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화가의 아틀리에

권동철(權銅哲) 2015. 7. 8. 20:16

 

서양화가 양규준(Artist, Gyu-Joon Yang)

 

 

 

 

시간의 갈피, 심연

심연(深淵)으로 내려 온 아른거리는 희끄무레한 빛. 시간의 흔적을 켜켜이 끌어안은 퇴적(堆積)의 포용. 작품의 오른쪽 풍경은 모든 색을 흡수하는 먹빛처럼 사변적 의식의 굳건함을 감지하게 한다.

 

지루한 어둠의 터널을 뚫고 나오는 한줄기 염원의 빛이 가늘게 꿈틀거린다. 그것은 그림자, 유년의 아련한 추억들을 더듬는 회상의 갈피 그 어느 틈 사이에 발아하는 자아의 따뜻함이다. 내면은 그렇게 북돋워지고 있는 것이다.

 

 

 

   

 Fluid mind, 102×150acrylic on canvas, 2009 (Diptych)

 

 

 

귀로의 경계에 어른거리는 自我!

오랜 친구를 우연히 만나 호쾌하게 가가대소(呵呵大笑)하는 지란지교(芝蘭之交)의 고귀한 몸짓처럼 좌측그림의 칼리그라피(Calligraphy) 마크(mark)는 단숨에 내달린다.

 

인체의 운동감을 따라 자발적인 선()을 얻게 됐고 단순화에 이르게 되었다라는 작가는 어릴 적 보았던 내 기억에 각인된 강강술래, 둥근 달빛아래 일치된 율동은 몸과 마음이 한 덩어리로 엉킨 정신 이었다라고 술회했다.

 

 

 

 

 

 

    Seeds, 65cm, 2012 (Diameter)

 

 

 

불확실의 긴장이 점점 명료해지기까지의 열렬한 몸놀림과 인지의 반복. 그렇게 치열한 붓놀림에서 성취된 마크. 서양의 붓과 작가의 혈맥에 흐르는 전통서예의 조형미. 이 혼성은, 회전(回轉)하고 있다.

 

()은 회전의 중심이다. 그것 없이 어떤 카테고리(Kategorie)도 돌 수 없다. 바로 서로 유연하게 연동하는 그 한가운데 색조(色調)의 은유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Fluid mind, 102×150, 2011 (Diptych)

 

 

 

그곳엔 유년의 친구이름을 부르는 메아리가 아련히 울려 퍼진다. 또한 근원을 품은 채 해안선을 따라 기품의 아우라(Aura) 뿜어내는 숲의 긴긴 행렬이 있다. 그런가하면 눈부신 햇살이 비치는 강둑에 앉아 물에 비친 자연과 합일을 향한 그림자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 심층에서 떠오르는 형형색색 속 어른거리는 자아라는 이름의 형상. 어쩌면 우리들은 인생의 항로라는 여행에서 어느 한 날, 귀로(歸路)의 경계 그 순환의 한 점에 서있는 를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1120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