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권동철(權銅哲) 2014. 4. 7. 16:37

 

서양화가 류영신…자작과 미루나무 숲의 향연

 

 

 

서양화가 류영신

 

 

그린 에메랄드에 안긴 다홍빛 루비처럼 상기된 뺨에선 달콤한 향기 진하게 배어났지. 느낌은 흐르나봐. 봄눈이 흔적 없이 사라지면 더욱 커진 그리움. 하늘엔 벌 나비 핑크빛가루 휘날리고 꽃은 만발인데 사방은 어째서 고요한 것이야. 봄비 내리던 하룻날, 비에 젖은 꽃향기 꿈속까지 밀려왔네. 아아! 이런 맙소사, 허한 가슴팍을 파고드는 망망한 우주여!

 

 

 

마음의 꽃, 77×32.5cm, oil on canvas, 2010 ⓒADAGP

 

 

허위 내려놓은 앙상한 순백

시베리아열차를 타고 이르쿠츠크에서 하바롭스크까지 길고 긴 여행길을 달린다. 여명(黎明)이 차창을 가볍게 두드린다. 푸시시 일어나 애써 뜬 눈가엔 자작나무 숲이 긴 여운을 남기며 아련히 멀어져갔다. 하늘은 푸른빛의 ‘성스러운 바다’ 바이칼호(湖)를 품에 안았다. 기어이 시베리아 숲에 겨울이 찾아들었다.

명랑한 화명(和鳴)이 아침을 재촉했다. 새들이 후르르 힘차게 날아오른 숲엔 희뿌연 안개가 뭉실뭉실 피어올랐다. 빛은, 은색휘장이 걷히자 빼곡히 줄지어 선 자작나무 행렬들 사이 날카로운 선율처럼 비스듬히 사선을 그으며 지상으로 파고들었다. 그때 낙엽과 눈부신 햇살마저 하얀 눈 속에 살포시 내려앉는 것이 보였다.

정적이 흐르는 숲은 더욱 그윽해졌다. 묵은 허위의 두꺼운 껍질을 스스로 내려놓은 야윈 목신(木身)이 미동도 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간간히 허공으로 눈보라가 휘날리다 나목과 부딪혔다. 불현 듯, 미움이 연민의 감정으로 돌아섰다. 고백은 새로운 마음의 발로라 했던가. 순백표피에 돋아나는 깨알 같은 눈엽(嫩葉)이 눈에 들어왔다. 눈(雪)덮인 숲, 연록의 생명. 울컥 감동이 밀려왔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다가가 울먹였다.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 믿음!

 

 

 

 숲속으로, 91×91cm 2011 ⓒADAGP

 

 

왈츠, 연분홍 꽃잎 휘날리듯

칼 마리아 폰 베버(Carl Maria von Weber, 1786~1826) ‘무도에의 권유’가 연분홍 벚꽃이 바람에 휘날리듯 한 쌍의 화려한 왈츠 춤을 이끈다. 첼로와 오보에, 첫사랑 수줍은 눈길의 교감처럼 현(弦)과 목관악기의 우아한 만남이 시작되고 있었다. 연회색 연미복, 핑크 나비넥타이를 맨 화사한 차림의 청년이 다가와 은은한 미소로 손을 내밀었다.

‘메이퀸(May Queen)에겐 왈츠가 어울린다’며 크림색 드레스가 부풀어 오를 듯 한 여인에게 나직이 말을 건넸다. 창(窓)너머 미루나무 기다란 잎들이 나긋나긋 산들거리고 오후의 감미로운 햇살은 묘한 설렘을 동반했다. 선율은 점점 빨라지다 애틋하게 흘렀다. 두 사람이 아슬아슬하게 방향을 바꿀 때마다 거친 호흡을 가늘게 뿜어냈다. 군무(群舞)속에선 간간히 환락의 손길이 허리를 휘감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Cluster,64 X  41cm,  oil on canvas,  2013,ⓒADAGP  Ryu, Young Shin

 

 

공존, 생명의 순환을 위하여

류영신 작가가 펼치는 숲의 군상은 너무 가까이 있기에 그래서 지나치기 쉬운 자작과 미루나무를 통한 치유(healing)의 메타포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나무는, 단지 제자리에 서있는 한그루가 아니라 겨울이 지나면 싹을 틔우고 꽃피우고 열매 맺는 우주순환의 선명한 생명력의 본보기라는 점이다. 화면은 서로를 부둥켜안음으로써 혹독한 추위를 승화시키는 강렬한 교감을 통해 생기 가득한 우아한 춤으로 거듭난 나무들의 에로스(eros)정신을 펼쳐 보이고 있다. 그곳엔 지치고 왠지 협소한 듯 한 어느 자아(自我)가 작품 ‘Cluster’에 홀연 뛰어들어 상쾌한 기운 가뿐한 몸의 유쾌함에 젖어 한바탕 춤추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새가 나뭇가지로 날아 이동하는 모습을 공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그린다. 숲이 주는 의미의 가르침을 깨닫기까지 내면의 진한 감정을 표현하려 한다. 끝없이 이어진 러시아 자작나무 숲의 아스라한 은빛나뭇가지 향연을 아직도 가슴 어딘가에 간직하고 있다”라고 메모했다. 나무와 인간의 공존을 위한 전제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속살을 드러낸 자작나무는 누구보다도 먼저 ‘나’의 알몸을 비춰보았을 것이다. 그렇다. 류영신 작가의 작품세계는 마음의 회생(回生) 그 길잡이 역할을 해내고 있는 독창적 성취와 다름 아닐 것이다.

