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식

권동철(權銅哲) 2021. 10. 16. 18:20

서울 한강을 걷다 10년, 2021

 

애환과 성찰 물살의 자국

 

 

“사물에 관해 말하자면, 사물은 무(無)위에 떠오르게 함으로써 우리는 사물을 완전히 변질시키지 않을까? 사물의 동일성(정체성), 긍정성, 충만함은 경험이 이들 특성에 도달하는 주변 상황에서 이들이 의미하는 바에 환원되었을 때, 이들 특성은 ‘어떤 것’에의 우리 열림을 정의하는데 매우 불충분한 것들은 아닐까?”<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Le visible et I’invisible), 모리스 메릴로-퐁티(Merleau-Ponty)지음, 남수인·최의영 옮김, 동문선 刊>

 

빗방울. 부유하는 나뭇잎. 물 자국 반짝인다. 위태롭게만 보이는 몸짓으로 엄마 품을 찾아가는 아이처럼 강물은 흔들리며 바다를 향한다. 한 번도 대양을 만난 적 없는 강물. 어떤 그리움인가. 강바닥 심연이 가두었던 공기를 뿜어내는 새벽. 물방울은 기억을 더듬는다. 바이올리니스트 야샤 하이페츠(Jascha Heifetz)연주, 브루흐(Bruch) 바이올린협주곡 1번 선율이 유연과 격렬함으로 폭풍의 심층을 비추며 먹빛 전광판을 홀연히 지나간다.

 

모서리. 유랑의 바람은 냉기의 쇳덩이에 걸려 체온을 견디지 못하고 기약 없는 길을 다시 재촉한다. 겹음 주법(Double stopping)처럼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공간. 쉬이 어우러지지 못하며 출렁이는 몸부림 그 수평의 선. 저 경계(이분의 일,A Half)에 잉태되는 부옇게 허공을 치닫는 허무의 환영(illusion). 물이 물을 탄생시키는 산고의 시간. 오오 스스로를 산화하는 파멸의 재가 되고서 비로써 하나가 되는 물의 역사.

 

 

서울 한강을 걷다 10년

 

◇우주와 인간 융합의 순환

화면엔 무한연속시간의 울타리를 뛰어넘은 영속성 또 작고 보잘것없는 사물을 안으로 품음으로써 부여되는 묵상의 은유가 공존한다. 물과 바람, 나무와 새, 물결에 일렁이는 고층빌딩의 잔영 등 대상과의 필연은 작가에게 직관의 욕망을 일으키고 고혹적이며 풍성한 한강안쪽 플롯(plot)을 서사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사진가 이현권 작품세계는 무의식과 현상학, 디지털문명속도와 한국사를 통한 정체성텍스트 등으로 형성된다. 이 리듬에 변주되는 영상은 우주와 인간의 융합적 순환으로 한강에 대한 새로운 시각문화(Visual Culture)의 확장지형으로 진화를 이끈다.

 

 

서울 한강을 걷다 10년

 

그렇게 강물은 오늘도 아득히 흐르고 이현권 한강 10은 강과 함께 삶의 뿌리를 내리며 살아온 존재에 대한 성찰(省察)을 일깨운다. “역사 그 자체는 지나간 시절의 구성물이다. 우리는 역사를 지금 여기에 잔존해 있는 폐허로 부터 거꾸로 읽어야 한다. 역사는 파괴적 기획이자 동시에 복구하는 기획이다.”<들뢰즈-유동의 철학, 유노 구니이치(宇野邦一)지음, 이동우·김동선 옮김, 그린비 >

 

한편 이현권 작가 서울, 한강을 걷다 10(2010~2020)’사진개인전은 106일부터 19일까지 세종문화회관미술관 2에서 열린다.

 

=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2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