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식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2. 1. 21. 17:22

전시전경. 변관식(BYEON Gwansik)=(왼쪽)무창춘색(武昌春色), 136.5×47㎝×(2), 136.5 ×59.5㎝×(4)/병풍: 181×357㎝, 종이에 수묵채색:6폭 병풍, 1955. (오른쪽)금강산 구룡폭. 사진=권동철

 

 

소정 변관식(小亭 卞寬植,1899~1976)1916년부터 도화서 화원을 지낸 외조부 조석진(趙錫晋,1853~1920)에게 조광준(趙廣濬), 김창환(金彰煥) 등과 그림을 배움과 동시에 서화미술회 연구생으로 그림을 본격적으로 학습하였다. 이때 만난 이상범, 노수현, 이용우와 19233월 결성한 동연사(同硏社)를 중심으로 신구화법(新舊畵法)의 절충을 시도하였다.

 

1925년 일본에 유학한 그는 고무로 스이운(小室翠雲,1874~1945)에게 사사하였다. 1937년 금강산 여행을 시작으로 전국의 명산을 주유하며 실경 사생(寫生)을 기반으로 독자적 화풍을 모색하였다.

 

작품 무창춘색(武昌春色)’1955년 가을, 전라북도 전주의 완산(完山)을 여행하며 그린 것이다. 화면의 대각선으로 배치된 길과 돌다리를 따라 파노라마처럼 전개된 기와집과 초가집, 뒷산의 허물어진 옛 성벽, 나무들과 복사꽃 등에서 사실적 현장감이 발견된다. 거대한 화면을 가로지르는 길과 돌다리는 마을의 오랜 역사를 상징하는 것처럼 구도에 안정된 통일감을 주는 것이 특징적이다.

 

여기에 복사꽃에 의해 도원의 이상경으로 전환된 마을 전체를 뒤덮은 적묵법(積墨法)이나 파선법(破線法)에 의해 만들어진 장대한 이미지와, 먹색이나 갈색의 차분한 색조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작가의 경외심을 시각화한 것으로 이해된다. 근경에서 마을로 향하는 지팡이를 든 노인과 머리에 짐을 얹은 소녀는 현재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그곳이 바로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시각적 장치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창작태도는 관념산수에서 벗어나 조선의 명승지와 그곳을 유람하는 여행객을 화폭으로

옮겨 한국적 산수화를 최초로 완성한 겸재 정선(鄭敾,1676~1759)에 비견할 만하다. 나아가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에 그려진 금강산 시리즈보다 앞서 완성된 또 다른 유형의 소정(小亭)양식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최경현>

 

 

 

변관식=금강산 구룡폭(金剛山 九龍瀑), 120.5&times;91㎝, 종이에 수묵채색, 1960년대. 국립현대미술관제공.

 

 

금강산 구룡폭(金剛山 九龍瀑)’은 금강산을 주제로 한 소정 양식이 정점에 도달한 시기에 그려진 것으로 구룡폭포와 주변의 바위 모습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직선의 폭포와 이를 마주한 채 서 있는 뒷모습의 남성은 화면에 수직의 대담한 구도를 만들어내고 좌우의 각진 바위들의 표면에 가한 적묵법과 파선법은 응축된 대자연의 기운을 사실적으로 전달해준다.

 

근경의 너럭바위에 앉거나 서서 빼어난 장관에 심취한 듯 폭포를 바라보는 두 명의 남성은 실제 현장의 공간적 크기를 실감케 한다. 전반적으로 과장된 표현을 절제하여 현장 사성의 창작태도가 그대로 화면에 드러나며 소정 양식의 또 다른 변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최경현>

 

 

 

(왼쪽 벽)변관식=산수춘경, 124.5&times;117㎝ 종이에 수묵채색, 1944. 사진=권동철. &nbsp;

 

 

 

산수춘경화면 왼쪽 상단의 관지(款識)1944년 겨울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화실(完山畵室)에서 산수춘경을 그렸고, 30년이 지난 1974년 초봄 이 작품을 다시 보고 적은 제시(題詩)는 도연명(陶淵明)도화원기(桃花源記)’를 연상시키며 그의 창작 방향을 짐작케 한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이른 봄의 산천을 초록색 필선과 점묘로 나타내었고, 산자락 아래 노란색 지붕의 초가집들과 그 주변을 둘러싼 분홍색 복사꽃은 농촌을 도원의 이상경(理想景)으로 전환시키며 봄의 정취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준다.

 

또한 고전적 인물로 묘사된 문인과 가야금을 든 동자가 근경의 오른쪽 아래에서 왼쪽으로 난 길 위를 걷고 있는데, 이는 소정 양식의 완성 이전에 그려진 것임을 알려준다. ‘산수춘경은 신남화를 절충한 사경산수화에서 완전히 벗어나 소정 양식으로 넘어가는 중간 지점에 위치하며, 실경 스케치를 기반으로 화풍변화를 모색하던 과정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다. <=최경현>

 

전시=2021721~2022313, 국립현대미술관 서울1전시실(MMCA Seoul Gallery1)

권동철=이코노믹리뷰 120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