 

 

◇서양화가 류영신(RYU YOUNG SHIN)

중앙대 조형예술대학원 서양화전공.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레핀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1995년 서울 신사동 인데코갤러리서 첫 개인전을 끝낸 후 작업실 화재로 작품을 단 두 점만 건진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절망의 순간을 극복하고 다시 붓을 들었다. 자작나무 숲의 서정을 담은 ‘숲속으로’연작을 발표하면서 주목받아왔고 최근 미루나무를 주제로 한 추상 ‘Cluster’시리즈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작가는 “관람자에게 정신적 풍요로움을 충족시켜주기를 늘 소망한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지친영혼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마음의 휴식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명동롯데화랑, 안산단원미술관, 서호갤러리, Able Fine Art NY갤러리(서울) 등에서 개인전 21회를 가졌다.

 

 

 


 

 

碧波荡漾的木身,充满奥妙

西洋画家柳茔信——白桦白杨树林之宴

 

 

在绿莹剔透的森林中,一位少女羞红的脸庞散发甜蜜的香气,春雪消逝的那一天,仿佛透出了无限的怀念。在花木万盛的季节里,蜜蜂、蝴蝶和花粉在空中飞舞,布满了一片粉红光彩,却不知为何感受到一股沉稳淡静的气息。春雨临来的那一刻,湿透的花香触动了美梦。哦!难道,茫茫宇宙冲向了我空虚的缅怀。

 

 

空虚背后的白色凄凉

那一天,西伯利亚火车从伊尔库茨克市路远迢迢地驰往哈巴罗夫斯市。在那段路程中,黎明轻轻敲响了车窗,笔者懒洋洋的醒来之际,目睹了窗外的白桦树林留下的深刻气韵渐渐地远离了视野。青蓝的天空怀抱圣海贝加尔湖的那一季节,原来是西伯利亚的冬天已经来临了。

清晨,在明朗的和鸣催促之下,静静地亮起了日光。众鸟群飞的树林里云雾缭绕。银雾掀开后,光彩透射了白桦树木的每一缝隙,兑现了尖锐的旋律。就在那一刻,落叶与灿烂阳光彷如点缀于白雪之中。

 

 

华尔兹舞曲——飘动的粉红花朵

卡尔·马利亚·冯·韦伯(Carl Mariavon Weber1786~1826

的一首钢琴曲《邀舞》,引动了一对男女的华尔兹合舞,彷如随风飘动的粉光樱花;随着大提琴和双横管,弦与木管之间的优雅碰面,表现了初恋时的真挚眼神。一个身穿浅灰色燕尾服的青年绅士,系上粉色蝴蝶领结,带着隐隐笑容向一位淑女伸出了手。

也许,那位绅士对身穿白衣裙的淑女低语说:“华尔兹舞曲最适合五月女王(May Queen。”在窗门后面,白杨修长的树枝,摇摆在甜美的阳光之下,伴随着一种心动的旋律,节奏愈快,刻骨的情感更加充满。跳舞的一对男女,每一次转动脚步的瞬间,呼吸也愈演愈烈,在此一刻,不难在人群中看到手与手相互围着对方的腰身。

 

 

共存——生命之环流

也许柳茔信作家的森林群像中,容易错过白杨白桦带来的一种治愈隐喻。苦寒的画景中相互拥抱的树木,略显升华为一种强烈的交感,生气薄薄的优雅之舞,兑现了树与树之间的性本能观念。

柳作家笔录:“我的绘画主要是描绘了某个事物相隔之间的情感,就如小鸟飞到树枝的景象,其中树林给我的启示也许是让我表现更加深入于一个内面的真挚。然而,我依旧对无边无际的俄罗斯白杨树林,对那些含蓄的银枝宴会深情缅怀。”如果树木与人类共存之下,其中的内幕会是什么呢?白杨脱皮的内面也许是一个赤裸裸的“自我精神”。由此,柳茔信作家的作品世界实现了一个独创的艺术成就——无异于引导失落心灵的死而复生。

 

 

西洋画家柳茔信(RYU YOUNG SHIN)

韩国首尔中央大学造型美术研究院西洋画系毕业,留学于俄罗斯圣彼得堡列宾美术学院。1995年,柳茔信曾在首尔新沙洞INDECO画廊首次举行了个展,不料他的工作室发生了火灾,烧尽了所有的作品,而仅剩了两件。在面对悲痛欲绝的情形中,他依旧坚持了他的艺术生涯,终归完成了《树林之中》系列。《树林之中》系列描绘的是白桦树林的抒情篇章,以此吸引了广泛瞩目。此外,他目前以白杨树林作为主题进一步发展了一个作品系列《Cluster(群像)》。

 

 

▲글 출처=월간 Insight Korea(인사이트코리아)=권동철 전문위원, 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