음악 지난 가을

길을 가는데 내 머리 위에 잠깐 내려앉았다 떨어진 잎. 와아, 이렇게 큰 낙엽이. (커다란 잎을 머리에 얹어 봤다고 흥분한 단단.) 알새우칩, 와사비칩, 카레칩. 바작바작 와삭와삭. (낙엽 보고도 식욕이 돋다니 큰일이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해 봅니다. 지난 가을을 돌아보며 1400년대에 작곡된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노래를 한 곡 걸었습니다. 당대 유럽 최고 인기 작곡가 중 한 사람이었던 벨기에 출신의 지일 방슈와(Gilles Binchois, c. 1400-1460)가 쓴 롱도(rondeau)입니다. 롱도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불렸던 'ABaAabAB'의 형식의 유행가(chanson)를 뜻하는데, 같은 음악에 같은 가사를 쓸 때는 대문자로, 같은 음악에 다른 가사를 쓸 때는 소문자를 써서 ..

댓글 음악 2021. 12. 2.

01 2020년 07월

01

음악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수업 시간에 미니말 음악을 다루는데 학생들이 대중음악에서의 짧은 장식악구 반복(riff)과 예술음악에서의 고집악구(ostinato, ground bass 등)를 미니말 음악과 헷갈려 합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음악을 비교해 들려 주다가 영국 록 밴드 의 음악도 들려 주게 되었죠. 음악에 붙은 영상이 인상적이어서 여러분께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미니말 음악을 영어로는 'minimal music', 'minimalism music', 'minimalist music', 셋 다 써서 표현합니다. 미술 쪽에서 먼저 쓰던 용어를 영국 작곡가 마이클 나이만Michael Nyman이 음악 분야에 처음으로 가져다 쓰면서 학술 용어로 굳어졌습니다.) 걸어 드린 영상은 오리지날 뮤직 비디오가 아니라 독일인 영상 작가의..

댓글 음악 2020. 7. 1.

26 2020년 06월

26

음악 이네스 로살레스 또르따 Inés Rosales Tortas 스페인 올리브 과자

에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전통과자인 올리브 오일 또르따tortas de aceite를 발견했습니다. 하, 이게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들어왔구나. 또르따를 보면 생각 나는 영국 TV 프로그램이 있으니, 제이미 올리버의 스페인, 이태리, 스웨덴, 모로코, 그리스, 프랑스 음식 기행을 담은 . 이렇게 요리책으로도 정리돼 나왔었죠. 이 프로그램에서 제이미가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한 수녀원nunnery에 가 올리브 오일로 반죽하고 아니씨드aniseed, anise로 향 낸 동그랗고 바삭한 전병torta을 사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장면을 보고 과자 블로그 주인장인 단단은 당장 수퍼마켓으로 달려갔죠. 생긴 건 못난이인데 바삭바삭 경쾌하게 씹히고 씹을수록 맛이 쌓여 제법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진을..

댓글 음악 2020. 6. 26.

11 2020년 04월

11

음악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

[2악장 17:10] [3악장 25:47] [4악장 37:45] 해가 바뀔 때만 해도 '2020'이라는 숫자가 참 미래적sci-fi이라는 생각을 했었고 인류는 이제 어떤 것이든 이룰 수 있는 지성에 근접했다고 낙관했는데 이 첨단 테크놀로지 시대에 이토록 많은 사람이 미지의 바이러스로 속수무책 죽고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습니다. 할 일이 산더미인데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 일이 손에 잡히질 않습니다. ☞ Covid-19 Dashboard 오늘은 러시아 태생의 작곡가 알프레드 슈니트케(Alfred Schnittke, 1934-1998)의 깊은 울림을 내는 무반주 합창곡을 듣고 싶습니다. 진혼곡requiem은 아니지만 진혼곡보다 더 진혼곡 같은 곡입니다. 러시아는 무반주 합창을 위한 콘체르토choral..

댓글 음악 2020. 4. 11.

