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권동철(權銅哲) 2018. 3. 19. 23:13


마을, 97×145캔버스에 소뼈가루, 호분, 가루 안료, 2008




포말과 분말에 관한 인연의 담론

 

아름다움을 사랑하려면 고요한 침묵이 따라야 한다. 훌륭한 음악은 침묵 속에서 찾아 낸 가락이고, 뛰어난 조각은 표정이 없는 돌덩이에서 묵묵히 쪼아 낸 형상이다. 시끄러움에 중독 된 이 시대 우리들은 그 침묵을 감당할 인내력이 적다. 침묵을 익히려면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침묵은 자기 자신이 되는 길.”<법정(法頂)수상록, 물소리 바람소리, 1986, 샘터 >

 

화면은 평온하고 시원한 느낌이다. 뒷산엔 대숲이 있고 그 아래 옥순이 누나와 한철이 어머니 집 또 석주화실도 있고 소 키우는 외양간도 사천비행장 연습비행기가 날아다니기도 한다. 경상남도 사천시 곤명면 작가의 고향마을 풍경이다.

 

작품 불의 자화상은 뜨거운 불 속에서 괴로워하는 의 모습이다. 붉은 색 안엔 명상에 잠겨 있는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 이미지를 차용했다. 불교에서 불()은 붓다뿐만 아니라 꽃, 개미, 물방울 등 일체의 대명사로 부를 때 불의 드러냄인 현현(顯現) 곧 나툼의 중의적 의미와 통한다. 실존으로서 는 하나지만 동시에 여러 현상으로서 자화(自畫)이기도 한 것이다.

 

전시명제 석주는 어린 시절 나의 이름이다. 학창시절 외할머니가 밥을 해 주셨는데 유일한 취미는 큰 스님들의 법문 테이프 듣기였다. 작품적 영감은 사람도 생명이 다하면 원래로 다시 돌아간다는 불교세계관의 지수화풍(地水火風)영향을 받았다. 인연사상은 그림의 재료사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바탕은 공() 그 위 그림은 허(). 이번전시작품에 흐르는 세계관은 공분의 허로써의 동시성이다.”

 


   불의 자화상, 92×65Mixed Media, 2017



지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총합

한 작가는 1992년도 나화랑 첫 개인전을 언어너머의 침묵세계를 작품화 한 신성한 문자와 미네르바의 부엉이로 가졌다. 97년도 덕원미술관에서는 점을 많이 찍은 추상화로 우주는 거대한 합창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후 7년여 동안 그림을 그렸다기보다 습작정도 했던 시기로 중고노란버스를 운전하며 전국을 여행하기도 했다. “그 상태가 아주 좋았다. 강박관념이 없었다. 무수히 많은 점들이 내면에서 무결함으로 우주화되던 통쾌했던 때였다.”

 

그러한 여정의 마지막 즈음인 200412, 과천에 있는 제비울미술관에서 나의 고향전을 갖게 된다. “그땐 고향집 자그마한 제실(祭室)서 작업했다. 무엇으로 그림을 그릴까 생각하면서 동네를 몇 바퀴 돌아다니다 소뼈가 굴러다니고 아궁이에서 타다만 숯, 나무껍질 등이 눈에 들어왔다. 유화로 그리는 것보다 흰색, 검은색, 갈색 등 이들의 분말(粉末)을 운용했다.”

 

2008어머니의 하루전은 아트팩토리(헤이리)에서 진행했다. “나의 어머니는 교육을 못 받으신 분이라 때가 묻지 않았다. 하루생활은 단순하고 소박하시다. 또 우리 미술이 외래종으로 가득 차 있는데 토종에서 출발하고자할 때도 어머니가 근본이었다. 한국미의 원형이 어머니 모습이시다. 지상의 모든 사건사고들을 지구에서 볼 땐 하루의 일이다. 해가 뜨고 지는 동안의 총합 역시 어머니와 연결되어 있다.”

 


             화가 한생곤



한편 한생곤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번 열일곱 번째 개인전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팩토리 2~3층에 걸쳐 1995년부터 신작까지 소품위주 3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에서 인터뷰 한 그에게 화가의 길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다. “자생기술로 세계에 통하는 한국산처럼 나의그림이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라고 찍히는 자부심 깃든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

 


=권동철/주간한국 2018319일자

 


그림이 차분하고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