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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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29.

월류봉 넘어 해는 쥐꼬리만큼 남고

올해 포도밭 농활을 이곳으로

농촌에선 초짜 농군을 부리는 요령이 있는 듯

해가 한참 남아있어도

노련한 농부는

"오늘은 그만하시지요"

월류봉은 말 그대로

만월이 머무르다 구비구비 봉우리를 넘는 곳

유월초 모내기가 한창이던

무논에 머리에 해를 이고 있는 월류봉이

포도넝쿨을 감싼 온실과 함께

거꾸로 처박혔다.

 

포도넝쿨 끝순 따기와

곁가지 치기를

온종일 하늘을 쳐다보며

이 고랑 저 고랑 왔다가 갔다가

허리 고장은 뻣뻣하게 굳어져서

한동안 굴신 불가

겨우겨우 논두렁길 걷다가

반사되어 처박힌 산 그림자를 보고

상쇄하는 몸의 처량함

내님은 가서 오지를 않고

귀의처 또한 마땅치 않고

해는 넘어가고