29 2020년 03월

29

음악 감각적인 BBC 뉴스 음악

영국에 도착해 집을 구하고, 공영방송인 BBC를 시청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구입하고, TV 수상기를 사 와 다음날 아침에 뉴스를 보는데, 음악 전공자인 다쓰 부처 둘 다 턱이 떨꺽. 대중음악과 디제잉의 나라답게 뉴스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매우 감각적인 거라. BBC에서 전통적으로 써 왔던 카운트다운 라디오 시보pips, +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음악과 서구 대중음악에 만연한 2/4박자 트레씨요tresillo 리듬의 베이스, + 뉴스 프로그램에 걸맞는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중립적 느낌의 코드, + EDM[electronic dance music] 분위기를 결합해 새로 창작했다. 그러니까, 과거와 현재와 범세계적인 것과 치우치지 않은 어떤 것을 합쳐 만든 거란 말이지. 상징적이고 대단히 훌륭한 발상이다..

댓글 음악 2020. 3. 29.

12 2020년 03월

12

28 2020년 02월

28

음악 집에만 계셔서 좀 쑤신 분들, 저와 함께 스윙 한 곡 들어 봅시다

어우, 외출을 일절 금하고 집에만 있으려니 죽것어요. 이나 같은 개봉작들도 궁금한데. 설상가상 운동도 못 하고. 대리만족이나 할 겸 오늘은 스윙 단스(→ 영국 발음) 영상을 걸어 봅니다. 단단은 춤추는 닝겐 모습 보는 걸 즐기는데 (☞ 인류와 춤) 유행했던 역대 양춤 중에서는 스윙을 특히 좋아합니다. 춤사위가 과격하기 짝이 없죠. 음악도 좋고요. 제가 빅 밴드 사운드를 무지 좋아합니다. 여러분, 가수가 빅 밴드 반주에 맞춰 노래하거나 춤꾼들이 빅 밴드를 대동해 춤추는 건 요즘 시대에는 (보기도 힘들거니와) 엄청난 럭셔리인 겁니다. 단단의 모친과 부친이 노는 데 있어서는 젊어서부터 한가락하셨던 분들인데요, 심지어 저희 어렸을 때는 이른 밤에 억지로 애들 재우고 두 분이 클럽 가서 춤추다 자정 한참 넘어 들..

댓글 음악 2020. 2. 28.

16 2020년 01월

16

음악 스타워즈 9: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반말 주의) (약스포) 성적 판타지 충만한 우리 여성 동지들아, 이거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얼른 가서 봐라. 야동 100편 보는 것보다 이거 보는 게 더 짜릿하다. 나는 시리즈 중에서 4편과 5편, 외전인 로그 원[Rogue One], 그리고 얘네 둘 나오는 7, 8, 9편이 특히 재밌었는데, 얘들 둘이 같이 나오고부터는 적과도 싸우고, 각자 자기 내면의 모순과도 싸우고, 서로를 설득하기도 해야 해서 영화가 복잡해지고 엄청 야해졌다. 힘이 비등한 남녀가 엎치락뒤치락 옥신각신 티격태격 하는 거, 격렬한 베드 씬 보는 것 같지 않니. ▣ 여우들은 눈치 챘으리라. 둘이 겨루는 장면에서는 감독이 항상 둘만 오붓하게 시간 보낼 수 있도록 외부 요소들을 차단시킨다는 것을. 저 봐라, 6편에서 팔퍼틴 골로 보내던 ..

댓글 음악 2020. 1. 16.

23 2019년 12월

23

음악 중세인들의 의리

▲ 중세의 연인들. 성탄절에는 늘 모텔이 미어터진다길래 (므흣) 부모님께 둘러댈 알리바이를 고심하고 있을 불타는 청춘들을 위해 오늘은 특별한 중세 음악을 하나 걸어 보겠습니다. 살면서 혹시 '음유시인'이라는 용어를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요즘은 이 용어 대신 '시인음악가'라는 더 정확한 용어로 부르는데, 11세기말부터 13세기말까지 프랑스 남부, 스페인 북부, 이태리 북부에서 활동했던 'singer-songwriter'인 '트루바두르troubadour'를 일컫습니다. 떠돌이 예인일 거라는 통념과 달리 궁정에 정착해 활동했던 엘리트 음악가들이었죠. 이들이 부르는 노래에는 사랑 타령도 있고, 실연의 아픔, 신세 한탄도 있고, 교훈적인 것도 있고, 영웅의 행적을 기리는 무훈가도 있고, 십자군 원정 함께 가자고..

