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차와 과자, 치즈와 조제고기, 음식과 그릇, 음식우표, 음악, 영국 이야기

01 2010년 04월

01

차나 한 잔 수선화를 드리겠어요

꽃이 다 지기 전에 꼭 사진기로 담아 두어야겠다 마음먹었던 수선화. 산책로 집집마다 피어 있던 수선화를 보자 길고 긴 영국의 회색빛 겨울을 이겨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한국에서 개나리가 봄 소식을 알리듯 영국에서는 수선화가 봄을 알린다. 보라색 하얀색 크로커스들이 수선화보다 먼저 눈을 뚫고 삐죽삐죽 솟아오르긴 하지만 노란 빛깔 때문일까? 수선화를 봐야만 이제 봄이다 싶다. 동네 길 집집마다 심긴 너댓 종류의 수선화를 비교·관찰하며 넋을 잃다 돌아오곤 했는데, 오늘 보니 우리 집 뒤쪽 공동정원 한쪽에도 이 녀석들이 있는 것 아닌가. 내 눈엔 우리 집 수선화가 동네에서 제일 예쁘구나! 어느 수필가가 번역·인용했던 노랫말이 떠오른다. 제겐 큰 집은 없을 거예요, 땅도 없고 손 안에 바스락거리는 지폐 한 장 ..

댓글 차나 한 잔 2010. 4. 1.

24 2009년 12월

24

차나 한 잔 세상에서 제일 얇은 과자 모라비안 쿠키

영국의 우정국 '로얄 메일Royal Mail' 님께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집집마다 성탄 카드를 보내 주셨다. 이번에는 우체부가 크리스마스 홀리 이파리 모양으로 눈 위에 발자국을 내고 있었으니... 국민 여러분, 올해도 행복한 성탄절을 맞이하시길 빕니다. 에, 성탄절을 위한 우편물 접수 마감일을 잠깐 안내해 드리자면, 국내 2등급 우편물은 12월 18일까지 1등급은 12월 21일까지 국제 우편물은 12월 4일까지이니 날짜 놓치는 일 없도록 잘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그밖에 여러 특별 서비스가 있으니 것두 참고하세요. 우리들도 가족과 함께 지내야 하므로 12월 25일부터 28일까지는 우편물 접수를 안 합니다. [재활용 표시] 이 카드가 마음에 안 들면 재활용으로 당장 내다 버리셔도 됩니다. 아직 12월도 안..

댓글 차나 한 잔 2009. 12. 24.

05 2009년 12월

05

차나 한 잔 바클라바 Baklawa

그는 "괴로울 땐 뭔가 단 걸 먹어봐" 하며 꿀로 범벅이 된 작은 과자를 내밀었다. 바클라바였다. 벌꿀과 피스타치오가 버무려진 달콤한 터키 페이스트리. 바클라바를 입에 넣고 씹자 걱정은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듯했다. 마치 잠시 고통을 잊게 해 주는 마약과 같이. 그날 나는 처음으로 카운터 앞에 앉아서 오랫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의 아버지를 닮은 사람을 알고 있어." "그도 타향에서 60년째 살고 있지. 이젠 그곳이 고향이 된 듯해. 그가 실향민이고 그의 아들도 실향민이었기 때문에 나 역시 태어날 때부터 실향민이었어. '지금 현재 이곳'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늘 겉도는. 언제 어느 곳에 있든 늘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어하는 나의 방랑벽은 어쩌면 그에 기인한 듯도 해." "세상엔 두 가지 종류의 ..

댓글 차나 한 잔 2009.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