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2022년 05월

18

카테고리 없음 노란장미

도시의 골목 경계는 참 모호해 탁 트인 공간 가운데 그냥 벽인지 넘지 못할 선인지 곁눈질 살짝 막는 가리개인지 야트막한 붉은 벽돌담 그야말로 예쁜 내님을 닮은 우아하고 은은한 노란 장미가 우뚝 담을 감싸고 피어 문득 혼과 마음을 홀리네? 열다섯 여린 심성 酒仙의 경지에 오르신 담임선생은 거나한 취기로 게슴츠레 보시더니 너는 평생 칠팔 명의 여자가 따르겠다 복두 많은 놈 혼잣말처럼 하시고 나는 부끄러움에 얼굴 붉히고 친구들은 놀려대고 송이가 유난히 큰 노란 장미꽃 술에 흠뻑 취한 선생님의 뜬얼굴색 풍성한 젊음을 과시하던 내님의 빛깔 투명한 성향의 첫사랑 잠재한 기억 저편의 짝사랑 깊은 사랑의 꿈에 그리는 애인 순간 내 사랑이 머문 도시 골목의 경계 오월 여왕

16 2022년 05월

16

카테고리 없음 수선화 / 보리똥꽃

작년에 강남에 사시는 고선생은 뜬금없이 화훼시장엘 데려가서 저 수선화 세 그루와 철쭉 두 그루를 사더니 가져가서 아무 데나 심으라며 떠맡기다시피 안기기에 우리 산 무덤가에 마지못해 심었는데 철쭉은 지난 한파를 이기지 못해 고사하고 수선화는 딱 한그루 싹이 나와 보란 듯이 활짝 피어 자태를 뽐낸다. 보리똥나무는 나이가 몇인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기서 거기 올핸 유난히 꽃이 많아 절로 눈길을 끌고 늦가을이나 되어야 겨우 보리알만 한 열매가 붉은 얼굴에 흰점 가득 보일 듯 말 듯 선보인다.

14 2022년 05월

14

카테고리 없음 적벽가

80세에 가까이 이른 성준숙 명창의 적벽가를 감상하였다. 고수 : 김청만. 조용복 국립극장/하늘 5월 14일 오후 3시 박동진 명창의 적벽가에 익숙해서인지 성준숙의 적벽가는 사설도 조금씩 다르고 창도 차이가 있다. 노쇠한 몸으로 3시간이 넘게 적벽가를 완창 한다는 것이 한편 놀랍다. 깜빡이는 기억의 끊어짐은 무대 소품으로 놓인 상자 뒤에 몸을 숨긴 조력자의 노고로 그럭저럭 청중의 웃음 속에 이어져 길고 긴 판소리 사설이 완성되었다. 삼국지연의 적벽대전은 조조의 백만 대군이 거의 전멸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는 인간 역사의 최대의 비극적인 전쟁사임에도 우리의 판소리로 재구성된 사설은 해학적인 요소로 가득하여 인간사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희비를 걸쭉한 창을 통해 공감하게 된다. 오늘도 역시 득음의 명인을 ..

10 2022년 05월

10

07 2022년 05월

07

05 2022년 05월

05

카테고리 없음 두릅과 취

경기북부의 들녘에도 매우 분주한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만약 지구 생명의 종말이 온다 하더라도 저 지독한 생명력의 풀들은 남아있으리라. 하루를 통째로 풀 뽑기에 매달렸으나 목표치의 반에도 미치지 못했어요. 해가 한참 기울 무렵 허리 펴고 파릇한 숲 쪽으로 눈을 돌려 두릅나무의 상태를 살펴요. 며칠 새로 새로운 순이 돋아 두 번째 수확의 기회를 운 좋게 맞아 한주먹 조심스레 땄습니다. 낙엽 사이로 취나물도 간혹 보이는군요. 취나물도 한주먹 채취하였지요. 시장에서 사 먹는 나물과는 차이가 크군요. 우선 향이 짙고 맛이 강합니다. 저녁식사 한 끼를 아주 맛있게 잘 먹었네요. 풀과의 거의 전쟁 수준의 전투를 치르고 축 늘어진 피로를 두릅과 취나물로 싹 풀었습니다.

03 2022년 05월

03

27 2022년 04월

27

카테고리 없음 환기換氣

- 무조건 문을 다 열고 한 시간 이상 꼭 환기시켜 매일 - 아침 일찍 일어나 딸의 명령대로 앞뒤 문부터 열어요 오늘은 망설여집니다 마치 흐린 것처럼 온통 뿌연 것이 습한 수분의 밀집이 아닌 미세먼지 가득 머금은 황사의 느낌이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창문을 열자마자 특유의 흙먼지 냄새가 코끝을 스쳐요 전염병이 창궐할수록 환기가 중요해 그러니까 잊지 말고 매일 문을 활짝 열고 알았지? 이미 출가외인이 된 딸의 엄명에 꼼짝없이 순응하는 내 모습이 한편 우습기도 합니다 화분에 물 주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이면 되니까 너무 자주 주지는 말고..... 화분에 물 주는 것과 매일 환기하는 것 오늘 같이 황사가 가득한 날은 문 열기가 정말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