댓글 음악 2019. 12. 23.

23 2019년 11월

23

음악 거세한 수소 씹다가 파리넬리 생각에 울컥

고깃집 가기 꺼리는데 어쩌다 휩쓸려 고깃집에 가 앉게 된 단단. 모임의 최연장자께서 한턱 내셨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후우... 그런데... 비싼 한우 취급하면 뭐 하냐고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추구하느라 환기 시설이 형편없어 저 이날 이 집에서 기름안개 잔뜩 들이켜며 고기 먹고 나서 호흡기 질환으로 무려 2주나 앓아 누웠던걸요. 나가서 돈 벌어야 하는데 꼼짝도 못 했으니 생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죠. 식탁 위에 미세한 기름 방울들이 빼곡이 덮이길래 내 안 그래도 밥 먹으면서 불안했습니다. 눈 앞에 시뻘건 남의 생살을 두고 식사한다는 것도 정서적으로 여간 힘든 일이 아니고요. 게다가 한 끼에 이토록 많은 양의 살을 먹게 하다니요. ☞ 인간과 식량 ☞ 한강 영문판 참, 얼마 전에야 안 사실인데,..

댓글 음악 2019. 11. 23.

08 2019년 11월

08

음악 비잔틴 성가 - 콘스탄티노플의 카시아 Kassia of Constantinople

오랜만에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를 해봅니다. 또 차 한 잔 우려 갖고 오세요. 저는 음악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서(응?) 좋아하는 음악이 중세(c.500-c.1400/1450)까지도 가고 막 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그럽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음악 중 800년대에 작곡된 노래를 들려 드릴게요. 여성 작곡가 카시아Kassia가 쓴 동방정교회의 단선율 성가입니다. 서유럽 로마 가톨릭 교회의 남성 수사들이 라틴어 가사의 무심하고 평온한 단선율 성가Gregorian chant를 부를 때 동방정교회 수녀들은 그리스어 가사의 이런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선율Byzantine chant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음악이 다소 낯설면서 신비롭게 들리지 않나요? 오늘날 우리가 듣는 음악은 대개 위의 음계 중 첫 번째..

댓글 음악 2019. 11. 8.

19 2018년 11월

19

음악 수십 년간 골백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 비발디의 사계

(시건방체 주의) 겨울도 다가오고 하니 내 오늘은 다들 잘 아시는 명곡, 비발디(Antonio Lucio Vivaldi, 1678-1741)의 중 '겨울'을 들려 드리리다. 르네상스(c.1400/1450-c.1600)와 바로크(c.1600-c.1750) 시대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고음악 연주 단체 의 고화질, 고음질 연주로 걸어 드리겠소. 시원시원 쩌렁쩌렁 울리는 현대 악기가 아닌 당대 악기 혹은 당대 악기를 본떠 만든 악기로 연주하니 악기 음색에 귀를 쫑긋 귀울이고 들어 보시오. 나라별 바로크 음악의 성격과 느낌이 다른데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은 내 생각엔, 바이올린의 본고장답게 현악기에서 가장 포텐이 터지는 것 같소. 아마티, 스트라디바리, 과르니에리, 이런 기라성 같은 바이올린 제작자들이 죄 ..

댓글 음악 2018. 11. 19.

01 2018년 11월

01

음악 보헤미안 랩소디

네에, 오늘 코엑스 메가박스 MX관에서 를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영화 보는 내내 주책 맞게 눈물을 줄줄 흘렸더랬죠. 극장에서 이렇게 눈물 많이 흘려 보기는 처음입니다. 어휴... 찬란했던 그들의 젊은 시절도 생각 나고, 퀸 음악을 즐겨 듣던 내 10대, 20대 청춘 시절도 생각 나고, 그리운 영국 거리들도 생각나고, 배우들은 어디서 그렇게 실제 인물들과 똑 닮은 사람들로 잘도 데려다 놨는지, 그렇게 데려다 놓은 배우들이 연기는 또 왜들 그렇게 잘하고, 음악은 또 왜 그렇게 좋고, 음악 삽입과 편집은 왜 그렇게 스피디speedy 하면서 감각적이고, 그 와중에 티타임에 등장한 홍찻잔, 찻주전자들은 또 왜 그렇게 제대로 된 멋진 것들인지, 영화 보는 내내 한숨이 푹푹. (이 영화 보고..

