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화가의 아틀리에

권동철(權銅哲) 2015. 8. 30. 14:48

 

화가 황인혜(ARTIST, HWANG IN HYE)

 

 

 

서울시 서초구 서울남부터미널을 지나 서울교육대학 방향 한 빌딩 2층에 황인혜 작가의 작업실이 있었다. 조용하고 청결한 환경에서 마침 장지위에 목탄과 진한 먹으로 작업 한 후, 필요한 곳에 얇은 한지를 붙이고 그 위에 농담(濃淡)의 차이를 둔 먹을 또 다시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잠시 붓을 놓은 작가는 평필(平筆)을 사용하는데 얇고 매끈한 한지 위로 부드러운 붓의 털이 지나가는 느낌은 비단 위를 스치는 느낌처럼 보드랍고 강렬한 찰나의 긴장감을 요구합니다. 때문에 그 짧은 순간의 몰입은 무아의 경지라 할 만하지요라고 말했다.

 

 

 

 

 

    The wind of Maui-jangji, soonji, muk, charcoal,

             mixed material with stone color 112×160.5, 2011

 

 

 

화가의 손놀림이 지나가는 순간과 한지가 먹을 받아들이는 짧은 교감의 깊이야 말로 한국화의 깊고 그윽한 생명력의 근원과 다름 아니다. 그것은 화가의 정신과 한지(韓紙) 생명력의 만남이 이뤄내는 동양적 세계관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윈드서핑(windsurfing)하듯 무한한 대양을 향하여 두 사람이 앞을 향하여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 실경(實景)과 함께 마음속 풍경을 담아 낸 것이다. 펄럭이는 깃발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힘을 보태는 정신적 에너지를 부여하는 메시지의 상징이기도 하다.

 

 

 

 

 

    Moonlight-jangji, soonji, muk,

charcoal 93.5×75, 2011

    

 

 

은은한 빛이 들어오는 달빛어린 풍경이다. 강렬하면서도 잔잔하고 아주 가늘지만 강인한 선()이 음악적인 것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Moonlight sonata)같은 음악적 느낌을 준다.

 

악보가 없으면 선율의 하모니가 흐트러지듯, 악보대(a music stand)에 있는 곧 연주될 악보처럼 목탄(charcoal)선이 한지위에 깊이 스며들면서 예리한 맛을 준다. 그리고 먹을 칠하면서 흘러내리는 것을 지우지 않고 자연스레 둔 두 줄기가 오른쪽 목탄선과 서로 받쳐준다.

 

 

 

 

 

    Utopia-soonji, muk, charcoal, colors 63×942004

 

 

 

작가는 자연의 섭리 흐름을 순리로 표해 내고 싶었지요. 사실 오른쪽 상단의 엷은 면적의 그림이 조화와 밸런스를 유지해 주는데 큰 몫을 하고 있어요. 목탄선끼리 서로의 강약과 진하고 연한 것의 변화 등이 스며든 작품인데 먹선(墨線)의 조화가 여운을 남기고 있지요. 선율이 남긴 감동처럼이라고 밝혔다.

 

세모는 지금도 산()의 기호로 쓰인다. 한글(古語) 세모글자를 변형시킨 작품인데 마치 노르웨이의 피요르(Fjord) 해안지역의 가을풍경 사이로 유람선이 다니는 것처럼 느껴온다. 작가는 이와 관련, 한 사연을 들려주었다.

 

“2004년 갤러리 인데코 초대전 때 전시장을 방문한 외국인이 노르웨이를 가 본적이 있느냐고 나에게 물었을 때 본적이 없다고 했어요. 그가 웃으면서 당신은 전생에 노르웨이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노르웨이의 해안 가을풍경이 이와 똑 같다는 말을 해 주었지요.”

 

그 후 작가는 2010년 여행했었다. “이 작품은 노르웨이에 가기 전에 완성된 작품입니다. 그때 그곳을 들렀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나의 작품과 같았었지요. 뭐랄까, 묘한 감회 같은 것이 스쳐갔어요. 인연 또는 동감(同感)의 느낌 같은 것이랄까요.”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482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