댓글 음악 2018. 11. 1.

22 2017년 12월

22

음악 스타워즈 격세지감 (줄거리 누설)

▲ 어따, 뉘집 딸인지 팔딱팔딱 잘도 싸운다. 근처에 삽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7편을 집에서 감상한 뒤 슬슬 걸어가 개봉한 8편을 조조로 보았습니다. 걸어서 극장을 가다니, 복 받았어요. 제 어린 시절 추억의 방을 도배질한 영화 두 편을 대 보라면요, 과 을 꼽겠습니다. 명절마다 TV에서 틀어 줘 뇌에 아주 떡 박혔어요. 우리 집 영감 필명이 '다쓰베이더'잖아요? 자기는 원래 주인공인 '루크 스카이워커'로 불렸으면 했는데 제가 웃기지 말라며 다쓰베이더로 붙여 줬어요. 이 양반이 과학영화sci-fi film 애호가입니다. 그중에서도 이 연속물을 특히 좋아합니다. 저도 좋아하고요. 7편도 좋았는데 오늘 본 8편은 더 재미있었습니다. 기술이 많이 발전했음을 느꼈죠. 옛 주인공들 얼굴에 세월이 내려앉은 ..

댓글 음악 2017. 12. 22.

30 2017년 10월

30

음악 예술과 정치

선릉역 창가 자리에 앉아 멍 때리다가 이런 생각을 해봤다. 예술과 정치, 어느 쪽이 우월한가. (이 비교가 지금 가당키나 한가 말이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얻을 수 있다. 예술가나 정치가가 아닌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 뒤 반응을 살피면 된다. "예술가 같아.", "예술적이야.", "오, 예술이다." → 칭찬 "정치인 같아.", "정치적이야." → 칭찬일 리 만무 뒤엣것을 말할 땐 보통 "저 이"라고도 안 한다. "저 치"라고 하지. "저 치는 너무 정치적이야." (침 튀긴다 야) 성급한 결론: 예술 만세. 예술로 먹고 살기 하도 힘들어 정신승리 해봤다. 오스카 와일드 선생은 일찍이 이런 통찰을 보이셨으니 "은행가가 모이면 예술을 논하고 예술가가 모이면 돈을 논한다." ■

댓글 음악 2017. 10. 30.

24 2017년 07월

24

음악 영화 덩케르크, 던커크 Dunkerque, Dunkirk ② 음악

영화가 남긴 여운이 길어 며칠째 내용을 곱씹고 있습니다. 대사도 별로 없는 영화가 생각할 거리는 참 많이도 줍니다. 오늘은 영화에 쓰인 음악 이야기를 해볼게요. 이 공간은 제 놀이터와 같아서 웬만하면 여기서는 일(음악)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드는데, 음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글이 없어 제가 한번 끄적거려 봅니다. 전문 용어는 가급적 쓰지 않겠습니다. 이 영화의 작곡가로 다들 한스 짐머를 언급하죠. 음악을 맡은 작곡가는 사실 한스 짐머 외에 두 명이 더 있습니다. ▲ Hans Florian Zimmer (1957- ) ▲ Benjamin Wallfisch (1979- ) ▲ Lorne Balfe (1976- ) 현대의 영화음악 작곡가들은 좋든 싫든 클래식 음악 악보를 많이 들여다봐야 합니다. 각 악..

댓글 음악 2017. 7. 24.

24 2016년 12월

24

음악 테이크 씩스(Take 6)가 부르는 캐롤 두 곡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캐롤 두 곡을 소개해 드릴게요. 좋아하는 캐롤이 두 곡밖에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캐롤 중 오늘은 두 곡을 소개해 드리겠다는 겁니다. ㅋ 이 두 곡은 특별히 미국의 아카펠라 그룹인 의 편곡과 연주로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Hark! The Herald Angels Sing' 음반 《He is Christmas》(1991) 수록곡 가사는 1739년에 영국인이 썼고, 선율은 전혀 다른 목적으로 작곡된 멘델스존의 것을 가져다 영국 작곡가가 1855년에 가사에 맞춰 변형해 붙였습니다. 이 연주에서 맨 마지막 종지 부분cadence 말입니다, 이 대목 들을 때마다 저는 세상 모든 연주 중 그 흔한 장3화음을 이토록 근사하게 들려 주는 연주는 또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댓글 음악 2016. 12. 24.

05 2016년 08월

05

17 2016년 04월

17

음악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내가 미쳤다. 일주일 넘게 열이 펄펄 나고 마우스에 손 얹을 기운도 없이 늘어져 있는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생각이 갑자기 나 이 미친 곡을 또 찾아서 들었다. 이 곡이 주는 감동은 내 머리와 가슴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므로 듣고 나면 꼭 앓게 되는데 이걸 몸 아플 때 찾아서 들은 것이다. 이제 열병에 두통까지 더해졌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러시아를 무시하면 안 된다. 나는 러시아 작곡가들에 애착이 있다. 더 나은 남성 연주자가 있더라도 이 곡만은 반드시 여성 피아니스트의 연주로 듣고 싶다. 유학비 마련하느라 팔아버린 내 분신과도 같던 그랜드 피아노 생각에 눈물이 난다. ■ ▲ 1900년대 초의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1873-1943). 이 곡은 190..

댓글 음악 2016. 4. 17.

02 2015년 12월

02

음악 인류와 춤

▣ 식빵 같은 머리를 한 이티E.T.를 빼닮은 저 삐걱삐걱 월이Wall-E가 과거에는 지구가 아름다웠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은 낡은 TV 수상기로 인간 남녀가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죠. 제가 '이 지구 위에서의 삶은 그래도 아직 살 만하다'라고 느끼는 순간도 바로 이 춤추는 모습을 목격할 때입니다.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신나고 아름답고 모든 시름이 잊혀집니다. 취미로 춤 좀 배워둘걸, 늘 아쉬워요. 제 대중음악 취향은 매우 극과 극인데, 마일스 데이비스, 빌 에반스 같은 쿨 재즈와 느슨한 보싸 노바 같은, 조용하면서 복잡한 화음을 구사하는 음악. 그리고, 그 반대로 화음은 단순하지만 강하고 깔끔한 음악. 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스타일인고 하니, 베이스와 비트가..

댓글 음악 2015. 12. 2.

10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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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레이프 본 윌리암스의 <탈리스 환상곡> -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영국 작곡가 중에 레이프 본 윌리암스(Ralph Vaughan Williams, 1872-1958)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Ralph'를 '랄프 로렌' 할 때처럼 '랄프'로 발음하지 않고 '레이프'라 발음할 때가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영국의 전통 발음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이 발음이 다소 예스럽고 상류층스러운 느낌이 난다고 해서 철자대로 '랄프'라 불리는 걸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이 이름을 가진 사람이 원하는 대로 불러 주는 게 가장 좋겠죠. 영국 배우 Ralph Fiennes는 '레이프 파인즈'라 불러 줘야 합니다. 이 양반이 좀 뼈대 있는 가문 출신이거든요. 아, 대사 읊거나 말하는 걸 보면 발음이 벌써 '포쉬posh' 하잖아요. 오늘은 본 윌리암스의 작품 하나를 들어 보도..

댓글 음악 2013.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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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안드라스 쉬프의 바흐 평균율 피아노 곡집(Das Wohltemperierte Clavier)

헝가리 태생의 영국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Andras Schiff가 2017년 에서 장시간에 걸쳐 바흐(J. S. Bach, 1685-1750)를 연주했습니다. 장소는 영국 런던의 입니다. 재생 단추를 누른 뒤 화면 하단에서 꽃모양 단추를 눌러 고화질로 전환해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이 양반이 지금 바흐의 저 기나긴 곡을 전부 외워서 연주합니다. 암기력, 정신력도 대단하지만 예술가의 재능에는 체력도 필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젊은 연주자의 열정적이고 분방한 연주, 좋지요. 그런데 단단도 이제 나이가 드니 차분하고 관조적인 연주가 더 와닿습니다. 혹시 이 글 보시는 분들 중 어린 자녀를 둔 분 계세요? 아이에게 꼭 피아노를 가르쳐 주세요.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은 행복한 추억과 좋은..

댓글 음악 2013.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